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를 정주행하다 보면 배우 소식도 자연스럽게 따라 보게 된다. 차은우가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소식을 봤을 때도 그랬다. 화면 속 인물에 몰입했던 마음과 현실의 논란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과문 한 편으로 끝난 이야기인지 궁금해 이후 소식까지 찾아봤다.
직접 전한 사과는 어떤 내용이었나
차은우를 둘러싼 논란은 모친이 설립한 법인과 그의 연예 활동 수입을 국세청이 어떻게 판단했는지에서 시작됐다. 2026년 1월, 200억 원대 세금 추징 통보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소속사 판타지오는 법인의 실질과 과세 여부를 두고 다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에는 최종 판단이 끝난 사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중요했다.
차은우는 1월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글을 올려 팬들과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상처와 피로감을 줬다며 사과했다. 조세 관련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관계 기관의 판단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군 복무를 논란 회피와 연결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입대가 그런 선택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소속사의 입장문 뒤에 당사자가 직접 말한 만큼, 팬들에게는 더 무겁게 읽혔을 법하다.
4월 8일에는 다시 사과문을 올렸다. 입장을 늦게 전한 점을 사과하며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법인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과정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책임을 가족이나 회사에 돌리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두 번째 글에서 눈여겨본 건 사과의 표현보다 자기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였다.
200억 원과 130억 원, 숫자가 다른 이유
보도를 따라가면 처음에는 ‘200억 원대’, 이후에는 ‘약 130억 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서로 다른 사건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앞의 숫자는 처음 알려진 추징 규모이고, 뒤의 숫자는 차은우 측이 밝힌 실질 납부액이다. 뉴시스가 전한 판타지오 설명에 따르면 기존에 납부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가운데 중복 과세된 부분이 환급되면서 실제 부담액이 약 130억 원 수준이 됐다.
숫자가 크다 보니 제목만 읽으면 200억 원을 냈다가 130억 원을 또 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보도된 흐름은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반대로 납부액이 조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처음 제기된 쟁점이 전부 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대목은 금액의 차이와 과세 자체에 대한 판단을 따로 놓고 읽어야 덜 헷갈린다.
세금을 냈는데 왜 다시 심판을 청구했을까
8월에는 새로운 소식이 나왔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차은우는 세금을 납부한 뒤, 7월에 약 130억 원의 과세 처분을 다투는 조세심판을 청구했다. 판타지오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법률적 판단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부 사실과 과세에 동의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여기서 보는 사람의 마음이 갈릴 수 있다. 사과하고 세금도 냈으니 충분히 책임을 보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과세에 불복할 생각이었다면 4월의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두 반응 모두 이해된다. 다만 조세심판을 청구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과가 거짓이었다거나, 거꾸로 잘못이 없었다고 단정하는 건 아직 이르다.
남은 쟁점은 모친 법인이 실제로 어떤 업무를 했고, 그에 따른 수입을 어떻게 과세해야 하는지다. 뉴시스가 전한 법조계 설명도 법인의 실질적인 역할을 판단의 중심에 놓았다. 공개된 사과문이나 기사 제목만으로 그 부분을 확정할 수는 없다. 지금은 사과, 납부, 심판 청구가 각각 있었다는 사실을 구분해 보는 편이 정확하다.
작품을 보는 마음도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차은우가 출연한 작품을 볼 때 배우의 표정이나 장면의 분위기를 먼저 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을 알고 나니 같은 장면을 다시 보더라도 배우를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복잡할 것 같다. 어떤 시청자는 작품과 배우의 사생활을 분리해서 볼 테고, 어떤 시청자는 논란이 떠올라 몰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작품의 줄거리를 미리 알 필요 없이, 그 차이만으로도 감상은 꽤 달라진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의 작품을 권한다면 지금의 논란을 모른 척하고 ‘그냥 재미있다’고만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렇다고 작품을 좋아했던 기억까지 억지로 지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과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내게는 앞으로의 설명과 조세심판 결과, 그리고 그 뒤의 행동을 함께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아했던 배우의 소식이라 더 눈길이 갔지만, 팬심만으로 답을 서둘러 내리고 싶지는 않다. 직접 전한 사과는 출발점이었다. 그 말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는 아직 진행 중인 절차와 앞으로의 태도가 보여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