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를 싣는 줄에 서 있는데 옆 차 운전자가 승선권을 다시 사러 뛰어간 적이 있다. 사람 표는 샀지만 차량 선적은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섬에 들어갈 때 차도선 여객선을 고르는 일은 배 시간을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돌아오는 차 자리와 섬 안의 도로까지 봐야 일정이 잡힌다.
배 시간보다 먼저 돌아오는 편을 본다
내가 섬 일정을 짤 때 가장 먼저 여는 것은 귀항편이다. 들어가는 배가 오전에 있어도 나오는 배가 오후 일찍 끊기면 트레킹 한 코스만 걸어도 마음이 급해진다. 반대로 마지막 배까지 여유가 있다면 차 없이 들어가 천천히 걷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배가 하루에 몇 번 뜨는지, 중간 기항지가 있는지, 왕복 모두 같은 항구를 쓰는지부터 확인한다.
차도선은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배를 일상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여객선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모두 차량을 싣는 것은 아니다. 같은 섬으로 가는 항로에도 사람만 타는 배와 차량을 실을 수 있는 배가 따로 있을 수 있다. 예매 화면에서 목적지만 보고 고르면 현장에서 계획이 틀어진다. 선박 이름과 차량 선적 가능 여부를 함께 읽어야 한다.
시간표는 여행 날짜에 맞춰 다시 확인한다. 성수기에는 임시편이 생기기도 하고, 비수기에는 운항 횟수가 줄거나 요일별로 달라질 수 있다. 물때에 따라 접안 조건이 달라지는 항로도 있다. 인터넷에서 본 작년 시간표보다 운항 선사의 해당 날짜 안내가 우선이다. 한국해운조합의 여객선 예매 서비스에서 항로를 찾고, 차량 예약 방식과 승선 장소는 선사 안내로 한 번 더 맞춘다.
차를 가져갈지는 섬에 도착한 뒤를 떠올려 결정한다
차도선이 있다고 무조건 차를 싣지는 않는다. 선착장부터 숙소까지 멀고, 마을과 트레킹 들머리가 흩어져 있으며, 섬 안에 쓸 만한 대중교통이 없다면 차량이 시간을 아껴준다. 짐이 많은 가족 여행도 그렇다. 반면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걸을 만하고 길이 좁은 섬이라면 차량 운임과 선적 대기 시간에 비해 얻는 게 적다. 하루 코스를 걸은 뒤 같은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라면 육지 항구에 차를 두고 들어가는 편이 간단하다.
섬 안의 도로는 지도에서 보는 것보다 체감이 다르다. 해안길이 한 차로로 좁아지는 곳, 마을 안에 차를 세울 자리가 거의 없는 곳도 있다. 숙소에 주차할 수 있는지, 목적지까지 일반 승용차로 갈 수 있는지 미리 물어본다. 차를 싣는 비용만 계산하고 현지에서 계속 주차 자리를 찾는다면 그 차는 짐이 된다.
특히 당일치기라면 배를 타고 내리는 시간까지 동선에 넣어야 한다.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멀리 있는 전망대를 찍고 돌아오는 계획은 귀항편이 한 번 지연돼도 흔들린다. 선착장 가까운 마을부터 보고, 남는 시간에 길을 더 걷는 순서가 편하다. 섬 여행에서 욕심낸 한 장소보다 여유 있는 귀항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승객 표와 차량 자리를 각각 확인한다
차량을 가져간다면 왕복으로 사람의 승선권과 차량 선적 자리를 각각 확인한다. 승객 좌석이 남아 있어도 차량 공간은 먼저 찰 수 있다. 운전자 요금이 차량 운임에 포함되는지도 선사마다 확인해야 한다. 예약할 때 차량 번호와 차종을 정확히 입력하고, 높이나 길이가 큰 차량이나 지붕에 짐을 단 차라면 선적 가능 조건을 따로 묻는다.
항구에는 도보 승객보다 일찍 도착할 생각으로 움직인다. 차량 선적 시작과 마감 시각은 항로와 선박마다 다르다. 어떤 선사는 차량에 출항 1시간 30분 전 도착을 권하지만, 이를 모든 항로의 기준으로 쓰면 안 된다. 예약 안내에 적힌 도착 시각을 따르고, 출발 터미널과 실제 선적 부두도 확인한다. 항구 이름이 같아도 승선 장소가 나뉘는 경우가 있다.
선적 차례가 오면 동승자는 먼저 내려 여객 승선 절차를 밟고 운전자는 현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차를 올린다. 차를 세운 뒤에는 필요한 짐을 챙겨 객실로 이동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도 차량 선적 시 동승자 하차와 선적 후 운전자의 객실 이동을 안전수칙으로 안내한다. 승선권과 신분증도 사람마다 챙긴다. 미성년자와 동행한다면 인정되는 확인 서류를 예약 단계에서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결항을 감안해 숙박과 귀가 동선을 남겨둔다
바람이 세거나 안개가 짙으면 아침에 운항이 통제될 수 있다. 육지에서 들어가는 배만 걱정하기 쉬운데, 여행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쪽은 섬에서 나오는 배다. 나는 귀가 당일 저녁에 꼭 지켜야 할 약속을 잡지 않는다. 숙소를 예약할 때도 배가 끊기면 하루 더 묵을 수 있는지, 취소·변경 조건이 어떤지 확인한다.
출항 전날에는 선사 공지를 보고, 당일에는 다시 운항 여부를 확인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여객선 운항정보에서도 통제 여부를 살필 수 있다. 그래도 최종 승선 안내는 이용할 선사의 공지가 기준이다. 배가 뜬다는 말만 듣고 집을 나서지 말고, 내 항차와 차량 선적까지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섬에 들어간 뒤에는 돌아오는 날의 첫 동선도 짧게 잡는다. 숙소에서 선착장까지 걸리는 시간, 차를 다시 싣기 위해 기다릴 시간, 기상이 나빠질 때 연락받을 방법을 알아두면 마지막 날이 한결 조용하다. 차도선 여객선은 섬 여행의 편리한 수단이지만, 차를 가져가는 목적이 섬에서의 시간을 넓히는 데 있는지 먼저 따져볼 일이다. 배와 도로에 쓰는 시간이 걷는 시간보다 길어질 섬이라면, 나는 차를 항구에 두고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