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100년을 깨우다

진주 100년을 깨우다

기록으로 되살아난 진주의 옛길

경상국립대학교박물관이 개교 78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일제강점기 진주지역 고적조사, 그 기록과 실상을 마련했다. 전시는 2026년 10월 21일부터 2027년 2월 26일까지 경상국립대학교 가좌캠퍼스 내 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약 100년 전 일본인 조사단이 남긴 기록과 사진, 진주지역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을 다시 검토해 사라지거나 잊힌 지역 역사의 실체를 살피는 자리다. 오래된 자료를 그대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기록을 대조해 오류를 확인하며 흩어진 유물과 자료의 관계를 정리했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빛바랜 흑백사진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어지는 벽면에는 옛 진주로 들어오던 길이 지도 위에 가느다란 선으로 펼쳐진다. 새벽다리와 배다리, 신작로를 따라 사람들이 오갔던 당시의 공간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남강 물길과 1910년대 진주 풍경

1914년 무렵 진주로 들어오는 길을 표시한 지도와 1910년대 진주 풍경은 오늘날의 도시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남강 주변에는 초가지붕이 이어지고, 촉석루는 높은 바위 위에서 강을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옛 진주성과 시가지가 한 화면에 담긴 사진에서는 당시 도시의 규모와 건물 배치를 함께 살필 수 있다.

진주 땅 읽기 전시에서는 현재 도심의 지형 위에 옛 남강 물길을 푸른색으로 표시했다. 지금은 집과 도로가 들어선 곳 가운데 과거 물이 흘렀던 자리도 있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현재의 거리와 옛 지형을 겹쳐 볼 수 있어 남강의 물길과 도시 공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시장에는 고 김수업 경상대학교 교수가 연지사 종의 역사적 위치를 설명하면서 지금의 금산 일대를 삼국시대 읍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언급한 내용도 이어진다. 오늘날의 지형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옛 공간을 물길과 지명, 기록을 통해 살펴보게 하는 대목이다.

광고

죽전고분군 사진에 남은 옛 마을

죽전고분군의 옛 사진에는 좁은 흙길과 밭, 산기슭의 초가집이 담겼다. 흰옷을 입은 세 사람이 길을 걸어오는 모습도 확인된다. 고분만 따로 기록한 사진이 아니라 유적을 둘러싼 마을과 생활 공간까지 한 장면에 남아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죽전고분군은 진주 서쪽 구릉에 자리했던 유적이다. 특별전은 옛 사진과 현재 모습을 비교하는 자료를 제시하고, 평지와 구릉에 분포했던 가야고분의 모습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관람객은 사진 속 흙길과 마을의 윤곽을 따라가며 도시화 이전 유적 주변의 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열 폭 진주성도에 담긴 도시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이 소장한 진주성도의 사본도 전시됐다. 열 폭 병풍으로 펼쳐진 그림에는 성벽과 관아, 수많은 지붕과 길이 세밀하게 표현돼 있다. 높은 곳에서 옛 진주를 내려다보는 듯한 구도 속에 남강과 진주성 안팎의 공간이 이어진다.

그림에서는 남강을 따라 촉석루의 위치를 찾을 수 있고, 성안의 관아와 성 밖 향교도 확인할 수 있다. 촉석루 주변과 대사지, 관찰사의 집무실인 운주헌 등 옛 진주의 주요 공간도 그려져 있다. 연꽃이 표현된 물가에는 작은 배가 떠 있어 당시 생활상을 짐작하게 하는 장면도 남아 있다.

진주성도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옛 진주의 공간 구성을 살필 수 있는 자료로 제시된다. 현재의 진주 거리와 비교해 보면 성안과 성 밖을 잇던 길, 관아와 누각이 자리했던 위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광고

100년 만에 되찾은 조산고분의 이름

전시는 고분이 발견되고 조사된 과정도 자세히 다룬다. 1913년 7월 3일 당시 매일신보 경남지국 특파기자 방대영이 우물을 파던 중 괭이 끝이 돌에 걸리면서 고분이 발견됐다. 같은 해 8월 9일 신문에는 천년고분의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발견된 무덤은 지름 20m가 넘는 대형 가야고분이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고분은 사라졌고, 중안동고분이나 상봉동고분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경상국립대학교박물관은 당시 지명과 문헌, 신문자료를 다시 대조해 이 무덤의 본래 이름이 조산고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때 사라지고 이름마저 달라졌던 고분이 10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원래 명칭을 되찾은 과정이 조사 기록과 함께 소개된다.

옥봉고분군과 수정봉 재발굴

1914년에는 옥봉마을의 한 농민이 봉토를 파다가 무덤을 발견했고, 이후 일본인 조사단이 현장을 찾았다. 특별전은 수정봉과 옥봉고분군이 조사된 과정과 그 이후의 변화도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수정봉 2호분의 재발굴 모습도 전시장에 소개돼 있다. 돌을 쌓아 만든 길고 좁은 내부 공간이 사진과 자료에 담겼다. 고분의 구조와 조사 현장을 함께 제시해 발굴 대상이 된 무덤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진주박물관과의 협력으로 선보인 금귀걸이 등 출토 유물도 만날 수 있다. 크기는 작지만 정교하게 제작된 장신구를 통해 가야시대 금속공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유물은 고분 사진과 조사 자료를 잇는 실물 자료로 전시의 흐름을 보완한다.

오류를 바로잡는 기록 검증

일제강점기에 작성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상국립대학교가 2026년 10월 2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조사 도면과 기록에서는 오류가 확인됐으며, 출토 유물은 국내외 여러 기관으로 흩어졌다.

이번 특별전은 남겨진 도면과 문헌, 신문자료, 사진, 출토 유물을 다시 비교하고 검증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기록의 잘못된 부분을 살피고 서로 떨어져 있던 자료의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진주지역 고적조사의 실상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다.

전시에서는 1,50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고분들이 점차 훼손돼 자취를 감춘 사실도 짚는다. 경상국립대학교박물관은 여러 곳에 흩어진 자료를 모아 사라진 진주 가야고분의 실상을 찾는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옛 진주의 풍경에서 출발한 전시는 그 뒤에 가려졌던 사람과 유적, 잊힌 이름을 차례로 보여준다. 오래된 사진 한 장과 지도 한 폭, 작은 출토 유물이 서로 연결되면서 진주의 옛 공간과 가야고분의 역사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특별전 관람 정보

전시명일제강점기 진주지역 고적조사, 그 기록과 실상
전시 기간2026년 10월 21일부터 2027년 2월 26일까지
장소경상국립대학교 가좌캠퍼스 경상국립대학교박물관
관람 시간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료무료
휴관공휴일
문의경상국립대학교박물관 055-772-0607
주차경상국립대학교 가좌캠퍼스 내 카드 전용 결제

전시장은 옛 지도와 흑백사진, 진주성도, 고분 조사 기록, 출토 유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자료 앞에서 현재의 진주와 100여 년 전 도시를 비교하고, 사라진 고분과 다시 확인된 이름의 의미를 차분히 살펴볼 수 있다.

진주 100년을 깨우다
진주 100년을 깨우다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