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배추 시래기 된장지짐을 만들면 같은 재료로도 결과가 꽤 달라집니다. 어떤 냄비는 시래기가 부드럽고 구수한데, 어떤 냄비는 줄기가 질기고 바닥만 짜요. 제가 주방에서 여러 번 겪은 원인은 대개 세 가지였습니다. 덜 삶은 줄기, 처음부터 센 불, 국물 없이 넣은 된장입니다.
배추 시래기는 배추 겉잎을 말린 것이고, 삶은 뒤 바로 쓰는 배추 겉잎은 보통 우거지라고 부릅니다. 오늘 분량은 삶아서 물기를 짠 배추 시래기 300g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마른 시래기를 샀다면 먼저 불리고 삶아야 하니, 재료 봉지의 무게 300g을 그대로 넣지는 마세요.
2~3인분 재료와 먼저 할 일
- 삶아 물기를 짠 배추 시래기 300g
- 된장 1과 1/2큰술, 약 27g
- 다진 마늘 1큰술, 약 12g
- 들기름 1큰술, 15mL
- 물 또는 멸치 육수 250mL
- 대파 1/2대, 약 30g
- 선택 재료: 들깻가루 1큰술, 청양고추 1개
큰술은 15mL 계량스푼입니다. 집된장은 짠맛 차이가 커서 처음에는 1큰술만 넣고, 마지막에 나머지 1/2큰술을 더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멸치 육수가 없으면 물로 충분합니다. 들깻가루도 없어도 돼요. 있으면 국물이 조금 걸쭉해지고 고소한 맛이 더해지는 정도입니다.
삶은 시래기는 손으로 꼭 쥐었을 때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 만큼 짭니다. 너무 바싹 짜면 양념이 속으로 들어갈 물기까지 없어져요. 4~5cm 길이로 썰고, 굵은 줄기 하나를 손톱으로 눌러봅니다. 눌러도 단단하거나 실처럼 질긴 껍질이 따라오면 그 부분은 벗겨내세요. 손질할 때 5분 더 쓰는 편이 냄비에서 20분 더 끓이는 것보다 효과가 큽니다.
마른 배추 시래기라면 부드럽게 삶기
마른 시래기는 찬물에 잠기도록 넣어 4~6시간 불립니다. 잎이 충분히 펴지면 물을 갈아 새 물에 넣고 끓이세요. 끓기 시작한 뒤에는 중약불로 낮춰 30~50분 삶습니다. 말린 두께와 보관 상태에 따라 시간이 달라서, 시계보다 굵은 줄기를 한 가닥 먹어보는 게 정확합니다. 줄기가 씹히되 딱딱한 심이 남지 않아야 합니다.
불을 끈 뒤 삶은 물 속에서 20분쯤 식히면 줄기 안쪽까지 수분이 들어갑니다. 건져서 두세 번 헹군 뒤 물기를 짜고 필요한 양을 덜어 쓰세요. 제가 처음 요리교실에서 이 단계를 급하게 건너뛰었다가 잎은 푹 퍼지고 줄기만 뻣뻣한 지짐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이미 그렇게 삶아졌다면 줄기를 잘게 썰어 지짐 시간을 늘리는 편이 낫습니다. 된장을 더 넣어도 질긴 식감은 가려지지 않거든요.
마트에서 삶아 포장한 제품을 샀다면 다시 오래 삶을 필요는 없습니다. 한 가닥 먹어보고 부드러우면 헹궈서 바로 쓰세요. 반대로 줄기가 뻣뻣하면 물에 10분 정도 더 삶은 뒤 건지면 됩니다. 제품마다 상태가 달라 이 확인이 꽤 중요합니다.
된장지짐은 볶은 뒤 약불로 끓입니다
먼저 된장 1큰술과 다진 마늘을 시래기에 넣어 손으로 가볍게 버무립니다. 잎 사이에 양념이 들어간 상태로 냄비에 넣어야 한쪽만 짜지 않아요.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중불에서 시래기를 2~3분 볶습니다. 타닥타닥 큰 소리가 나거나 바닥에 된장이 붙기 시작하면 불이 센 겁니다. 그때는 바로 물 2큰술을 먼저 넣어 바닥을 풀어주세요.
물이나 멸치 육수 250mL를 붓고 끓어오르면 약불로 낮춥니다. 뚜껑을 덮고 12분 끓인 뒤 한 번 뒤집고, 뚜껑을 연 채 5~8분 더 끓입니다. 처음 12분은 줄기를 촉촉하게 만드는 시간이고, 마지막 몇 분은 국물을 잎에 붙이는 시간입니다. 처음부터 뚜껑을 열고 센 불로 졸이면 국물만 먼저 사라집니다.
국물이 냄비 바닥에 자작하게 남았을 때 송송 썬 대파를 넣습니다. 맛을 보고 싱거우면 남겨둔 된장 1/2큰술을 국물에 풀어 넣고 2분만 더 끓이세요. 짠맛이 이미 맞으면 넣지 않아도 됩니다. 들깻가루를 쓸 때는 이때 1큰술을 넣고 저어 1분만 더 끓입니다. 들깻가루는 오래 끓일수록 국물을 많이 먹으니, 넣은 뒤 너무 뻑뻑해지면 물 2~3큰술을 보태면 됩니다.
짜거나 질길 때는 이렇게 고칩니다
된장 맛이 너무 세면 물을 한꺼번에 많이 붓지 말고 50mL씩 더해 3분 정도 끓여 맛을 봅니다. 물만 늘리면 밍밍해질 수 있으니 시래기가 더 있다면 삶은 것 50~100g을 보태는 방법도 좋아요. 국물이 거의 없는데 줄기가 아직 질기다면 물 100mL를 넣고 뚜껑을 덮어 약불에서 8~10분 더 익힙니다. 바닥이 눌었다면 탄 부분을 긁어 섞지 말고 위의 시래기만 다른 냄비로 옮기세요.
배추 시래기가 조금 모자라면 삶은 무청 시래기나 데친 배추 겉잎을 섞어도 됩니다. 데친 배추 겉잎은 수분이 많고 금방 부드러워지니, 시래기를 먼저 10분 끓인 뒤 넣고 5분 정도만 더 익히세요. 전체 양이 300g보다 적다면 된장도 비례해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0g이면 된장 1큰술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이 지짐은 갓 끓였을 때보다 불을 끄고 10분쯤 두었을 때 간이 고르게 느껴집니다. 밥 위에 조금씩 얹어 먹어보면 줄기까지 부드러운지 바로 알 수 있어요. 저는 그래서 마지막 간을 보기 전에 늘 한 숟갈 덜어 잠깐 식힙니다. 뜨거울 때는 짠맛이 덜 또렷해서, 그 작은 기다림이 된장을 더 넣는 실수를 줄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