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자도에 갈 때마다 배표보다 먼저 확인하는 게 내리는 항구입니다. 상추자도 추자항에 내려야 할 일정인데 하추자도 신양항 도착편을 잡으면, 섬에 발을 딛자마자 이동 계획이 틀어집니다. 제주에서 출발할지, 진도나 완도에서 들어갈지보다 돌아오는 배의 항구와 시간을 먼저 맞춰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출발지보다 도착항을 먼저 고른다
추자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제주항, 진도항, 완도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씨월드고속훼리의 산타모니카호는 진도와 제주를 오가며 상추자도 추자항에 기항합니다. 송림해운의 송림블루오션호는 제주와 완도 사이를 다니며 하추자도 신양항에 들릅니다. 같은 ‘추자도 배편’이라도 선박을 바꾸면 섬에서 출발하는 자리까지 달라지는 셈입니다.
진도에서 상추자도로 들어가는 산타모니카호는 안내 시간표상 약 45분, 제주와 상추자도 사이는 약 50분입니다. 제주에서 신양항으로 가는 송림블루오션호는 약 2시간을 잡습니다. 빠른 배가 늘 편한 것은 아닙니다. 첫날 묵을 곳이 신양리라면 신양항에 내리는 편이 낫고, 대서리에서 짐을 풀고 나바론 하늘길을 걸을 생각이라면 추자항 도착편이 동선에 맞습니다.
시간표에 보이는 시각은 고정된 약속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선박 점검, 계절별 편성, 기상에 따라 같은 요일에도 운항편이 달라집니다. 2026년 가을 씨월드고속훼리 안내에는 진도 출발 오전 8시와 추자 출발 오전 9시 10분 편이 보였지만, 특정 여행일에도 그대로 운항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왕복표를 고를 때 날짜별 운항 달력과 실제 예매 가능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왕복표는 돌아오는 항구까지 맞춘다
제주에서 아침 배로 신양항에 들어가고 저녁 배로 제주에 돌아오는 일정은 가능한 날이 있습니다. 다만 복귀편이 신양항에서 떠나는지, 추자항에서 떠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진도에서 오전 산타모니카호를 타고 추자항에 내린 뒤 오후 같은 선박으로 진도로 나오는 일정도 날짜별 편성에 달려 있습니다. 들어가는 표만 먼저 끊고 현장에서 나올 배를 찾기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섬입니다.
예매 화면에서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제주·추자’라고만 읽지 말고 상추자 또는 하추자 표기를 끝까지 봅니다. 서로 다른 선사의 배를 조합할 계획이라면 두 편의 항구와 운항일을 각각 확인합니다. 여객 운임도 좌석 등급, 주말과 성수기, 유류할증료에 따라 달라져 오래된 가격표 하나로 예산을 잡기 어렵습니다. 차량을 가져갈 때는 사람 좌석과 차량 선적을 따로 확인하고, 차종별 가능 여부와 선적 마감 시각을 선사에 물어보는 게 정확합니다.
출항 당일에는 신분증과 승선권에 적힌 터미널·부두를 다시 봅니다. 출항 시각에 터미널에 도착하면 늦을 수 있습니다. 발권과 승선 마감은 그보다 앞섭니다. 결항이나 지연 여부는 선사 안내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운항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에서 비행기로 돌아가야 한다면 추자도에서 나온 날 바로 항공편을 촘촘하게 붙이는 일정은 피하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섬에서는 버스 시간에 맞춰 걷는다
추자도에는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잇는 910번 마을버스가 다닙니다. 대서리에서 영흥리, 묵리, 신양리, 예초리를 거쳐 돌아오는 노선입니다. 제주버스정보시스템에는 신양항 여객선 도착에 맞춘 증회 운행도 안내돼 있습니다. 그래도 배에서 내리자마자 버스가 기다릴 거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당일 시간표를 보고, 숙소가 항구에서 멀다면 픽업 가능 여부도 미리 확인합니다.
추자항에 내린 날은 짐을 맡기고 대서리 골목에서 봉글레산이나 나바론 하늘길 쪽으로 걷는 동선이 자연스럽습니다. 신양항에 내렸다면 신양리에서 식사와 숙소를 먼저 해결하고 하추자도 쪽을 보는 편이 덜 분주합니다. 두 항구 사이를 걸어서 오갈 수도 있지만, 배 시간에 쫓기는 날에는 버스를 이동 수단으로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바람이 강한 날의 오르막은 지도에서 본 거리보다 오래 걸립니다.
제주올레도 상추자와 하추자 코스로 나뉩니다. 길 전체를 걷겠다면 반나절짜리 가벼운 산책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절벽 길과 잦은 오르내림이 있어 식사, 휴식, 항구 복귀까지 넣으면 하루가 빠듯합니다.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한 코스를 무리하게 완주하는 것보다 숙소를 잡고 이틀에 나눠 걷는 일정이 더 잘 맞았습니다.
하룻밤 묵을 생각으로 날짜를 잡는다
당일치기는 배가 제시간에 뜨고, 도착항과 귀항항 사이 이동까지 맞아떨어질 때만 여유가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추자도에서 가장 아쉬운 일정이 배를 타고 들어와 점심 한 끼 먹고 바로 항구로 돌아가는 일정입니다. 섬의 굴곡을 보기도 전에 시계부터 보게 됩니다. 낚시나 올레길이 목적이라면 1박을 기본으로 잡고, 걷는 시간이 긴 사람은 2박도 과하지 않습니다.
숙소는 대서리와 신양리 가운데 어느 항구를 쓸지 정한 뒤 고릅니다. 성수기 주말에는 배 좌석과 방을 같은 날 확인하고, 비수기에는 식당 영업과 숙소 식사 제공 여부를 먼저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늦게 들어가는 배를 탔다면 저녁 식사를 현장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줄여야 합니다. 배가 묶일 경우 하루 더 머무를 여유와 필요한 약, 충전기 정도는 가방에 넣어둡니다.
낚시나 해안 활동을 계획했다면 물때도 확인해야 합니다. 만조와 간조 시각은 국립해양조사원 예보로 볼 수 있지만, 물때가 좋아도 파도와 바람이 거칠면 갯바위에 내려서는 안 됩니다. 추자도는 바다가 일정을 허락해주는 섬에 가깝습니다. 배편과 숙소, 돌아오는 항구까지 맞춰두면 그제야 발걸음을 늦추고 섬을 볼 시간이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