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방어를 손질할 때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칼은 잘 드는데 살이 왜 이렇게 너덜너덜해지죠?” 방어는 힘으로 밀어 썰수록 살이 뭉개집니다. 먼저 비늘과 내장을 치우고, 뼈를 따라 포를 뜬 뒤, 껍질과 가시를 따로 처리하면 훨씬 수월해요. 제가 처음 주방에서 방어를 잡았을 때도 급한 마음에 껍질부터 벗겼다가 미끄러운 살을 붙잡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칼을 대기 전에 생선과 작업대부터 확인해요
처음부터 한 마리를 맡기 부담스럽다면 생선가게에서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두 쪽으로 포를 떠 달라고 하세요. 집에서는 가시와 껍질만 손질하면 됩니다. 회로 먹을 계획이라면 구매할 때 회용으로 손질된 방어인지, 언제 손질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예요. 구이용으로 산 생선을 집에서 씻고 썬다고 회용이 되지는 않습니다.
통방어를 손질한다면 날이 선 긴 칼, 미끄러지지 않는 도마, 키친타월, 뼈를 뽑을 집게를 준비합니다. 칼이 짧아도 가능하지만 한 번에 길게 움직이기 어려워 살 표면이 거칠어지기 쉬워요. 도마 밑에는 젖은 행주를 깔아 고정하고, 생선을 만진 손과 도구가 채소나 완성된 음식에 닿지 않게 구분하세요. 식품안전나라도 생선과 다른 식품의 교차 오염, 낮은 보관 온도를 강조합니다.
한 번에 먹을 양만 꺼내는 것도 손질의 일부예요. 회 두 사람이 먹는다면 손질된 방어살 400~500g 정도를 기준으로 잡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둡니다. 작업 중인 살도 오래 실온에 놓아두지 마세요. 냉장고는 5℃ 이하로 유지하고, 회는 손질한 뒤 가능한 한 빨리 먹는 편이 좋습니다.
통방어는 비늘과 내장을 먼저 치웁니다
비늘은 꼬리에서 머리 방향으로 긁어냅니다. 지느러미 주변과 배 밑에 남기 쉬우니 손끝으로 거친 곳을 확인하세요. 비늘을 먼저 없애야 이후 칼과 도마에 비늘이 달라붙는 일을 줄일 수 있어요. 이어 아가미 뒤쪽에 칼집을 넣어 머리를 떼고, 항문에서 머리 쪽으로 배를 얕게 가릅니다. 칼끝을 깊이 넣으면 내장이 터져 살에 묻을 수 있으니 껍질만 연다는 느낌이면 충분합니다.
내장을 꺼낸 뒤 배 안쪽의 검붉은 피막과 핏덩이를 긁어내고 흐르는 물로 씻습니다. 이때까지는 물을 써도 되지만, 포를 뜬 살은 물에 오래 담그거나 여러 번 씻지 않아요. 물기가 남으면 칼이 미끄러지고 살맛도 흐려집니다. 씻은 통방어는 키친타월로 배 속과 겉면의 물기를 꼼꼼히 닦으세요. 아가미나 내장을 직접 처리하기 어렵다면 가게에서 여기까지 부탁하는 편이 낫습니다.
뼈를 따라 포를 뜨고 가시를 빼요
생선을 옆으로 눕힌 뒤 등지느러미를 따라 머리 쪽에서 꼬리 쪽으로 얕은 칼집을 냅니다. 첫 칼에 살을 다 떼려 하지 말고, 같은 길을 두세 번 지나며 칼끝이 가운데 뼈에 닿는 감각을 찾으세요. 배 쪽도 뼈를 따라 열고, 꼬리 쪽 살을 떼어낸 다음 머리 쪽으로 칼을 길게 움직이면 한쪽 포가 나옵니다. 뒤집어서 반대쪽도 같은 순서로 뜹니다. 이렇게 양쪽 포와 가운데 뼈로 나누는 게 흔히 말하는 세 장 뜨기예요.
포 안쪽의 굵은 배뼈는 칼날을 뼈 아래에 바짝 붙여 얇게 저며냅니다. 가운데 줄에 남은 잔가시는 손가락으로 살을 쓸어 위치를 찾고 집게로 가시 방향을 따라 뽑아요. 가시가 많고 살이 찢어진다면 그 줄만 폭 1~2cm 정도로 길게 도려내도 됩니다. 회 모양을 지키려다 가시를 남기는 것보다 훨씬 편해요. 자른 살은 잘게 썰어 구이나 국물 요리에 쓰면 됩니다.
껍질을 벗긴 뒤 먹기 좋게 썰어요
포를 껍질이 아래로 가게 놓고 꼬리 쪽 살 2~3cm를 살짝 떼어 손잡이를 만듭니다. 그 끝을 키친타월로 잡고 칼날을 도마와 거의 나란히 눕혀 껍질과 살 사이로 밀어 넣으세요. 칼을 위로 세우면 껍질에 살이 많이 붙습니다. 한 번에 안 나가면 억지로 당기지 말고 칼을 짧게 앞뒤로 움직여요. 칼에 기름이 묻어 미끄러우면 닦고 다시 시작합니다.
껍질을 벗긴 뒤 보이는 짙은 붉은 살은 혈합육입니다. 색만 보고 상했다고 판단할 부분은 아니에요. 다만 맛이 진해서 부담스럽다면 얇게 덜어낼 수 있습니다. 살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표면이 끈적하고 상태가 의심스럽다면 회로 먹지 마세요. 익히면 괜찮겠지 하고 상태가 나쁜 생선을 살려 쓰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썰 때는 살결을 가로지르며 칼을 한 번 길게 당깁니다. 두께는 등살 5~7mm, 기름진 뱃살 4~6mm부터 잡아 보세요. 너무 두꺼워 씹기 부담스러우면 조금 얇게, 살이 부서지면 칼을 다시 닦고 차갑게 둔 뒤 썰면 됩니다. 집에서는 부위마다 모양을 똑같이 만드는 것보다 가시 없이 차갑고 깔끔하게 내는 편이 훨씬 중요해요.
손질하다 살이 찢어졌다면 억지로 회 접시에 맞출 필요 없어요. 상태가 좋은 살은 한입 크기로 썰어 바로 먹고, 모양이 흐트러진 부분은 충분히 익혀 구이로 내면 됩니다. 방어 손질은 칼솜씨보다 서두르지 않는 순서에서 차이가 납니다. 비늘, 내장, 뼈, 가시, 껍질을 하나씩 처리하면 다음에는 칼이 어디로 가야 할지 손에 잡힐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