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에서 숙소를 잡으면 밤늦게 먹을 것까지 계산하게 된다. 펜션과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면서 배운 건, 방 사진만큼이나 숙소 밖에서 보낼 시간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홍대에서 티라미수 피자를 먹을 때도 그랬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 디저트로 한 판을 주문했다가 생각보다 오래 앉아 있었다.
티라미수 피자는 이름만 들으면 달콤한 피자쯤으로 상상하기 쉽다. 막상 먹어보니 크림과 코코아의 맛보다 먼저 신경 쓰인 건 도우였다. 디저트는 차갑고 도우는 따뜻한데, 이 온도 차이가 재미있다가도 몇 조각 뒤에는 크림이 무겁게 느껴졌다. 홍대 티라미수 피자를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메뉴 사진의 크림 양만 보고 기대치를 높이지 않았으면 한다.
첫 조각보다 마지막 조각이 더 솔직했다
처음 한 조각은 맛있었다. 부드러운 크림에 코코아 향이 얹히니 익숙한 티라미수를 손으로 집어 먹는 느낌이 났다. 그런데 피자는 케이크처럼 작은 포크로 조금씩 먹기 어렵다. 도우 끝까지 크림을 함께 먹으려다 보니 손에 묻고, 접시 위에 크림이 남았다. 둘이 한 판을 먹을 때는 이 부분이 생각보다 컸다.
식사 직후라면 주문량도 조심할 만하다. 우리도 저녁을 든든히 먹은 뒤라 첫 두 조각과 뒤의 두 조각에 대한 반응이 달랐다. 앞에서는 서로 맛있다고 했는데, 뒤로 갈수록 물을 더 찾았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양이 많을 수 있다. 반대로 친구 여럿이 한두 조각씩 나눠 먹는 자리라면 꽤 즐거운 메뉴다. 여러 명이 나눌수록 이 피자의 장점이 살아난다고 느꼈다.
사진에서 빠지는 건 먹는 속도와 자리의 편안함이다
숙소를 볼 때 침대 사진만 믿지 않듯, 음식 사진도 완성된 순간만 보여준다. 티라미수 피자는 상에 막 올라왔을 때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먹을 때의 인상이 달랐다. 크림이 올라간 조각을 오래 손에 들고 있기는 어렵고, 식으면 도우의 존재감도 커진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먼저 찍고, 맛있게 먹고 싶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는 편이 낫겠다.
자리도 은근히 중요했다. 피자를 놓을 공간에 음료잔과 휴대전화까지 올리니 테이블이 금세 좁아졌다. 숙소 리뷰에서 테이블 크기를 꼭 확인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둘이 앉을 수 있다는 설명과 둘이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말은 다르다. 작은 불편이 쌓이면 음식에 대한 인상까지 달라진다.
특히 데이트 중이라면 예쁜 사진 한 장보다 먹는 과정이 편한지를 생각해볼 만하다. 크림이 묻은 손을 닦을 냅킨이 넉넉한지, 접시를 둘 자리가 있는지 같은 사소한 조건 말이다. 이런 얘기는 메뉴 이름만 검색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홍대 숙소를 잡았다면 포장 전에 확인할 것
홍대 근처에서 묵는다면 티라미수 피자를 포장해 객실에서 먹고 싶을 수도 있다. 나도 숙소에 돌아가 야식을 먹는 걸 좋아하지만, 이 메뉴는 이동 시간을 짧게 잡는 편이 좋겠다고 느꼈다. 크림이 얹힌 피자를 들고 걷는 동안 상자가 기울면 모양이 흐트러지기 쉽고, 바로 먹었을 때의 따뜻한 도우와 차가운 크림도 유지하기 어렵다. 포장 가능 여부와 상태는 주문할 때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객실에서 먹을 계획이라면 작은 원형 테이블만 있는 방은 피하는 편이다. 상자를 펼치고 음료까지 놓으면 둘이 쓰기 답답하다. 냉장고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남은 조각을 밤새 상온에 두고 다음 날 먹을 생각으로 주문량을 늘릴 필요는 없다. 숙소 사진에서 테이블이 잘 안 보인다면 객실 구성 설명을 한 번 더 읽게 되는 이유다.
냄새보다도 쓰레기 처리가 번거로울 수 있다. 크림이 묻은 상자와 접시를 그대로 두면 다음 날 아침 방이 지저분해 보인다. 늦은 체크인 뒤에는 이런 작은 일이 더 귀찮다. 숙소에서 편하게 먹으려면 음식이 맛있는지만큼 먹고 난 뒤를 생각하게 된다.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추천이 달라진다
홍대 티라미수 피자는 식사를 대신할 메뉴를 찾는 사람보다는, 저녁을 먹고 특별한 디저트를 나눠 먹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다. 크림 디저트를 좋아하고 여럿이 함께라면 주문하는 재미가 있다. 반면 혼자 조용히 티라미수 한 조각을 먹고 싶거나 단맛을 오래 즐기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양과 먹는 방식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나는 다음에 먹는다면 배가 많이 부른 밤보다는 저녁을 가볍게 먹은 날을 고르겠다. 숙소로 가져가기보다는 자리에서 바로 먹고, 남길 걱정이 없는 인원과 함께할 것 같다. 맛있는 첫 조각은 기억에 남았지만, 뒤의 조각까지 편하게 먹는 조건이 갖춰져야 다시 찾고 싶은 메뉴가 된다. 숙소도 음식도 사진 속 가장 좋은 순간보다 내가 실제로 보내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