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의 차에 탔는데, 에어컨을 켜자마자 눅눅한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필터를 꺼내 보니 주름 사이에 먼지와 낙엽 조각이 쌓여 있더군요. 자동차 에어컨 필터는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를 거르는 소모품이라 상태를 확인하고 제때 바꾸는 게 좋습니다. 다만 냄새의 원인이 늘 필터인 것은 아니어서, 교체 전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교체 시기는 주행거리와 사용 환경을 함께 보세요
에어컨 필터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또는 1만~1만 5천 km를 점검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기준입니다. 차종별 권장 주기는 사용설명서가 우선이고, 같은 거리를 달려도 공사장 주변이나 비포장도로를 자주 다니는 차는 필터가 더 빨리 막힐 수 있습니다.
송풍량이 예전보다 약해졌거나, 바람을 켤 때 먼지 냄새가 나거나, 필터 표면에 이물질이 많이 보인다면 주기가 남았어도 확인할 만합니다. 반대로 차를 거의 쓰지 않았더라도 오래 장착해 둔 필터가 습기를 머금고 냄새를 낼 수 있습니다. 주행거리 하나만 보고 교체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참고로 에어컨 필터는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거르는 엔진 에어필터와 다른 부품입니다. 제품을 살 때 두 이름을 혼동하면 크기와 장착 위치부터 맞지 않습니다.
차에 맞는 필터부터 고르세요
필터를 고를 때는 제조사와 차종 이름만 보지 말고 연식, 세대, 세부 모델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겉모습이 비슷해도 폭이나 두께가 달라 장착함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제품이 있습니다. 기존 필터에 적힌 품번과 새 제품의 적용 차종을 대조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일반 먼지 필터는 기본적인 이물질 여과에 초점을 맞추고, 활성탄이 들어간 제품은 외부 냄새를 줄이는 용도로 판매됩니다. 다만 활성탄 필터를 끼운다고 모든 냄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에어컨 내부에 습기나 오염이 남아 있다면 냄새가 계속 날 수 있습니다. 비싼 필터를 고르기 전에 현재 불편이 먼지인지, 외부 냄새인지, 에어컨 작동 직후의 퀴퀴한 냄새인지 구분해 두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글로브박스에 있는 차라면 이렇게 교체합니다
많은 승용차는 조수석 글로브박스 뒤에 필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차에 따라 접근 위치와 분해 방법이 다르므로, 작업 전에 사용설명서의 필터 교체 항목을 확인하세요. 시동과 송풍기를 끄고 글로브박스 안의 물건을 먼저 비우면 작업하기 편합니다.
- 글로브박스를 천천히 열고 양쪽 스토퍼와 완충용 댐퍼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걸쇠가 잘 보이지 않으면 억지로 당기지 말고 차종별 분해 순서를 다시 확인합니다.
- 필터 덮개의 탭을 눌러 열기 전에 기존 필터의 장착 방향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필터를 빼낼 때는 먼지가 실내로 쏟아지지 않도록 수평을 유지합니다.
- 필터 장착함에 낙엽이 보이면 주변을 가볍게 청소합니다. 깊숙한 곳에 도구를 밀어 넣거나 부품을 무리하게 건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 새 필터를 접거나 구기지 말고 끝까지 밀어 넣은 뒤 덮개와 글로브박스를 원래대로 조립합니다. 송풍기를 켜서 바람이 정상적으로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장착 방향은 특히 헷갈리기 쉽습니다. 필터의 ‘AIR FLOW’ 화살표는 공기가 흐르는 방향을, ‘UP’ 표시는 위쪽을 뜻합니다. 두 표시는 의미가 다르니 화살표만 보고 무조건 위로 향하게 끼우면 안 됩니다. 새 필터의 표기를 읽고, 차량 사용설명서나 기존 필터의 방향과 맞춰 장착하세요.
교체 후에도 냄새가 남는다면 원인을 더 봐야 합니다
새 필터를 끼웠는데도 에어컨을 켠 직후 퀴퀴한 냄새가 반복된다면 필터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냉각 과정에서 생긴 습기가 에어컨 내부에 남거나 배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냄새가 납니다. 특히 송풍량 저하가 심하거나 조수석 바닥이 젖는 증상까지 있다면 점검을 받는 편이 낫습니다.
교체 작업 자체는 차종에 따라 몇 분 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작은 플라스틱 걸쇠를 무리하게 당기면 오히려 수리할 일이 생깁니다. 제 차를 관리할 때도 필터를 새것으로 바꾸는 것만큼 장착 방향과 교체 뒤 송풍 상태를 확인하는 데 신경을 씁니다. 그 두 가지만 챙겨도 단순한 소모품 교체가 훨씬 확실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