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깍두기를 담그면 같은 재료를 놓고도 어떤 그릇은 아삭하고, 어떤 그릇은 국물이 흥건해집니다. 차이는 대개 무를 절인 뒤 나온 물을 얼마나 남겼는지, 양념을 어떤 순서로 넣었는지에 있어요. 제가 집에서 무 1개로 담글 때 쓰는 양을 적어둘게요.
무 1kg에 맞춘 재료와 계량
손질한 무 1kg이면 반찬통 한 통 정도 나옵니다. 무는 묵직하고 단단한 것으로 고르세요. 잎이 붙어 있다면 잘라내고, 껍질에 상처가 깊지 않으면 깨끗이 씻어 얇게 벗기면 됩니다.
- 무 1kg, 절임용 굵은소금 20g, 설탕 10g
- 고춧가루 35g, 멸치액젓 25g, 새우젓 15g
- 다진 마늘 20g, 다진 생강 5g, 양념용 설탕 10g
- 쪽파 40g
- 찹쌀가루 8g, 물 80ml
계량스푼보다 저울이 편합니다. 특히 소금은 종류마다 한 숟가락의 무게가 달라요. 새우젓이 없으면 멸치액젓을 10g 더 넣되, 마지막에 간을 보고 소금은 필요한 만큼만 추가하세요. 찹쌀가루가 없다면 풀을 생략해도 됩니다. 양념이 무에 붙는 힘은 조금 약해지지만 맛있게 익어요. 쪽파도 없으면 빼도 괜찮습니다.
무는 2cm로 썰어 35분 절입니다
무를 가로세로 약 2cm 크기로 썰어 큰 볼에 담습니다. 굵은소금 20g과 설탕 10g을 골고루 뿌리고 한 번 뒤집어 주세요. 20분 뒤 다시 섞고, 모두 합쳐 35분 정도 절입니다. 시간을 무조건 늘리기보다 한 조각을 먹어보는 게 정확해요. 겉은 부드럽게 휘고 속은 아삭하면 됐습니다.
절인 무는 체에 받쳐 10분 정도 물을 빼고, 나온 물은 버립니다. 씻으면 무 표면의 간이 빠지고 양념도 묽어지기 쉬워요. 단, 무를 먹었을 때 짠맛이 강하다면 물에 재빨리 한 번 헹군 뒤 물기를 충분히 빼세요. 이때는 양념을 버무린 후 간을 다시 맞추면 됩니다.
무를 너무 작게 썰면 빨리 절지만 익은 뒤 물러지기 쉽고, 3cm가 넘으면 겉에만 양념 맛이 납니다. 제가 처음 가게에서 큰 깍두기를 만들 때 절이는 시간만 늘렸다가 겉은 짜고 속은 밍밍했던 적이 있어요. 집에서는 2cm 안팎이 다루기 편합니다.
풀을 식힌 뒤 고춧가루부터 입힙니다
작은 냄비에 찹쌀가루 8g과 물 80ml를 먼저 섞어 덩어리를 풉니다. 약불에 올려 2~3분 저어가며 끓이세요. 묽은 미음처럼 되면 불을 끄고 완전히 식힙니다. 뜨거운 풀을 무에 넣으면 무가 금방 숨이 죽고 풋내도 도드라질 수 있어요.
물기를 뺀 무에 고춧가루 35g을 먼저 넣고 1분 정도 버무립니다. 무 표면에 고춧가루가 붙으면서 색이 고르게 나요. 그다음 식힌 풀, 멸치액젓, 잘게 다진 새우젓, 마늘, 생강, 설탕을 넣습니다. 쪽파는 3cm 길이로 잘라 마지막에 살살 섞으세요. 처음부터 액젓과 풀을 붓고 섞으면 고춧가루가 그릇 바닥의 물에 뭉쳐, 무에는 양념이 듬성듬성 묻기 쉽습니다.
버무린 직후 한 조각을 먹으면 약간 짭짤하고 단맛은 살짝 느껴지는 정도가 좋습니다. 무에서 물이 더 나오고 익으면서 맛이 달라져요. 너무 싱거우면 액젓을 5g씩 추가하고, 너무 짜면 손질한 무를 100~150g 더 썰어 섞으세요. 이때 추가한 무에는 소금을 더 뿌리지 않습니다.
국물 양을 보며 익히고 냉장합니다
깍두기를 깨끗한 용기에 담고 손으로 가볍게 눌러 빈 공간을 줄입니다. 발효하면서 국물이 올라오니 용기는 80% 정도만 채우세요. 따로 물을 붓지 않습니다. 절임물을 버렸어도 무에서 국물이 충분히 나와요.
실내가 20~22℃라면 반나절 정도 두었다가 냉장고로 옮깁니다. 기포가 조금 보이거나 뚜껑을 열었을 때 새콤한 향이 나면 냉장할 때예요. 실내가 덥다면 실온에 오래 두지 말고 바로 냉장하세요. 냉장고에서는 2~3일 뒤부터 맛이 들기 시작합니다. 용기 크기와 냉장고 온도에 따라 익는 속도가 다르니 하루에 한 조각씩 맛보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다음 날 국물이 지나치게 많아도 전부 버리지는 마세요. 무가 잠길 만큼은 남겨야 윗부분이 마르지 않습니다. 맛이 밍밍하면 국물을 조금 덜어 액젓 5g과 고춧가루 5g을 풀어 다시 섞고, 반나절 냉장해 맛이 고르게 퍼지게 합니다. 반대로 너무 시어졌다면 설탕으로 맛을 덮기보다 볶음밥이나 깍두기 국밥에 쓰는 편이 좋아요.
깍두기는 담근 날의 간보다 이틀 뒤의 식감으로 기억에 남더라고요. 무를 알맞게 절이고, 나온 물을 빼고, 고춧가루를 먼저 입히는 순서만 지키면 집에서도 아삭한 맛을 꾸준히 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