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안방 커튼을 다시 달다가 예전에 뚫어 둔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창문 가운데만 보고 레일을 달았더니, 커튼을 열 때 한쪽으로 모인 천이 창을 가렸던 자리였죠. 커튼 레일 설치는 나사를 조이는 시간보다 위치를 재고 천장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제가 한 창을 작업할 때도 준비부터 청소까지 보통 1~2시간은 잡습니다.
레일을 사기 전에 창과 천장을 재세요
먼저 창틀 너비가 아니라 커튼이 실제로 움직일 길이를 잽니다. 커튼을 활짝 열었을 때 천이 양옆 어디에 모일지도 함께 보세요. 벽 끝까지 가릴 계획이라면 벽 사이 폭을 재고, 창만 가릴 거라면 창 양옆에 커튼이 모일 공간을 더합니다. 레일을 자르거나 여러 개 연결할 수 있는지는 제품마다 다르니 주문 전에 구성품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레일을 댈 위치에서는 커튼 천을 내려뜨린다고 생각하고 창 손잡이, 돌출된 창턱, 난방기와 닿지 않는지도 살핍니다. 천장과 바닥 사이 높이도 한쪽만 재지 말고 좌우와 가운데에서 재세요. 바닥이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으면 같은 길이의 커튼도 한쪽만 끌릴 수 있습니다. 이미 커튼을 샀다면 고리부터 원단 끝까지의 길이를 기준으로 설치 높이를 잡는 편이 정확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고정할 면입니다. 커튼박스 안에 단단한 목재가 있는지, 콘크리트인지, 석고보드인지 확인하세요. 겉면만 보고는 알기 어려운 집도 많습니다. 특히 두꺼운 암막 커튼이나 이중 커튼을 석고보드에 달 때는 보드용 앙카 몇 개만 믿고 진행하지 않습니다. 보강된 위치와 제품의 허용 하중을 확인할 수 없으면 설치 기사나 시공 업체에 맡기는 게 안전합니다. 조명이나 콘센트로 이어지는 배선, 배관 위치가 불분명한 곳도 임의로 뚫지 마세요.
준비물과 비용은 이 정도로 잡습니다
기본 준비물은 레일 세트, 제품에 맞는 브래킷과 러너, 마감캡, 줄자, 연필, 수평계, 드라이버, 안정적인 작업 발판입니다. 타공이 필요하면 천장 재질에 맞는 드릴 비트와 나사·고정재, 보안경, 먼지를 받을 봉투도 챙깁니다. 두 사람이 작업하면 한 사람이 레일을 받쳐 줄 수 있어 표시와 고정이 훨씬 수월합니다. 의자를 포개 올라가는 식으로 발판을 대신하지는 마세요.
재료비는 레일 길이와 구성품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예를 들어 이케아의 140cm 싱글 커튼 레일은 1개에 1만 5천 원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같은 길이의 레일 두 개가 필요하면 레일 값만 3만 원이고, 연결 부품이나 러너, 커튼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판매 가격과 구성은 바뀔 수 있으니 구매할 때 다시 확인하세요. 드릴을 새로 사야 한다면 한 번의 설치를 위해 구입하기보다 공구 대여를 먼저 알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제 기준으로 치수 확인과 표시 20~30분, 타공과 브래킷 고정 20~40분, 레일 결합과 커튼 걸기 20~30분을 잡습니다. 콘크리트 타공에 익숙하지 않거나 기존 구멍을 피해야 하면 더 걸립니다. ‘10분 설치’라는 말에는 대개 측정, 공구 준비, 먼지 청소가 빠져 있습니다.
표시부터 하고 브래킷을 고정하세요
레일을 천장에 대기 전에 바닥에서 브래킷 위치를 먼저 맞춰 봅니다. 양 끝만 지지하면 레일 가운데가 처질 수 있으므로 브래킷 수와 간격은 구매한 제품의 설치 설명을 따릅니다. 레일을 잇는 제품은 이음부 지지 방법도 확인하세요. 임의로 간격을 넓히면 처음에는 멀쩡해 보여도 커튼을 여닫을 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설치 위치를 정했다면 양 끝에 연필로 표시하고 수평계를 대봅니다. 창틀 윗선이 곧 수평선이라고 믿으면 의외로 비뚤어질 때가 있습니다. 표시한 자리 아래에 보양지를 깔고, 타공 가능한 구조와 배선·배관 위치를 확인한 뒤에만 구멍을 뚫습니다. 콘크리트는 콘크리트용 비트와 그에 맞는 고정재를 쓰고, 목재는 목재용 나사 길이와 두께를 확인합니다. 천장 재질을 모르거나 드릴이 예상보다 쉽게 깊이 들어가면 그 자리에서 멈추세요. 구멍을 더 크게 내도 고정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브래킷은 한쪽을 끝까지 조이기 전에 나머지 위치가 표시와 맞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모두 고정한 다음 손으로 가볍게 흔들어 유격이 없는지 봅니다. 나사가 헛돌거나 마감재가 함께 움직이면 커튼을 걸지 말고 고정 방식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이 단계에서 잠깐 멈추는 편이, 떨어진 레일과 천장 구멍을 수습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레일을 끼운 뒤 커튼을 끝까지 움직여 보세요
제품 방식에 따라 러너를 레일에 먼저 넣고 마감캡을 닫은 뒤 브래킷에 결합합니다. 순서를 바꾸면 레일을 다시 빼야 할 수 있으니 조립 설명을 한 번 펼쳐 두세요. 커튼 핀과 러너 수도 미리 맞춥니다. 레일만 달아 놓고 핀이 부족한 걸 알면 작업이 거기서 멈춥니다.
커튼을 건 뒤에는 가운데에서 양 끝까지 천천히 열고 닫아 봅니다. 이음부에 러너가 걸리는지, 커튼이 손잡이나 창턱에 쓸리는지, 한쪽 끝에서 천이 창을 가리는지 확인하세요. 레일이 기울어 보인다면 커튼 주름 때문에 생긴 착시인지 수평계로 먼저 확인합니다. 위치를 바꿔야 한다면 새 구멍부터 뚫지 말고 필요한 이동 폭과 기존 구멍 간격을 다시 재야 합니다.
제가 가장 아쉬웠던 설치는 나사를 삐뚤게 조인 날보다 치수를 서둘러 잰 날이었습니다. 커튼은 매일 여닫는 물건이라 작은 걸림도 계속 눈에 띕니다. 첫 구멍을 뚫기 전 20분을 쓰는 게 오래 편하게 쓰는 길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