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코인 시가총액 순위를 보다가 9위부터 화면이 달라지는 걸 봤습니다. 2026년 11월 4일 오후 코인게코에는 피겨 헬록이 9위였고, 코인마켓캡에는 지캐시가 9위였습니다. 순위 하나만 보고 ‘시장이 이 코인을 선택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저는 순위표를 열면 가격보다 유통량과 거래량부터 봅니다.
1. 현재 유통량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인가
시가총액은 현재 가격에 유통량을 곱한 값입니다. 코인게코가 설명하는 계산 방식도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가격이 1달러이고 유통량이 10억 개라면 시가총액은 10억 달러입니다. 발행 가능한 물량이 100억 개라도 아직 유통되지 않았다면 현재 시가총액에 전부 넣지 않습니다.
같은 날 코인게코 기준 비트코인은 약 1조 5,656억 달러, 이더리움은 약 2,803억 달러였습니다. 1위와 2위의 격차가 약 5.6배라는 뜻입니다. 이 정도 차이를 보면 하루 가격 등락만으로 순위가 뒤집힐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반면 시가총액이 비슷한 중하위권은 몇 퍼센트 움직임에도 자리가 바뀝니다.
유통량은 집계 서비스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재단 보유분이나 잠금 물량을 어디까지 제외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시가총액이 크다는 말이 그 금액만큼 현금이 실제로 들어왔다는 뜻도 아닙니다. 마지막 거래 가격을 유통량 전체에 적용한 평가액입니다.
2. 잠재 공급량과 현재 시가총액의 차이
제가 순위 옆에서 반드시 여는 숫자는 완전희석가치, 즉 FDV입니다. 현재 가격에 앞으로 풀릴 수 있는 공급량을 반영한 값입니다. 코인게코 화면에서 XRP는 시가총액 약 806억 달러, FDV 약 1,272억 달러였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은 FDV의 약 63%입니다. 하이퍼리퀴드는 각각 약 202억 달러와 804억 달러로, 비율이 약 25%였습니다.
이 비율이 낮다고 곧바로 하락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남은 물량이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풀리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도 신규 물량이 유입될 때 현재 거래량으로 소화할 수 있는지는 따져야 합니다. 가격이 같아도 유통량이 늘면 시가총액은 올라가고, 매수세가 약하면 가격이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3. 24시간 거래량과 실제 매매 깊이
시가총액은 큰데 거래가 얇은 코인이 있습니다. 같은 시점 코인게코에서 솔라나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26억 달러, 시가총액은 약 547억 달러였습니다. 거래량을 시가총액으로 나누면 약 4.8%입니다. BNB는 약 8.7억 달러와 920억 달러로 약 0.9%였습니다. 이 비율만으로 어느 쪽이 안전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 비교하는 출발점으로 씁니다.
실제 주문을 넣을 때는 거래소 호가창의 매수·매도 간격과 주문 잔량도 봅니다. 24시간 거래량이 커도 소수 거래소에 집중됐거나 특정 시간에만 몰렸다면 큰 주문에 가격이 쉽게 밀릴 수 있습니다. 순위 상승이 거래량 증가를 동반했는지, 가격만 먼저 뛰었는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4. 스테이블코인은 따로 읽기
당시 상위 8개 자산에는 테더가 3위, USDC가 6위로 들어 있었습니다. 두 자산의 시가총액은 각각 약 1,782억 달러와 706억 달러였습니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사는 비트코인이나 솔라나와 같은 방식으로 순위를 해석하면 흐름을 놓칩니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증가는 대체로 유통 물량 증가를 뜻합니다. 다만 발행량이 늘었다고 그 돈이 바로 비트코인 매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소로 이동했는지, 디파이에 예치됐는지, 다른 체인으로 옮겨졌는지를 온체인 전송과 거래소 잔고로 확인해야 합니다. 발행사 상환과 준비자산 위험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5. 순위 변화 뒤의 온체인 수급
2026년 11월 4일 기준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BNB, XRP, USDC, 솔라나, 트론까지는 코인게코와 코인마켓캡의 순서가 같았습니다. 9위부터는 달랐습니다. 한쪽에만 잡힌 자산을 포함하는지에 따라 순위표 자체가 달라진다는 사례입니다. 순위 변화를 볼 때는 같은 서비스의 과거 화면과 비교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다음은 거래소 입출금과 보유 지갑의 움직임을 확인합니다. 대규모 거래소 유입은 잠재 매도 물량일 수 있지만, 마켓메이커의 지갑 이동일 수도 있습니다. 고래 지갑 한 건보다 여러 거래소에서 이어지는 순유입, 현물 거래량, 가격 반응이 함께 나타나는지를 봅니다. 거래소 밖으로 빠져나간 물량도 보관 장소 변경일 수 있어 출금만으로 매집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제게 코인 시가총액 순위는 매수 목록이 아니라 시장의 크기를 가늠하는 첫 화면입니다. 유통량과 FDV, 거래량, 스테이블코인 흐름, 온체인 수급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면 순위가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추격 매수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