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비트코인이 급락하던 날, 같은 가격에 매수한 두 사람의 대응이 완전히 달랐다. 한 사람은 미리 정한 가격에서 팔았고, 다른 사람은 손실률을 보며 손절선을 계속 내렸다. 7년간 거래소와 온체인 데이터를 함께 보면서 느낀 건, 코인 손절 기준은 하락이 시작된 뒤 만들면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진입 전에 가격, 허용 손실액, 수급, 주문 방식을 숫자로 적어두는 편이 낫다.
1. 손절 가격은 매수가보다 매수 근거에서 찾는다
매수가에서 무조건 3% 아래에 손절을 걸면 계산은 쉽다. 하지만 그 3%가 평소 가격 변동폭 안에 있다면, 매수 근거가 살아 있는데도 흔들림에 팔릴 수 있다. 반대로 지지 구간이 이미 무너졌는데 손실이 아까워 손절을 10%까지 미루는 것도 기준이 아니다.
가령 10만 원에 매수했고, 최근 여러 차례 반등한 구간의 아래쪽이 9만6천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구간 이탈을 매수 판단이 틀린 신호로 봤다면 손절 거리는 4%다. 여기서 확인할 숫자는 최근 며칠간의 일중 변동폭과 해당 구간의 거래량이다. 하루에도 4%씩 흔들리는 종목이라면 9만6천 원이 의미 있는 이탈 가격인지 다시 봐야 한다. 현물 거래량이 늘며 지지 구간 아래에 머무는 모습은 잠깐의 꼬리와 다르게 해석할 근거가 된다.
손절 가격을 정한 뒤에는 기대 수익도 맞춰본다. 10만 원 진입, 9만6천 원 손절, 10만8천 원 목표라면 가격상 기대 수익과 손실의 비율은 2대 1이다. 다만 수수료와 실제 체결 가격을 빼면 이 비율은 낮아진다. 목표 가격까지 막는 매도 물량이 두껍다면 매수 자체를 다시 판단한다.
2. 한 번에 잃을 돈부터 정하고 매수 수량을 계산한다
손절선이 4%라고 해서 계좌의 4%를 잃어야 하는 건 아니다. 계좌가 1천만 원이고 한 거래의 허용 손실을 0.5%인 5만 원으로 정했다면, 손절 거리 4%에 맞는 매수 금액은 125만 원이다. 계산식은 허용 손실액 5만 원을 손절 거리 0.04로 나누는 것이다. 10만 원짜리 코인이라면 12.5개에 해당한다.
이 계산은 손절 가격에 정확히 체결된다는 가정이다. 수수료와 미끄러짐까지 감안하면 실제 매수 금액은 조금 줄여야 한다. CME그룹도 손절 위치와 계좌에서 감수할 금액을 먼저 정한 뒤 포지션 크기를 계산하도록 설명한다. 손절선이 멀어질수록 수량을 줄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물에서는 레버리지 숫자에 더 쉽게 시선이 간다. 하지만 5배 레버리지로 125만 원어치 포지션을 잡든 현물로 같은 금액을 사든, 가격이 4% 움직였을 때 포지션의 가격 손익은 5만 원이다. 선물은 여기에 펀딩비와 청산 위험이 붙는다. 청산 가격이 계획한 손절 가격보다 먼저 닿을 수 있다면 주문 크기나 레버리지를 낮춰야 한다.
3. 온체인 수급은 손절선을 옮길 이유가 아니라 위험을 점검할 자료다
거래소로 코인이 많이 들어오면 매도 가능 물량이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입금량 급증 하나만 보고 곧바로 하락을 확정하진 않는다. 거래소 내부 지갑 이동이나 주소 식별 변경도 지표에 영향을 준다. 글래스노드는 거래소 주소를 분류해 만든 온체인 수치가 사후에 수정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래서 입금량은 절대값보다 같은 코인의 평소 수준과 비교한다. 예를 들어 최근 일평균 입금량이 200개였는데 1,000개로 뛰었다면 5배 증가다. 이 수치는 설명을 위한 가정이며 현재 시장 데이터는 아니다. 이때 현물 거래량 증가, 매도 우위 체결, 지지 구간 이탈이 함께 나타나는지 본다. 반대로 입금량만 튀고 가격과 거래량이 버틴다면 즉시 손절선을 당길 근거는 약하다.
미결제약정과 펀딩비도 같은 방식으로 읽는다. 가격 상승과 함께 미결제약정이 빠르게 늘고 펀딩비까지 높아지면 추격 매수 포지션이 쌓였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렇다고 과열 수치 하나로 상승 종료 시점을 맞힐 수는 없다. 나는 이런 조합이 보일 때 손절 가격을 감정적으로 바꾸기보다 신규 매수 수량과 기존 포지션의 총위험을 다시 계산한다.
4. 손절 주문의 발동 가격과 체결 가격은 다르다
급락장에서 9만6천 원에 손절 주문을 걸었다고 반드시 9만6천 원에 팔리는 건 아니다. 시장가 방식은 체결을 우선하지만 호가가 얇으면 더 낮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 지정가 방식은 가격을 제한하는 대신 주문이 일부만 체결되거나 남을 수 있다. 바이낸스의 주문 안내도 급격한 가격 변화와 유동성 부족을 손절 주문이 예상대로 처리되지 않는 원인으로 설명한다.
특히 선물은 주문이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발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거래소와 주문 설정에 따라 최근 체결가와 표시 가격 중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다. 주문을 넣은 뒤에는 발동 조건, 수량, 미체결 잔량까지 확인한다. 여러 코인을 동시에 보유했다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포지션의 손실 한도도 합쳐서 봐야 한다.
내가 실제로 오래 지켜온 기준은 단순하다. 매수 이유가 깨지는 가격을 먼저 쓰고, 그 가격까지 움직였을 때 잃을 돈으로 수량을 정한다. 온체인 지표와 거래소 데이터는 그 판단이 흔들릴 만한 위험을 알려주지만, 손실을 감당할 금액까지 대신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