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강의에서 “국제형사재판소에는 일반인도 들어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들어간다’는 말은 세 가지로 읽힙니다. 헤이그의 건물을 방문할 수도 있고, 그곳에서 일할 수도 있고, 어떤 사건을 재판소에 알린다는 뜻일 수도 있지요. 방법은 서로 다릅니다.
먼저 어떤 재판소인지 알아둘까요?
국제형사재판소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상설 재판소입니다. 설립 근거인 로마규정은 1998년 7월 17일 채택됐고, 2002년 7월 1일 발효됐습니다. 재판소가 다루는 범죄는 집단살해,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입니다. 국가 사이의 영토 분쟁을 판정하는 국제사법재판소와는 역할이 다릅니다.
이 재판소는 국가가 아니라 개인의 형사책임을 다룹니다. 그렇다고 세계 어디에서 벌어진 사건이든 곧바로 재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가 발생한 곳이나 혐의를 받는 사람의 국적, 해당 국가의 관할권 수락 여부 등을 따져야 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부도 관할권이 열리는 경로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내 사법기관이 진정으로 수사·기소할 수 있는지도 판단합니다. 이를 ‘보충성’이라고 부릅니다.
건물을 방문하거나 재판을 방청하려면?
국제형사재판소의 현재 방문 안내에 따르면, 일반 방문객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무료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방문자센터를 둘러보거나 공개 심리를 방청하는 데는 보통 사전 등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방문 날짜에 심리가 있는지, 공휴일이나 출입 제한 일정이 있는지는 재판소의 방문 안내와 심리 일정에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입구에서는 유효한 실물 사진 신분증을 제시합니다. 여권, 운전면허증, 신분증이 해당하며 디지털 신분증은 받지 않는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방문증을 받은 뒤 보안 검색을 거쳐 공개 구역으로 들어갑니다. 방문증은 머무는 동안 잘 보이게 착용해야 합니다. 일반 방문이 허용된다는 말이 재판소의 모든 공간에 출입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재판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지만 재판부가 비공개 심리를 명하면 방청할 수 없습니다. 방청석도 한정돼 있습니다. 관심이 큰 심리에서는 별도 등록 절차가 공지될 수 있으므로, 평소의 ‘예약 없이 방문 가능’이라는 안내만 믿고 이동 일정을 잡기는 어렵습니다. 심리 방청 가능 연령은 16세 이상입니다. 안내 방문 프로그램은 일반 방문과 달리 등록이 필요합니다.
방청석에 들어갈 때 지킬 규칙은?
법정 방청석에는 외투, 가방,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물품은 보관함에 맡겨야 합니다. 건물 안에서는 사진 촬영과 녹음·녹화가 금지됩니다. 심리가 시작되거나 끝날 때는 일어서고, 진행 중에는 대화하거나 법정 안의 사람을 가리키는 행동도 삼가야 합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공개한 방청 규칙에 적힌 내용입니다.
현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재판소가 공개하는 심리 중계로 절차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공개 방청과 중계 모두 피해자·증인 보호나 비공개 결정의 영향을 받습니다. ‘공개 재판’이라는 원칙과 실제로 볼 수 있는 장면의 범위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닙니다.
사건을 재판소에 알린다는 뜻이라면?
개인이 어떤 사건을 알리고 싶을 때는 검찰국에 정보를 제출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로마규정 제15조에 따른 ‘정보 제출’입니다. 재판소의 OTPLink 안내에 따르면 개인뿐 아니라 단체도 혐의 사실을 전자 방식이나 우편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와 관련 자료를 구체적으로 적는 방식입니다. 재판소를 직접 방문해 구두로 설명하는 것이 통상적인 접수 방법은 아닙니다.
정보를 보냈다고 곧바로 재판이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검찰국은 그 내용이 재판소의 관할 범죄에 해당하는지, 관할권과 증거 등 조사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는지 평가합니다. 국가가 상황을 회부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회부하는 경로도 있습니다. 뉴스에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했다”는 표현을 볼 때에는 실제로 누가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구별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이라면?
직원 채용, 인턴십, 방문 전문가 프로그램은 재판소의 채용 공고를 통해 지원합니다. 분야도 법률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인사, 통번역, 정보기술 등 여러 직무가 있습니다. 인턴십은 대학 과정의 마지막 해에 있거나 졸업 후 관련 전일제 경력이 3년 미만인 사람이 대상입니다. 방문 전문가 프로그램은 관련 분야의 학위와 최소 3년의 관련 전일제 경력을 요구합니다. 개별 공고의 자격 요건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같은 ‘들어가는 법’이라도 방문객에게는 신분증과 당일 일정이, 사건을 알리는 사람에게는 관할권과 사실 자료가, 지원자에게는 공고별 자격이 기준이 됩니다. 국제형사재판소를 이해할 때도 먼저 그 문턱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구분하면 뉴스의 절차가 조금 더 또렷하게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