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자도에 갈 때마다 저는 돌아오는 배부터 확인합니다. 섬에서 한 시간 더 걷고 싶은 마음은 늘 생기지만, 그 한 시간이 귀항을 놓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추자도 여행은 제주 여행 중 하루를 떼어 넣는 방식보다 배가 닿는 항구와 돌아갈 날짜를 먼저 정할 때 훨씬 편해집니다.
가는 배보다 돌아오는 배를 먼저 고른다
추자도로 들어가는 항로는 제주·진도·완도 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볼 것은 도착 항구입니다. 상추자의 추자항에 내리는 배와 하추자의 신양항에 내리는 배가 있어요. 숙소를 추자항 근처에 잡고 신양항에 도착한다면, 배에서 내린 뒤에도 이동 계획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왕복표를 예매할 때 선박 이름보다 입항지와 출항지를 두 번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제주에서 오전 배로 신양항에 들어가 오후 배로 나오는 일정이라면 섬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6시간 남짓입니다. 점심을 먹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빼면 걸을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죠. 진도에서 아침 배로 추자항에 들어가는 일정은 섬에 머무는 시간이 비교적 길지만, 이것도 해당 날짜에 두 항차가 모두 운항할 때 이야기입니다. 시간표와 운항 항로는 바뀔 수 있으니 예매할 때 가보고싶은섬과 선사의 해당 날짜 안내를 함께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출항 전날에는 날씨 예보만 보지 말고 실제 운항 공지도 확인합니다. 바람이 불어도 배가 뜨는 날이 있고, 육지에서는 잠잠해 보여도 해상 상황 때문에 통제되는 날이 있습니다. 저는 추자도에서 나온 직후 다른 지역으로 가는 마지막 교통편을 잡지 않습니다. 결항으로 하루 묵게 됐을 때 다음 일정까지 한꺼번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신분증도 짐에 넣어 두지 말고 승선할 때 꺼내기 쉬운 곳에 챙깁니다.
항구에 내리면 숙소와 버스부터 확인한다
추자도는 상추자와 하추자가 다리로 이어져 있지만, 걸어서 아무 곳이나 금방 닿는 작은 동네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추자항 주변에는 식당과 숙소를 찾기 수월한 편이고, 신양항은 하추자 쪽 동선을 시작하기 좋습니다. 저는 배에서 내려 먼저 숙소에 짐을 맡길 수 있는지 확인하고, 돌아갈 항구까지 어떻게 갈지 시간을 적어 둡니다. 그 뒤에 걷기 시작해야 마음이 가볍습니다.
섬 안에서는 910번 추자도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주 시내버스처럼 지나가면 곧 다음 차가 오는 식으로 계획하면 일정이 꼬입니다. 제주버스정보에서 방문 날짜의 시간표와 정류장을 확인하고, 배 도착 시각에 맞는 차편도 현장에서 다시 묻는 편이 좋습니다. 택시는 필요할 때 바로 잡힌다고 가정하지 마세요. 다리가 불편한 일행이 있거나 숙소가 항구에서 멀다면 숙소에 픽업 가능 여부와 비용을 미리 물어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숙박은 전망 사진보다 위치를 보고 고릅니다. 다음 날 추자항에서 나갈 사람은 추자항 가까운 숙소가 편하고, 신양항에서 아침 일찍 움직일 사람은 하추자 숙소가 동선을 줄여 줍니다. 성수기에는 배표와 방을 함께 확보해야 하고, 비수기에는 식당 영업일과 숙소 식사 제공 여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늦게 도착해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겠다는 계획은 이 섬에서 자주 빗나갑니다.
걷는 날은 올레길을 하루에 한 코스만 잡는다
제주올레 안내 기준으로 상추자 올레 18-1코스는 11.4㎞에 4~5시간, 하추자 올레 18-2코스는 9.7㎞에 3~4시간입니다. 둘 다 난도가 높은 편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예전 글에는 추자 올레를 한 코스로 소개한 내용도 있어 거리 숫자가 다를 수 있는데, 지금 계획을 세울 때는 18-1과 18-2를 나눠 보는 편이 맞습니다. 두 코스를 하루에 모두 걷겠다는 계획은 배 시간까지 끼면 꽤 빡빡합니다.
처음 온 사람과 걷는다면 저는 추자항 쪽에 짐을 놓고 상추자 마을길과 추자등대 주변부터 갑니다. 바다와 마을을 번갈아 보며 걸을 수 있고, 시간이 모자라면 돌아서기도 비교적 쉽습니다. 걷는 데 익숙한 일행이라면 다음 날 하추자로 넘어가 돈대산 쪽 길과 예초리 방향을 잡습니다. 전망을 보려고 오르는 구간이 있으니 운동화보다는 바닥이 단단한 신발이 낫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흙길과 돌계단에서 속도가 더 느려집니다.
모진이몽돌해변은 하추자 동선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때 들를 만합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상추자에서 왕복 이동할 정도로 우선순위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당일치기라면 전망 좋은 곳 한두 군데에 오래 머무는 편이 버스 시간을 맞추느라 여러 곳을 훑는 것보다 기억에 남습니다. 낚시가 목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방파제와 갯바위 출입 조건, 물때와 바람 방향을 먼저 확인해야 하니 걷기 일정과 같은 기준으로 짜면 안 됩니다.
당일치기와 1박 2일은 이렇게 다르다
당일치기라면 도착한 항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신양항에 내렸다면 하추자 한 구간을 걷고 식사한 뒤 같은 항구로 돌아오는 방식입니다. 추자항에 내렸다면 상추자 마을과 등대 주변을 보고 돌아오면 됩니다. 두 섬을 오가며 유명한 곳을 모두 넣으면 실제로는 버스 대기와 이동에 시간을 많이 씁니다. 귀항 배 출항 시각보다 넉넉히 일찍 항구에 도착하도록 마지막 방문지를 정하세요.
1박 2일이면 첫날은 배 도착 시각에 맞춰 짧게 걷고, 둘째 날 오전에 긴 구간을 걷는 편이 여유롭습니다. 다만 둘째 날 배가 이른 시각에 떠난다면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숙소 예약 전에 귀항편을 보는 겁니다. 여름에는 햇볕을 피할 곳과 물을 채울 곳을 염두에 두고, 겨울에는 짧은 해와 바람을 계산해야 합니다. 계절에 따라 같은 10㎞도 체감 시간이 꽤 다릅니다.
추자도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관광지가 이어지는 섬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조금 심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항구의 생활 소리와 오르막 끝에 펼쳐지는 바다를 천천히 볼 사람에게는 하루가 짧습니다. 저는 이 섬에 갈 때마다 가볼 곳 목록보다 돌아올 배표와 신발 상태를 먼저 봅니다. 그 두 가지가 맞으면, 남은 시간은 섬의 속도에 맡겨도 괜찮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