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배 대추차를 끓이면 같은 재료를 써도 맛이 꽤 다르게 나옵니다. 대개 차이는 설탕이 아니라 불과 물 양에서 나요. 처음부터 센 불로 오래 끓이면 물만 빨리 줄고, 약불에 너무 짧게 두면 배와 대추의 단맛이 덜 우러납니다. 집에서 만들 때는 물 1.2L를 붓고 끓기 시작한 뒤 35분 정도 은근하게 끓이는 것을 기준으로 잡으면 편합니다.
배 한 개에 대추 열 알이면 네 잔이 나와요
약 200ml씩 네 잔 분량입니다. 배는 중간 크기 한 개를 준비하세요. 통째로 400~450g 정도면 충분하고, 씨 부분을 도려낸 뒤에는 300g 안팎이 남습니다. 대추는 마른 대추 10~12알, 약 50g을 씁니다. 물은 1.2L, 냄비는 2L 이상 담기는 것으로 준비하면 넘칠 걱정이 적어요.
- 배 중간 크기 1개, 손질 후 약 300g
- 마른 대추 10~12알, 약 50g
- 물 1.2L
- 생강 5~10g, 취향에 따라 생략 가능
- 꿀 또는 설탕 1~2큰술, 맛을 본 뒤 선택
배가 작아 손질 후 200g 정도밖에 안 된다면 물을 1L로 줄이세요. 반대로 큰 배를 다 쓰고 싶다면 물을 1.4L까지 늘리고 대추도 두세 알 더 넣으면 균형이 맞습니다. 생강이 없으면 빼도 됩니다. 생강가루로 대신할 때는 향이 훨씬 빨리 퍼지니 1/8작은술만 넣고 시작하세요. 꿀도 꼭 필요하지 않습니다. 배가 달면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쪽이 오히려 향이 또렷해요.
배는 큼직하게, 대추는 갈라서 준비해요
배는 흐르는 물에 씻고 껍질을 벗길지 결정하면 됩니다. 껍질째 끓이면 향이 조금 더 진해지지만, 표면의 이물질이 걱정되거나 부드럽고 맑은 맛을 원하면 벗기세요. 어느 쪽이든 씨와 딱딱한 심지는 빼야 합니다. 씨 부분을 남기면 마실 때 건더기를 걸러내기가 번거롭고 끝맛도 거칠어질 수 있어요. 과육은 2~3cm 크기로 썰어 주세요. 너무 얇게 썰면 오래 끓이는 동안 풀어져 차가 탁해집니다.
마른 대추는 물에 한 번 헹구고 주름 사이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질러 씻습니다. 물기가 빠지면 칼집을 길게 하나 내거나 반으로 갈라 씨를 빼세요. 대추를 통째로 넣어도 끓일 수는 있지만, 집에서 35분 정도 끓일 때는 갈라 넣는 편이 단맛이 잘 나옵니다. 생강을 넣는다면 껍질의 흙을 씻고 얇게 2~3쪽으로 썰면 돼요. 10g을 넘기면 배 향보다 생강의 매운맛이 앞설 수 있습니다.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35분만 끓여요
냄비에 손질한 배와 대추, 생강을 넣고 물 1.2L를 부으세요. 뚜껑을 덮지 않은 채 중불에 올려 가장자리에서 기포가 올라오고 전체가 끓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보통 8~12분 걸리지만 냄비와 화구에 따라 달라요. 그때 불을 약하게 낮추고 뚜껑을 살짝 걸친 상태로 35분 끓입니다. 표면에 작은 기포가 드문드문 올라오는 정도가 알맞습니다.
여기서 뚜껑을 완전히 열고 센 불을 유지하면 배가 충분히 우러나기 전에 물이 많이 줄어요. 반대로 끓는 기척이 아예 없을 만큼 불을 낮추면 시간이 지나도 맛이 옅을 수 있습니다. 20분쯤 지났을 때 한 번 확인하세요. 물이 재료보다 낮아졌다면 뜨거운 물 100~150ml를 보태고, 계속 세차게 끓고 있다면 불을 더 낮춥니다. 처음에 물을 넉넉히 잡는 이유도 중간에 차가 급하게 졸아드는 일을 막기 위해서예요.
35분 뒤에는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10분 두세요. 이때 남은 열로 배와 대추 맛이 조금 더 배어 나옵니다. 체에 걸러 따르면 맑은 차가 되고, 부드러워진 배를 한두 조각 함께 담으면 과육까지 먹을 수 있어요. 완성된 차는 냄비와 불 세기에 따라 대략 800ml~1L입니다. 단맛이 부족하면 먼저 한 모금 마셔 본 뒤 꿀이나 설탕을 1큰술씩 더하세요. 꿀은 차가 한김 식은 다음 잔에 넣으면 향을 살리기 좋습니다.
맛이 옅거나 진해졌을 때는 이렇게 수습해요
차가 밍밍하다면 바로 단것을 넣기보다 배와 대추를 건지지 않은 채 약불로 10분 더 끓여 보세요. 물은 충분한데 향만 약할 때 특히 효과가 있습니다. 배 자체가 덜 달았다면 그다음에 꿀이나 설탕을 조금 넣으면 돼요. 예전에 저는 덜 익은 배를 쓰고 물까지 1.5L를 부었다가 향 없는 따뜻한 물처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 단맛만 많이 보태면 배 대추차다운 맛이 잘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너무 달거나 진하면 뜨거운 물을 한 번에 많이 붓지 말고 100ml씩 더해 맛을 보세요. 생강 맛이 강해졌다면 생강 조각부터 건져내고 물을 조금 보태면 됩니다. 오래 끓여 과육이 풀어졌을 때는 체에 거른 뒤 잠시 두었다가 위쪽의 맑은 차만 따라 마시면 한결 깔끔해요. 남은 차는 식혀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2~3일 안에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다시 데울 때도 팔팔 끓이기보다 마실 만큼만 덜어 따뜻하게 데워요.
배 대추차는 재료가 많아야 맛있는 차가 아닙니다. 배 크기에 맞춰 물을 잡고, 끓기 시작한 뒤 불을 낮추는 것만 지켜도 집에서 마시기 좋은 단맛이 납니다. 저는 첫 잔은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마셔요. 그날 배가 낸 맛을 보고 다음 잔의 단맛을 정하는 게 가장 정확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