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스피커를 보니 커피보다 약속이 보였다

스타벅스 스피커를 보니 커피보다 약속이 보였다

얼마 전 스타벅스의 겨울 증정품 사진을 보다가 손가락이 멈췄다. 다이어리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작고 둥근 스피커였다. 커피를 파는 브랜드가 왜 스피커를 줄까. 12년 동안 브랜드 일을 하며 굿즈를 볼 때마다 제품보다 그 뒤의 의사결정을 먼저 보게 됐다. 이번 스타벅스 스피커도 그랬다.


17잔을 모으면 스피커가 따라온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2026년 10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겨울 e-프리퀀시를 진행한다.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해 제조 음료 17잔을 구매하고 스티커를 모으면 증정품을 예약할 수 있다. 선택지는 포터블 스피커, 가방, 플래너다. 스타벅스 스피커는 프랑스 디자인 브랜드 렉슨의 ‘미노 티’ 모델로, 그린과 핑크 두 색상으로 나왔다. 고리가 있어 걸어 쓸 수 있고, 두 대를 연결하면 스테레오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스타벅스 코리아의 설명이다.


17잔이라는 숫자는 익숙하다. 그런데 고객이 느끼는 거리는 매번 다르다. 평소 자주 가는 사람에게는 몇 주간의 구매를 한 브랜드에 모으는 일이다. 가끔 가는 사람에게는 스피커를 얻으려고 일부러 음료를 더 사는 일일 수 있다. 같은 행사라도 한쪽에는 보상이고 다른 쪽에는 추가 지출이다. 그래서 이 굿즈의 가치를 따질 때 17잔의 총액을 곧바로 스피커 가격과 비교하면 실제 선택을 놓치기 쉽다.


커피가 끝난 뒤에도 브랜드를 남기는 물건


플래너는 스타벅스의 오래된 연말 문법이다. 새해를 준비하는 책상 위에 브랜드가 머문다. 스피커는 조금 다르다. 음악을 틀 때마다 쓰고, 집이나 여행지에 걸어 둘 수도 있다. 매장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의 기억을 생활 공간으로 옮기는 물건인 셈이다. 브랜드가 고객의 하루에 들어갈 자리를 한 칸 더 만드는 방식이다.


여기서 렉슨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스피커를 처음부터 직접 만들었다고 내세우기보다 이미 디자인으로 알려진 제품을 골랐다. 고객은 스타벅스라는 이름뿐 아니라 물건 자체의 쓰임새도 보고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그 선택이 곧 제품 만족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예쁜 사진과 실제 사용 경험 사이에는 늘 간격이 있다. 소리, 배터리, 내구성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이 충분히 써본 뒤에야 쌓인다.


기획자 입장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굿즈를 받는다’는 기대가 커피 구매를 이어 붙인다는 점이다. 한 잔씩 마실 때는 작은 소비지만, 앱에 쌓이는 스티커는 다음 방문의 이유가 된다. 스피커는 그 여정의 끝에 놓인 눈에 보이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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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증정품보다 운영 방식이 더 눈에 띈다


이번 행사는 평소와 같은 연말 행사로만 보기 어렵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26년 5월 마케팅 논란 이후 예정됐던 여름 e-프리퀀시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런 시간을 지나 돌아온 겨울 행사라면 고객이 보는 것도 달라진다. 디자인이 예쁜지와 함께, 모은 사람에게 약속한 경험을 제대로 제공하는지를 보게 된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올해 예약이 마감된 일부 증정품의 취소 물량을 순서대로 신청할 수 있는 대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앱에서 불량 교환을 접수하고 처리 현황을 확인하는 기능도 마련했다. 겉으로는 편의 기능이지만 브랜드 관점에서는 꽤 큰 변화다. 인기 굿즈를 얻기 위해 17잔을 채운 고객에게 예약 과정이 막막하게 느껴지면, 즐거웠던 적립 경험까지 불만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약 대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않는다. 증정품은 한정 수량이고, 매장과 날짜별로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 물량이 소진되면 톨 사이즈 무료 음료 쿠폰 3장으로 대체 지급될 수 있다는 안내도 있다. 규칙을 미리 알리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고객이 기대한 건 스피커인데 실제로 받는 건 쿠폰이라면, 제도가 허용하더라도 감정까지 같을 수는 없다. 브랜드의 약속은 약관에 적힌 최소 조건과 고객이 마음속에 그린 장면 사이에서 평가된다.


스피커의 인기와 브랜드 신뢰는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스피커는 사진 한 장으로 관심을 끌기 좋다. 색상이 선명하고 크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연말 선물처럼 느껴지는 물건이라 스티커를 모을 이유도 분명하다. 이런 굿즈는 고객의 방문을 늘리고 대화를 만드는 데 힘이 있다. 다만 관심이 쏠릴수록 예약과 수령 과정의 작은 마찰도 더 크게 보인다. 수요를 자극하는 기획과 그 수요를 감당하는 운영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스타벅스 스피커를 보며 내가 떠올린 질문은 ‘얼마나 많이 모을까’보다 ‘받는 날까지 기분이 좋을까’였다. 브랜드는 고객에게 커피를 한 잔 더 마실 이유를 줄 수 있다. 그다음에는 고객이 시간을 들여 모은 기대를 다룰 책임이 생긴다. 이번 겨울의 스피커가 오래 남는 굿즈가 될지는 책상 위에서 나는 소리만큼, 그 물건을 손에 넣기까지의 기억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 스피커를 보니 커피보다 약속이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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