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서울 도심 마라톤에서 20대 참가자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보고, 평소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도 마음이 무거웠을 것 같습니다. 대회에 나갈 계획이 있다면 사고가 어떻게 알려졌는지와 내 몸에서 어떤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를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날 대회에서 확인된 일
연합뉴스가 서울시 등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6년 10월 11일 오전 8시 49분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인근에서 ‘2026 서울달리기’ 참가자인 20대 여성이 쓰러졌습니다. 대회 관계자가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참가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숨졌습니다.
후속 보도에는 하프코스의 약 20.6㎞ 지점, 결승선까지 약 500m를 남긴 곳에서 쓰러졌다고 나옵니다. 하프마라톤의 전체 거리는 21.0975㎞입니다.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무리하기 쉬운 구간이지만, 그 지점에서 쓰러졌다는 사실만으로 사고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보도 당시 정확한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탈수나 심장질환 같은 원인을 단정하는 글도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병력과 검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원인을 고인의 사례에 대입하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사고에서 확인된 사실은 달리던 중 쓰러졌고, 응급조치와 병원 이송 뒤 사망했다는 데까지입니다.
젊고 운동을 잘해도 몸의 신호는 따로 봐야 합니다
평소 기록이 좋거나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와 달리기 경험만으로 대회 당일의 몸 상태를 알 수는 없습니다. 미국심장협회는 격렬한 운동 중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 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운동을 멈추고 의학적 평가를 받도록 안내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 편하게 뛰던 속도인데 갑자기 숨이 유난히 차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면, 기록을 맞추려고 계속 달릴 일이 아닙니다. 달리다가 실신한 적이 있다면 회복한 뒤에도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역시 실신과 어지럼증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진료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더운 날에는 판단할 항목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더위 속 운동 중 힘이 빠지거나 쓰러질 듯하면 활동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안내합니다. 다만 이번 사고가 더위나 탈수 때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달리기 안전 수칙과 이번 사건의 사망 원인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대회 전에는 기록보다 출발할 몸 상태를 먼저
접수할 때 정한 목표 기록이 대회 당일까지 꼭 지켜야 할 약속은 아닙니다. 전날부터 몸살 기운이 있거나 잠을 거의 못 잤다면 출전 여부를 다시 판단하는 편이 좋습니다. 운동 중 가슴 통증, 설명하기 어려운 호흡곤란, 실신을 경험했다면 대회 전에 의료진과 상의할 이유가 더 분명합니다.
출발한 뒤에도 계획은 바뀔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평소보다 빠른 무리를 따라가기보다 몸이 익숙한 속도로 시작하고, 컨디션이 달라지면 속도를 낮추거나 멈추는 겁니다. 남은 거리가 500m든 5㎞든 이상 신호 앞에서는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완주를 포기하는 결정은 아쉽지만, 그날의 기록보다 몸 상태를 우선하는 선택입니다.
참가자 개인의 준비만으로 모든 응급상황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대회를 고를 때 급수대 위치와 함께 의료진, 응급차, 자동심장충격기 배치 안내가 있는지 확인할 만합니다. 현장에서 누가 어디로 신고하고 어떻게 의료진을 부를 수 있는지도 대회 운영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옆 사람이 쓰러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 갑자기 쓰러지면 먼저 반응을 확인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와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질병관리청 안내에 따르면 반응이 없고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이라면 즉시 가슴압박을 시작합니다. 자동심장충격기가 도착하면 전원을 켜고 음성 안내에 따르면 됩니다.
대회 관계자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함께 달리던 사람이나 응원하던 사람도 119 신고, 의료진 호출, 자동심장충격기 요청을 도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의식이 있는 사람에게 물을 억지로 먹이거나, 쓰러진 이유를 짐작하며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현장에서는 원인을 맞히는 것보다 상태를 확인하고 도움을 빨리 연결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이번 소식은 달리기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평소 즐기는 운동일수록 ‘늘 하던 거니까 괜찮다’는 마음이 들기 쉽습니다. 출발선에서는 몸 상태를 다시 보고, 달리는 동안에는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대회 운영도 참가자가 그런 결정을 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