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무대 1967회 선곡을 따라가니 가을이 깊어졌다

가요무대 1967회 선곡을 따라가니 가을이 깊어졌다

얼마 전 가요무대 1967회 선곡표를 훑다가 ‘가을비 우산 속’에서 손이 멈췄다. 비 오는 날이면 괜히 오래된 노래를 찾게 되는데, 이번 회차는 첫 곡부터 그 마음을 정확히 건드린다. 2026년 10월 5일 방송된 1967회의 제목은 ‘가을 흔적’. KBS 다시보기 기준 길이는 52분 54초다. 재하부터 최성수까지 여덟 명의 출연자가 열두 곡을 이어 부른다. 이야기의 반전 같은 스포일러는 없는 음악 방송이지만, 무대를 처음 만나는 재미를 위해 곡의 흐름과 관전 포인트 위주로 적어본다.

첫 곡부터 가을비가 내리는 선곡

문을 여는 곡은 재하의 ‘가을비 우산 속’이다. 제목만 들어도 젖은 길과 우산 아래의 풍경이 떠오른다. 이어 서유석이 ‘가는 세월’과 ‘홀로 아리랑’을 부른다. 비에서 시간으로, 개인의 기억에서 더 넓은 정서로 시선이 옮겨가는 순서다. 이번 회차의 ‘가을’이 단순히 계절 배경으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여기서부터 생긴다.

그다음 구수경의 ‘빗물’, 유지우의 ‘사랑했어요’가 놓인다. 앞의 두 곡이 만든 차분한 분위기를 비와 이별의 노래가 이어받는 셈이다. 특히 ‘사랑했어요’는 김현식의 노래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테니, 익숙한 원곡을 마음속에 두고 다른 목소리로 듣는 재미가 있다. 원곡과 똑같기를 기대하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나는 이런 무대에서 누가 더 잘 불렀는지를 가리기보다, 익숙한 가사가 새 목소리를 만나 어떻게 들리는지에 귀가 간다.

익숙한 노래 사이에 성악 무대가 들어온다

중간에는 소프라노 신델라의 ‘동심초’와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의 ‘세월이 가면’이 이어진다. 앞선 대중가요 무대와는 목소리를 쓰는 방식부터 달라서, 같은 ‘그리움’을 노래해도 결이 달리 느껴질 만한 대목이다. 이 변화가 반가운 사람도 있겠지만, 오래된 가요의 편안한 흐름을 더 좋아한다면 잠깐 낯설 수 있다. 그 간격까지 포함해 이번 선곡의 개성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회차 제목과 방송 시기가 가장 또렷하게 맞닿는 곡이다. 앞부분에 비와 세월, 이별의 이미지가 이어졌기에 여기서 분위기가 조금 환해지는 구성이 자연스럽다. 날짜가 10월 5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들으면 제목 속 ‘10월’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가을 노래를 한 가지 감정으로만 묶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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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는 하남석과 최성수의 두 곡씩

후반부에는 하남석이 ‘바람에 실려’와 ‘밤에 떠난 여인’을, 최성수가 ‘동행’과 ‘기쁜 우리 사랑은’을 각각 두 곡씩 선보인다. 한 가수의 목소리를 한 곡만 듣고 넘기지 않는 구성이라, 중반부까지 여러 출연자의 노래를 따라왔다면 여기서는 조금 더 느긋하게 머물 수 있다.

곡 제목의 흐름도 재미있다. 비로 시작한 회차가 바람과 밤을 지나 ‘동행’에 닿고, 마지막에는 ‘기쁜 우리 사랑은’으로 끝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쓸쓸함만 밀어붙였다면 꽤 무거웠을 텐데, 마지막 두 곡이 다른 온도를 남긴다. 다만 빠른 전개와 큰 무대 효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53분가량의 호흡이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다. 노래 한 곡이 끝난 뒤 다음 곡의 제목을 음미하는 시간이 즐겁다면 오히려 이 속도가 잘 맞는다.

이런 날 다시 틀고 싶은 회차

가요무대 1967회는 화려한 출연진 경쟁보다 선곡의 연결을 따라 듣는 맛이 크다. 재하와 유지우의 무대를 통해 익숙한 노래의 다른 목소리를 만나고, 신델라와 길병민의 무대에서 분위기 변화를 느낀 뒤, 하남석과 최성수의 두 곡씩을 천천히 듣는 식이다. 열두 곡을 순서대로 듣기 부담스럽다면 마음에 남은 곡부터 찾아도 좋겠지만, 나는 첫 곡에서 마지막 곡까지 이어지는 계절감이 이 회차의 매력이라고 본다.

가을이라는 말은 자칫 쓸쓸함 하나로 끝나기 쉽다. 그런데 이번 선곡에는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는 노래도, 누군가와 함께 걷는 듯한 노래도 있다. 비 오는 저녁에 틀면 첫 곡이 먼저 마음에 남을 것 같고, 맑은 날에는 마지막 곡이 더 오래 따라올 것 같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노래를 다시 듣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작은 차이 아닐까 싶다.

가요무대 1967회 선곡을 따라가니 가을이 깊어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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