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배생강청을 만들면 같은 재료를 써도 완성된 청의 농도가 꽤 다릅니다. 대개 배에서 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보지 않고 불부터 세게 올린 경우예요. 저도 처음에는 설탕을 빨리 녹이려다 바닥을 눌어붙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배생강청 만들기는 물을 따로 붓지 않고, 배에서 나온 수분으로 설탕을 녹이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배와 생강은 손질한 뒤 무게를 재요
작은 병 두 개 정도를 채울 분량입니다. 배는 껍질과 씨방을 제거한 과육 500g, 생강은 손질한 무게로 80g, 설탕은 580g 준비합니다. 설탕은 손질한 배와 생강의 무게를 합친 만큼 넣는 셈이에요. 배 한 개의 크기는 제각각이라 통째로 무게를 재면 설탕 양이 어긋납니다.
- 배 과육 500g
- 손질한 생강 80g
- 설탕 580g
- 깨끗이 씻어 완전히 말린 병과 뚜껑
생강 향이 부담스럽다면 40g만 쓰고 설탕도 손질한 재료의 합계인 540g으로 줄이면 됩니다. 흰설탕 대신 황설탕을 같은 무게로 써도 되지만 청 색이 진해지고 설탕 향이 조금 더 납니다. 배가 모자라 사과를 섞을 때는 배 과육 중 100g까지만 사과로 바꿔 보세요. 산뜻해지지만 배 특유의 부드러운 향은 그만큼 옅어집니다.
배는 굵게 갈고 생강은 얇게 썰어요
배는 껍질과 씨방을 제거한 뒤 강판의 굵은 면에 갑니다. 믹서로 곱게 갈면 마시기는 편하지만 끓일 때 거품이 많이 올라오고 식감도 탁해지기 쉬워요. 배를 씹히게 먹고 싶다면 5mm 정도로 잘게 썰어도 됩니다. 이때는 수분이 나오는 속도가 조금 느리니 설탕에 재워 두는 시간을 더 주세요.
생강은 흙을 꼼꼼히 씻고 상한 부분을 도려낸 뒤 껍질을 얇게 벗깁니다. 섬유질이 많으므로 결을 가로질러 1~2mm 두께로 썰면 나중에 건더기를 건져 먹기에도 덜 질겨요. 생강을 갈아 넣으면 매운맛이 빨리 퍼지고 청이 탁해집니다. 처음 만든다면 얇게 썰어 향을 내는 쪽이 다루기 쉽습니다.
냄비에 배, 생강, 설탕을 넣고 주걱으로 고루 섞어 20~30분 둡니다. 바닥에 배즙이 고이고 설탕 일부가 젖으면 불을 켤 때예요. 배가 잘게 썰려 수분이 더디게 나온다면 10분 정도 더 기다립니다. 물을 먼저 부으면 당장은 잘 끓지만 완성된 청의 향과 농도를 맞추기가 어려워집니다.
약한 불에서 녹인 다음 짧게 끓입니다
냄비를 약한 불에 올리고 바닥을 훑으며 5~7분 저어 설탕을 녹입니다. 설탕 알갱이가 거의 보이지 않고 가장자리에 작은 기포가 올라오면 중약불로 조금만 올려요. 그 상태에서 8~10분 더 끓이며 가끔 저어 줍니다. 거품이 두껍게 모이면 걷어 내고, 갑자기 크게 끓어오르면 바로 불을 낮춥니다.
처음부터 센 불에 올리면 배즙이 충분히 나오기 전에 바닥의 설탕이 먼저 갈색으로 변합니다. 배 향을 살리고 싶어 시간을 무작정 늘려 끓이는 것도 좋지 않아요. 뜨거울 때는 묽어 보여도 식으면 농도가 올라갑니다. 주걱에서 청이 물처럼 뚝뚝 떨어지지 않고 얇게 이어져 흐르면 불을 끄세요.
냄비를 불에서 내린 뒤 한 번 저어 열을 고르게 식힙니다. 미리 씻어 완전히 말린 병에 청을 옮기고, 김이 가신 다음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습니다. 뜨거운 청을 차가운 유리병에 바로 부으면 병이 깨질 수 있으니 병과 청의 온도 차가 크지 않게 해주세요. 끓였더라도 실온에 두고 오래 보관하는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묽거나 너무 진할 때는 이렇게 수습해요
완전히 식힌 뒤에도 물처럼 묽다면 청을 다시 냄비에 담아 약한 불에서 3~5분만 더 끓입니다. 배 품종마다 수분량이 달라 같은 시간에 끓여도 농도가 다를 수 있어요. 반대로 식은 청이 너무 되직하다면 병 전체에 물을 섞지 말고, 마실 분량을 덜어 따뜻한 물로 풀어 주세요. 병에 물을 더하면 보관 중 상태를 살피기 어려워집니다.
바닥에 설탕 결정이 조금 남았다면 따뜻할 때 약한 불에서 천천히 저어 녹일 수 있습니다. 눌어붙은 부분이 생겼다면 그 자리를 긁어 섞지 마세요. 탄맛이 청 전체로 퍼집니다. 저는 한 번 아깝다고 긁어 넣었다가 배 향보다 쓴맛이 먼저 나는 청을 만든 적이 있어요. 위쪽이 멀쩡하다면 조심해서 다른 냄비로 옮기되, 이미 탄맛이 배었다면 새로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마실 만큼 덜어 쓰고 병은 차갑게 보관해요
따뜻한 물 200ml에 청 1큰술부터 풀어 맛을 본 뒤 더합니다. 생강 향이 강하게 느껴지면 청을 더 넣기보다 물을 조금 늘리는 편이 단맛을 과하게 올리지 않아요. 무가당 탄산수에도 잘 어울리고, 배와 생강 건더기는 잘게 썰어 플레인 요거트에 조금 얹어도 좋습니다.
병은 냉장 보관하고 매번 깨끗하고 마른 숟가락으로 덜어 5~7일 안에 먹는 쪽을 권합니다. 오래 두고 먹을 분량은 한 번 사용할 만큼씩 나누어 냉동해 두세요. 표면에 곰팡이가 보이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면 맛으로 확인하지 말고 버립니다. 배생강청은 재료가 단순해서 손질 무게, 배즙이 나오는 시간, 불 세기만 지켜도 다음번 맛을 다시 만들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