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주행을 가르칠 때 가장 자주 붙잡는 습관이 있습니다. 방향지시기를 켜자마자 옆 차로로 들어가는 겁니다. 운전자는 신호를 줬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옆 차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도로교통법 19조 3항은 무엇을 금지하나
도로교통법 제19조 제3항은 진로를 변경하려는 방향에서 오는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으면 진로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사고가 실제로 나야만 위반이 되는 조항이 아닙니다. 옆 차가 급히 감속하거나 방향을 틀어야 할 상황을 만드는 것부터 문제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현행 조문도 ‘장애를 줄 우려’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차로에 차가 일정한 속도로 오는데, 그 앞에 내 차를 넣기 위해 차 한 대 들어갈 만한 틈만 보고 핸들을 꺾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차가 들어간 뒤 그 차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면 안전한 간격이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정체가 풀리기 시작한 도로에서는 옆 차의 속도가 금방 달라집니다. 거울을 봤을 때 비어 있던 공간이 몇 초 뒤에도 비어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이 조항은 ‘방향지시기를 켰는가’와도 구별해야 합니다. 신호를 켰더라도 다른 차의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으면 기다려야 합니다. 반대로 옆 차가 없어 안전하게 움직였더라도 신호를 하지 않았다면 도로교통법 제38조의 신호 의무를 따로 위반할 수 있습니다. 방향지시기는 진로를 바꾸겠다는 예고이지, 먼저 들어갈 권리가 아닙니다.
차로를 바꾸기 전 확인할 순서
수강생에게는 핸들을 움직이기 전에 확인을 끝내라고 말합니다. 차가 이미 차선을 밟은 뒤 옆 차를 발견하면 선택지가 급제동이나 급조향밖에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 순서를 몸에 익히는 편이 안전합니다.
- 먼저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이동할 차로의 흐름을 봅니다. 내 차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차가 있으면 그 차를 먼저 보냅니다.
- 룸미러와 옆 거울을 차례로 확인하고, 거울에 잘 보이지 않는 옆쪽도 고개를 돌려 짧게 확인합니다. 이륜차가 차 옆에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 방향지시기를 미리 켭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 2의 신호 시기는 진로 변경 지점에 이르기 전 30m 이상, 고속도로에서는 100m 이상입니다. 도로교통법 제38조에 따라 변경을 마칠 때까지 신호를 유지합니다.
- 신호를 켠 뒤 옆 차의 위치와 속도를 다시 봅니다. 충분한 공간이 확보됐을 때 속도를 크게 흔들지 않고 한 차로씩 이동합니다.
- 옆 차가 가까워졌거나 틈이 줄었다면 이동을 미룹니다. 출구를 놓치더라도 다음 경로로 가는 편이 급하게 끼어드는 것보다 안전합니다.
30m나 100m는 신호를 시작할 시기에 관한 기준입니다. 그 거리만큼 신호를 켰다고 해서 차로를 바꿔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지는 그 순간의 옆 차 움직임을 다시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위반하면 범칙금과 벌점은 얼마인가
진로 변경 방법 위반으로 운전자가 특정돼 범칙금 통고를 받는 경우,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 8의 금액은 승용차와 승합차 각각 3만 원, 이륜차 2만 원입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8의 벌점 기준은 10점입니다. 벌점은 범칙금 액수와 별개로 누적되므로, 이미 벌점이 있는 운전자라면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영상 등으로 위반이 확인됐지만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통고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의 고용주 등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시행령 별표 6에 따른 진로 변경 방법 위반 과태료는 승용차와 승합차 각각 4만 원, 이륜차 3만 원입니다. 이 경우 운전자를 특정해 부과하는 벌점은 붙지 않습니다. 통지서를 받았다면 먼저 위반 항목이 ‘진로 변경 방법 위반’인지 확인해야 금액을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같은 차로 변경처럼 보여도 적용 조항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안전표지로 진로 변경이 금지된 곳에서 차선을 넘었다면 제14조 제5항의 문제이고, 신호를 하지 않았다면 제38조의 문제입니다. 정지하거나 서행하는 차의 앞으로 들어간 상황은 제23조의 끼어들기 금지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현장 상황과 확인된 위반 행위에 따라 적용 항목이 달라지므로, 모든 차로 변경 위반의 금액을 하나로 외우면 틀리기 쉽습니다.
접촉 사고가 났다면 현장에서 할 일
차로를 바꾸다 접촉했다면 우선 차를 멈추고 사람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다친 사람이 있으면 119에 구조를 요청하고 필요한 조치를 합니다. 다른 차와 사람의 통행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현장 상황에 맞춰 안전을 확보하고, 상대 운전자와 보험사에 사고 사실을 알립니다. 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떠나는 행동은 진로 변경 위반과는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차를 옮기기 전에 가능하다면 두 차량의 위치, 차선 표시, 파손 부위, 주변 신호와 표지를 사진으로 남깁니다. 블랙박스 영상도 덮어쓰기 전에 보존해야 합니다. 다만 사진을 찍겠다고 주행 차로에 오래 서 있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이 다쳤거나 현장 조치에 다툼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는 게 좋습니다.
사고가 나면 ‘상대가 양보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제19조 제3항이 운전자에게 먼저 요구하는 것은, 옆 차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할 우려가 없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저는 수강생에게 차로를 바꿀 틈을 찾기 전에 옆 차가 그대로 달려도 괜찮은 틈인지 보라고 가르칩니다. 그 한 번의 확인이 급브레이크와 사고를 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