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경매 물건을 보러 갔다가 지인에게 청약 점수부터 다시 계산해 보자고 했습니다. 본인은 50점쯤 된다고 했는데, 주민등록표와 주택 처분일을 맞춰 보니 40점대 초반이었습니다. 경매에서는 등기부 한 줄을 놓치면 돈이 나가고, 청약에서는 날짜 하나를 잘못 넣으면 당첨 뒤에 자격을 소명해야 할 수 있습니다. 숫자가 쉬워 보여도 대충 입력하면 곤란합니다.
청약 가점 계산 방법은 세 항목을 더하는 겁니다. 무주택기간 최대 32점, 부양가족 최대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최대 17점. 합계는 84점입니다. 다만 이 점수표는 민영주택 일반공급의 가점제에 쓰입니다. 특별공급이나 국민주택까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출발부터 어긋납니다. 제가 현장에서 먼저 보는 것도 점수보다 입주자모집공고문입니다. 어떤 공급 유형인지, 가점제가 적용되는 물량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무주택기간은 나이가 아니라 시작일을 본다
가장 많이 틀리는 부분입니다. 무주택기간은 원칙적으로 신청자가 만 30세가 된 날부터 셉니다. 만 30세 전에 혼인했다면 혼인신고일부터 계산합니다. 만 28세 미혼이고 줄곧 집이 없었다고 해도 가점제 무주택기간 점수는 0점입니다. 반대로 만 27세에 혼인신고를 하고 계속 무주택이었다면 그때부터 기간을 따집니다.
점수는 1년 미만 2점에서 시작해 1년이 늘 때마다 2점씩 올라갑니다. 5년 이상 6년 미만은 12점, 6년 이상 7년 미만은 14점, 15년 이상은 만점인 32점입니다. 기준일은 청약을 누른 날이 아니라 입주자모집공고일입니다. 공고일에 5년 11개월이라면 ‘곧 6년’이라고 14점을 넣을 수 없습니다.
과거에 집을 가졌다면 나이만 보고 기간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신청자나 배우자가 주택을 처분했다면 최근에 무주택자가 된 날을 확인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세대 분리돼 있어도 주택 소유 여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분양권이나 공유지분도 주택 소유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소형·저가주택처럼 예외가 걸린 경우는 별도 기준이 있습니다. 이 대목은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등기사항증명서, 계약서, 처분일 자료를 공고문 기준과 맞춰 봐야 합니다.
부양가족은 같이 산다고 모두 올라가지 않는다
부양가족 점수는 0명이어도 5점입니다. 1명 10점, 2명 15점으로 한 명당 5점씩 늘고, 6명 이상이면 35점입니다. 신청자 본인은 인원에 넣지 않습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먼저 가족관계와 주민등록표를 놓고 인정되는 사람을 하나씩 세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말만으로 점수를 더하면 위험합니다. 신청자의 직계존속은 신청자가 세대주이고, 공고일을 기준으로 최근 3년 이상 신청자 또는 배우자와 같은 주민등록표에 계속 등재돼 있어야 합니다. 직계존속과 그 배우자 중 한 명이라도 집을 소유한 경우에는 두 사람 모두 부양가족으로 인정되지 않는 기준도 있습니다. 자녀가 만 30세 이상이면 최근 1년 이상 같은 주민등록표에 계속 등재됐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등본을 최근에 합쳤다면 실제로 오래 함께 살았어도 가점 계산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종종 봅니다. 부모님을 부양가족으로 넣어 5점을 올렸는데, 공고일 기준 합가 기간이 2년 11개월인 겁니다. 한 달 차이가 작아 보여도 인정 요건은 넘지 못합니다. 청약에서는 ‘대략 3년’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통장 점수는 본인 기간에 배우자 점수를 더한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점수는 6개월 미만 1점, 6개월 이상 1년 미만 2점, 1년 이상 2년 미만 3점입니다. 이후 1년마다 1점씩 올라가 본인 통장 가입기간이 15년 이상이면 17점입니다. 오래 넣은 납입액이 이 가점 항목의 점수를 계속 올려주는 구조는 아닙니다. 가입일과 가입기간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민영주택 일반공급 가점제에서는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일부 합산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통장 가입기간이 1년 미만이면 1점, 1년 이상 2년 미만이면 2점, 2년 이상이면 3점입니다. 다만 본인 점수와 합쳐도 통장 항목의 상한은 17점입니다. 본인 통장만으로 이미 17점이라면 배우자 통장 때문에 총점이 87점으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배우자 점수를 신청할 때 필요한 가입 확인 자료도 청약홈 안내에 맞춰 준비해야 합니다.
42점이 나온 사례를 공고일 기준으로 다시 계산했다
가상의 사례로 숫자를 맞춰 보겠습니다. 신청자는 만 36세이고 만 30세 이후 계속 무주택입니다. 공고일 기준 무주택기간이 6년 이상 7년 미만이라면 14점입니다. 부양가족으로 인정되는 사람이 배우자와 자녀 1명이라면 2명, 15점입니다. 본인 통장 가입기간이 8년 이상 9년 미만이면 10점이고, 배우자 통장이 2년 이상이면 3점을 더할 수 있습니다. 합계는 14점+15점+10점+3점으로 42점입니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도 ‘만 36세니까 무조건 6년’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생일과 공고일 사이에 따라 실제 기간이 5년대일 수 있고, 과거 주택 소유 이력이 있으면 시작일 자체가 바뀝니다. 자녀가 같은 세대에 등재돼 있는지, 배우자 통장 가입 확인 자료가 맞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저는 경매 권리분석할 때 말소기준권리부터 날짜순으로 적는데, 청약 점수도 비슷하게 공고일·혼인신고일·주택 처분일·통장 가입일을 한 줄에 놓으면 오류가 잘 보입니다.
점수가 맞아도 청약 자격과 자금 계획은 별개입니다. 지역과 면적에 따른 1순위 요건, 예치금, 재당첨 제한 등은 공고문에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당첨되면 계약금과 이후 납부할 돈도 현실적으로 마련해야 하고요. 경매에서 낙찰가만 보고 취득세와 수리비를 빼먹으면 수익 계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청약도 가점 숫자만 보고 신청하면 뒤에서 막힐 수 있습니다. 점수를 높게 적는 것보다 내 서류로 설명할 수 있는 점수를 적는 게 오래 보면 훨씬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