
2017년 말, 급등하던 코인을 샀다가 며칠 만에 두 자릿수 손실을 봤다. 당시에는 팔면 손해가 확정된다는 생각에 시세창만 새로고침했다. 가격이 더 내려간 뒤에야 매도했는데, 돌아보면 가장 큰 실수는 비싸게 산 것보다 언제 팔지 정하지 않고 산 것이었다.
코인 손절은 바닥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다. 처음 세운 판단이 틀렸을 때 손실을 어디까지 감당할지 정하고 실행하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가격, 투자 근거, 한 번의 거래에서 잃어도 되는 금액을 따로 적는다.
손절 가격보다 먼저 매수 이유를 적는다
가격이 10%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코인을 똑같이 팔 수는 없다. 단기 돌파를 보고 샀다면 돌파한 가격대로 다시 밀리는 것이 매도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면 몇 달 동안 보유할 생각이었다면 하루 변동보다 프로젝트의 개발 중단, 보안 사고, 거래량 감소처럼 처음 판단을 바꾸는 사건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나는 매수 이유를 한두 문장으로 적고, 그 이유가 깨지는 조건을 바로 아래에 적는다. 예를 들어 ‘거래량을 동반해 최근 고점을 넘어섰다’가 이유라면 ‘고점 아래로 다시 내려오고 반등 때 거래량도 붙지 않는다’를 확인 조건으로 삼는다. 이 조건은 예시일 뿐이다. 코인마다 변동 폭이 다르고, 같은 코인도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진다.
막상 보유한 뒤에는 기준을 자꾸 바꾸고 싶어진다. 나도 손실이 커지자 ‘장기 투자였던 것 같다’며 원래의 단기 매수 이유를 덮어쓴 적이 있다. 그 뒤로는 매수 시점의 메모와 현재 생각을 나란히 놓고 본다. 새 근거가 생겼다면 무엇을 확인했는지 적고, 단지 손실을 보기 싫어서 생각이 바뀐 건 아닌지 구분하려고 한다.
감당할 손실액으로 매수 수량을 계산한다
손절 가격을 정해도 매수 수량이 너무 크면 실행하기 어렵다. 가령 투자에 쓸 돈이 500만 원이고 한 거래에서 감당할 손실을 그 돈의 1%인 5만 원으로 정했다고 하자. 매수가에서 손절 기준까지의 거리가 5%라면, 단순 계산상 매수 규모는 100만 원이다. 100만 원의 5%가 5만 원이기 때문이다.
계산식은 ‘허용 손실액 ÷ 손절 기준까지의 하락률 = 매수 규모’다. 손절 기준이 매수가보다 10% 아래라면 같은 손실 한도를 지키기 위한 매수 규모는 50만 원으로 줄어든다. 기준 가격에 맞춰 수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1%라는 수치는 권장 비율이 아니라 계산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다. 생활비나 비상금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손실 한도를 잡아서는 곤란하다.
실제 손실은 계산보다 커질 수 있다. 매매 수수료가 들고, 급락할 때는 생각한 가격보다 낮게 체결될 수 있다. 거래가 뜸한 코인은 매도 호가에 물량이 적어 큰 주문을 한 번에 내면 가격이 더 밀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주문 전에 호가창의 매수 물량과 최근 거래량을 확인하고, 예상 손실액에 여유를 둔다.
자동 주문을 걸기 전에 체결 방식을 확인한다
손절 주문을 걸어 두면 마음이 놓이지만, 설정한 가격에 반드시 팔린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주문 방식 안내에서도 손절 주문의 지정 가격은 체결 보장 가격이 아니라 주문이 작동하는 기준 가격이라고 설명한다. 코인 거래소는 주문 이름과 작동 방식이 서로 다를 수 있으니, 이용 중인 거래소의 주문 설명을 먼저 읽어야 한다.
조건에 닿으면 시장가로 매도하는 방식은 빠르게 체결될 가능성이 있지만, 급락 중에는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 지정가로 매도하는 방식은 최저 매도 가격을 정할 수 있는 대신, 그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주문이 남는다. 어느 쪽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도 자체가 급한 상황인지, 원하는 가격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한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거래소 화면에서는 발동 가격과 주문 가격을 따로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 둘을 혼동하면 주문이 발동해도 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작은 금액으로 주문 화면과 취소 절차를 익혀 두고, 주문을 넣은 뒤에는 미체결 내역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자동 주문을 설정했다고 거래소 장애나 급격한 가격 변동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팔고 난 뒤에는 가격보다 판단을 기록한다
손절 직후 가격이 다시 오르면 괜히 팔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런 날에는 바로 재매수했다가 같은 구간에서 두 번 손실을 낸 적이 있다. 이후에는 팔고 나서 곧장 다음 주문을 넣기보다, 매수 이유와 손절 조건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적어 둔다.
기록에는 매수가와 실제 체결가, 수수료, 처음 정한 기준, 기준을 바꿨다면 그 이유를 남긴다. 특히 기준 가격과 실제 체결가의 차이를 보면 주문 방식이나 거래량을 다시 점검할 단서가 생긴다. 손절 뒤에 반등했다고 해서 앞선 판단이 반드시 틀렸던 것도 아니다. 당시 알 수 있었던 정보로 약속한 손실 한도를 지켰는지 보는 편이 다음 거래에 더 도움이 됐다.
내게 코인 손절은 매번 맞히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틀렸을 때도 다음 판단을 할 돈과 마음을 남기는 장치다. 매수 전에 팔 조건과 감당할 금액을 적어 두면 시세가 급하게 움직이는 순간에도 적어도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