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매 물건은 등기부 한 줄을 잘못 읽으면 돈이 나갑니다. 청약 상담을 하다 보니 가점 계산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봅니다. 부모님과 같이 산다는 말만 듣고 부양가족을 두 명 더 넣었다가, 주민등록초본을 떼어 보고 숫자를 고치는 식입니다. 계산기는 입력한 대로 점수를 보여줍니다. 그 숫자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서류가 말해줍니다.
먼저 범위를 분명히 할게요. 여기서 말하는 부양가족 점수는 민영주택 일반공급 가점제 기준입니다. 국민주택이나 특별공급은 선정 방식과 자격을 따로 봐야 합니다. 저는 청약 가점 계산기 부양가족 칸을 채우기 전에 입주자모집공고부터 펴놓습니다.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놓치면, 지금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거든요.
가족이 네 명인데 부양가족은 세 명인 집
청약 신청자, 배우자, 미혼 자녀 두 명이 함께 사는 집을 떠올려 보죠. 가족은 네 명이지만 신청자 본인은 부양가족 수에서 빠집니다.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요건을 충족하면 부양가족은 세 명, 이 항목 점수는 20점입니다. 부양가족이 0명이면 5점이고 한 명 늘 때마다 5점씩 올라, 6명 이상이면 최고 35점입니다. 가점제 전체 84점 가운데 부양가족 점수의 비중이 큽니다.
그래서 입력 실수가 더 무섭습니다. 배우자를 빼고 두 명으로 입력하면 점수를 낮춰 본 셈이지만, 요건을 확인하지 않은 부모님을 더해 다섯 명으로 입력하면 10점을 높여 본 셈입니다. 이 차이로 당첨권이라고 판단해 신청할 수도 있죠. 나중에 서류 심사에서 숫자가 달라지면 계산기 화면은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배우자는 주민등록표상 세대가 분리돼 있어도 부양가족으로 봅니다. 반면 자녀와 부모님은 같은 주소에 산다는 설명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누구의 주민등록표에 언제부터 등재됐는지, 혼인이나 주택 소유 이력은 없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국토교통부 주택청약 안내에도 신청자 본인은 제외하고 가족관계별 요건을 따로 적용한다고 나옵니다.
부모님 두 분을 넣기 전에 봐야 할 날짜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부모님을 부양가족으로 세려면 신청자가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세대주여야 합니다. 해당 직계존속은 공고일을 기준으로 최근 3년 이상 계속 신청자 또는 배우자와 같은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등재돼 있어야 합니다. 배우자가 따로 세대를 이루며 그쪽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세대주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공고일이 11월 1일인데 부모님 전입일이 3년 전 11월 10일이라면 아직 3년이 안 됐습니다. 며칠 차이라도 계산기에는 두 분을 넣지 않는 쪽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중간에 주소를 옮긴 적이 있다면 현재 등본만 보고 연속 기간을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주민등록초본의 주소 변동 내역까지 펼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택 소유도 걸립니다. 직계존속과 그 배우자 중 한 명이라도 주택을 소유하면 원칙적으로 두 분 모두 부양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60세 이상 부모님 소유 주택은 청약에서 무주택으로 보는 경우가 있어 헷갈립니다. 국토교통부 안내는 그 무주택 인정 규정을 부양가족 판단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부모님이 60세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두 분의 부양가족 점수를 넣으면 위험합니다. 소형·저가주택 같은 별도 판정 사유가 얽혀 있다면 해당 공고와 공급 주체의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서른 살 자녀는 함께 살아도 기간을 따진다
자녀는 미혼 여부부터 봅니다. 혼인한 자녀는 함께 살아도 부양가족으로 인정되지 않고, 이혼한 자녀도 미혼 자녀로 보지 않습니다. 만 30세 미만 미혼 자녀라면 공고일 현재 신청자 또는 배우자와 같은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등재돼 있는지 확인합니다. 만 30세 이상 미혼 자녀는 여기에 최근 1년 이상 계속 같은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기간까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31세 자녀가 직장을 옮기며 부모님 집으로 전입한 지 8개월 됐다면, 같이 식사하고 생활비를 보태더라도 그 자녀를 부양가족으로 넣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오래 함께 살았다는 기억만 믿고 입력했는데 취업 때문에 잠시 세대를 분리한 기록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대목에서 당사자의 기억보다 날짜가 찍힌 서류를 믿습니다.
해외 체류 이력도 그냥 넘길 부분은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주택청약 안내에 따르면 만 30세 이상 미혼 직계비속은 최근 1년 중 연속 90일을 초과해 해외에 체류한 이력이 있으면 부양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직계존속도 최근 3년 내 연속 90일 초과 해외 체류 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은 그대로 두고 실제로는 장기간 해외에 머문 가족이 있다면 출입국 사실까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산기보다 먼저 펼쳐야 할 서류
제가 권하는 순서는 간단합니다. 먼저 신청하려는 단지의 입주자모집공고에서 공급 유형과 공고일을 확인합니다. 그다음 주민등록등본으로 현재 세대 구성과 세대주를 보고, 주민등록초본으로 부모님 3년·성인 자녀 1년의 연속 등재 기간을 확인합니다. 가족관계증명서로 관계와 혼인 여부를 맞춘 뒤 주택 소유 여부를 살핍니다. 해당 가족에게 해외 체류 이력이 있다면 그 기간도 대조합니다. 이 과정을 마친 뒤 청약홈 가점 계산기에 숫자를 넣는 게 순서입니다.
- 배우자: 세대가 분리돼 있어도 부양가족 수에 포함되는지 확인
- 부모님: 신청자의 세대주 여부, 최근 3년 연속 등재, 부모님 부부의 주택 소유 여부 확인
- 자녀: 미혼 여부와 동일 주민등록표 등재 여부 확인, 만 30세 이상이면 최근 1년 연속 기간 확인
- 공통: 입주자모집공고일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해당 공고의 제출 서류와 기준 대조
이건 사람을 숫자로 세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사람에게 붙은 조건을 하나씩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경매에서 점유자를 만나기 전 등기와 현황을 대조하듯, 청약도 신청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가족관계와 날짜를 대조해야 합니다. 점수 5점을 더 얻는 일보다, 인정되지 않을 5점을 미리 빼는 일이 훨씬 값질 때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