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김장 속을 버무리다 보면 같은 재료를 써도 어떤 그릇은 촉촉하고, 어떤 그릇은 바닥에 국물이 흥건해집니다. 무를 써는 굵기와 양념을 넣는 순서가 달라서 그래요. 저는 재료를 한꺼번에 섞기 전에 절임배추의 물기부터 봅니다. 배추가 덜 빠진 물을 품고 있으면 속을 아무리 되직하게 만들어도 나중에 묽어지거든요.
절임배추 10kg에 맞춰 재료를 계량해요
아래 양은 물기를 뺀 절임배추 10kg 기준입니다. 배추 포기 수는 크기에 따라 달라지니 무게를 기준으로 잡는 편이 정확해요. 절임배추는 채반에 엎어 2~3시간 물을 빼고, 두꺼운 줄기 사이에 고인 물도 손으로 가볍게 털어줍니다. 배추를 꼭 쥐어 짜면 잎이 상하니 털어내는 정도면 됩니다.
- 무 1.5kg, 고춧가루 350g
- 쪽파 300g, 갓 300g
- 다진 마늘 250g, 다진 생강 40g
- 양파 200g, 배 300g
- 새우젓 150g, 멸치액젓 200ml와 간 조절용 50ml
- 찹쌀가루 40g, 물 350ml
갓이 없으면 빼도 됩니다. 대신 쪽파를 더 넣겠다면 100g 정도만 늘리세요. 채소가 많아질수록 시간이 지나며 물도 더 나옵니다. 배는 단맛을 부드럽게 하지만 꼭 필요한 재료는 아니에요. 배가 없을 때 물이나 설탕으로 같은 부피를 채울 필요도 없습니다. 양파와 마늘만으로 속의 맛을 낼 수 있어요.
처음부터 액젓 250ml를 모두 붓지 않는 이유는 절임배추의 짠맛이 집집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새우젓도 제품마다 짠 정도가 달라요. 남겨 둔 액젓 50ml는 마지막에 배추 잎과 함께 맛을 본 뒤 쓰는 양입니다.
무채와 풀을 먼저 준비해요
무는 껍질의 상한 부분만 도려내고 3mm 안팎 두께로 채 썹니다. 길이는 4~5cm면 배추 잎 사이에 넣기 편해요. 너무 가늘면 버무리는 동안 부러지고 물이 빨리 나옵니다. 예전에 수업에서 무채를 아주 곱게 썰었더니 처음에는 보기 좋았는데, 배추에 바를 때쯤 속이 축 늘어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약간 굵다 싶게 썹니다.
찹쌀가루 40g은 찬물 350ml에 먼저 풀어 덩어리를 없앱니다. 냄비를 중약불에 올리고 바닥을 계속 저어 주세요. 끓기 시작해 윤기가 나고 주걱으로 그었을 때 바닥 자국이 잠깐 보이면 불을 끕니다. 대개 끓기 시작한 뒤 2~3분이면 됩니다. 풀은 넓은 그릇에 옮겨 완전히 식힙니다. 뜨거운 풀을 채소에 부으면 쪽파와 갓이 숨이 죽고, 고춧가루도 한곳에 뭉치기 쉬워요.
쪽파와 갓은 씻은 뒤 물기를 충분히 털어 3~4cm 길이로 자릅니다. 양파와 배는 갈고, 새우젓은 건더기가 크면 칼로 한두 번 다져 둡니다. 씻은 채소에 물방울이 남아 있으면 계량한 물 외에 물이 더 들어가는 셈입니다. 특히 갓의 잎 사이와 쪽파 뿌리 쪽을 살펴주세요.
고춧가루부터 입혀야 무채가 고르게 물들어요
큰 그릇에 무채와 고춧가루를 넣고 손으로 가볍게 뒤집어 섞습니다. 10분 정도 두면 무에서 나온 수분에 고춧가루가 젖어 붉은빛이 고르게 퍼져요. 무를 소금에 미리 절이지는 않습니다. 이미 절임배추와 젓갈에 간이 있으니 무까지 절이면 전체 짠맛을 가늠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다음 식힌 찹쌀풀, 간 양파와 배, 마늘, 생강, 새우젓, 멸치액젓 200ml를 넣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듯 섞어 양념을 고르게 묻힌 뒤 쪽파와 갓을 마지막에 넣으세요. 파와 갓을 처음부터 오래 치대면 잎이 뭉개지고 풋내가 나기 쉽습니다. 완성된 속은 한 움큼 쥐었다 놓았을 때 형태가 느슨하게 남고, 손가락 사이로 국물이 줄줄 흐르지 않는 정도가 좋습니다.
간은 속만 한 숟가락 먹어 판단하지 마세요. 절임배추의 작은 잎에 속을 평소 넣을 만큼 올려 함께 먹어야 실제 맛에 가깝습니다. 싱거우면 남겨 둔 액젓을 1큰술씩 더해 다시 맛봅니다. 새우젓이 없다면 일단 빼고 버무린 다음, 배추 잎과 함께 맛보며 액젓을 조금씩 보태세요. 새우젓 150g을 액젓으로 한 번에 바꾸면 짜지기 쉽습니다.
속이 묽거나 짜졌을 때는 이렇게 수습해요
그릇 바닥에 국물이 고이면 먼저 무채가 지나치게 가늘었는지, 채소 물기가 남았는지 확인합니다. 버무린 지 얼마 안 됐다면 5분 정도 두었다가 속을 위아래로 다시 섞어 보세요. 그래도 흘러내릴 만큼 묽다면 무채 200~300g과 고춧가루 20~30g을 더해 10분 두고 농도를 봅니다. 찹쌀가루를 날것으로 넣어 되직하게 만들지는 마세요. 가루 맛이 남습니다.
짠맛은 배추에 얹어 먹었을 때 확인합니다. 속만 먹고 짜다고 물을 붓으면 김치에서 국물이 더 생겨요. 배추와 함께 먹어도 분명히 짜다면 무채 200g씩 추가해 섞고 다시 맛보세요. 반대로 단맛이 튀면 설탕이나 액젓으로 곧장 덮기보다 무채를 조금 더 넣는 편이 균형을 잡기 쉽습니다.
배추에 속을 넣을 때는 두꺼운 줄기 쪽에 조금 더 바르고 얇은 잎 끝에는 적게 발라야 한 포기의 맛이 고릅니다. 저는 속을 만든 직후보다 마지막 한 포기를 버무릴 때 간을 한 번 더 봐요. 시간이 지나며 무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작은 확인 한 번이 김장통 바닥의 국물 양까지 바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