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발언에 권휘 반박이 오래 남은 이유

김남일 발언에 권휘 반박이 오래 남은 이유

얼마 전 야구 중계를 보다가 투수가 한 타자에게 던진 공 네 개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장면을 봤다. 화면에는 짧은 승부였지만, 다음 타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그 공의 여파가 남았다. 그래서 김남일의 예능 발언에 권휘가 반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눈에는 종목 간 말싸움보다 ‘경기에서 보이지 않는 부담을 어떻게 설명할까’라는 문제가 먼저 들어왔다.

예능의 한마디가 야구 팬에게 걸린 이유

2026년 1월 JTBC 예능 ‘예스맨’에서 축구 선수 출신 김남일은 야구를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야구 선수 출신 윤석민도 함께 있는 자리였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이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대 종목을 자극하려는 예능식 도발로 읽을 여지는 있다.

그런데 발언만 따로 들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축구에 비해 야구는 경기 중 서 있거나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보인다. 그 겉모습을 근거로 종목 전체를 낮춰 말한 듯 들렸고, 야구 팬들이 불편해한 지점도 거기에 있었다. 선수의 활동량을 비교하는 이야기와 그 종목이 스포츠인지 따지는 말은 무게가 다르다.

권휘는 왜 144경기를 꺼냈을까

두산 베어스 투수 출신 권휘는 개인 소셜미디어에서 몸이 편해 보인다고 야구를 쉬운 스포츠로 여기는 건 착각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는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하루 잘해도 다음 날 무너질 수 있고, 공 하나와 타석 하나가 주는 정신적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KBO가 발표한 2026년 정규시즌 일정도 팀당 144경기, 전체 720경기다.

이 숫자가 와닿는 이유는 경기 사이의 간격에 있다. 축구는 한 경기 안에서 계속 움직이며 공간과 체력을 다툰다. 야구는 짧은 승부가 반복되고, 끝난 승부를 곱씹을 틈도 없이 다음 공을 준비해야 한다. 어제의 호투가 오늘의 등판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반대로 한 번의 실투가 다음 기회까지 마음에 남을 수도 있다. 권휘가 말한 부담은 야구가 축구보다 더 힘들다는 순위표라기보다, 야구의 긴 시즌 안에서 선수가 겪는 압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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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휘의 기록을 보면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권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뒤 두산에 육성선수로 들어갔다. KBO 공식 기록에서 그의 2021년 성적은 24경기, 20과 3분의 1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2.66이다. 통산 성적은 56경기, 52와 3분의 1이닝이다. 2021년 평균자책점만 보면 가능성을 보여준 시즌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한 시즌의 좋은 수치가 다음 시즌의 자리까지 보장하지는 않았다.

특히 불펜 투수에게 등판 기회는 늘 일정하지 않다. 며칠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주자가 있는 상황에 올라갈 수 있고, 짧은 이닝만 던져도 기록이 크게 흔들린다. 권휘의 숫자를 볼 때도 2.66이라는 평균자책점 하나만 떼어 놓기보다 24번의 등판과 20과 3분의 1이닝을 함께 읽는 편이 낫다. 그가 경쟁의 간격이 종이 한 장처럼 얇다고 느낀 데에는 이런 선수 생활의 경험이 깔려 있다.

사과 이후에도 남는 관전 포인트

논란이 커진 뒤 김남일은 윤석민에게 사과했다. 방송 안의 농담이 방송 밖에서 예상보다 크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고 처음의 발언과 권휘의 반박이 남긴 이야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두 사람이 각자 익숙한 종목에서 무엇을 ‘힘든 경기’로 느끼는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솔직히 중계를 볼 때도 우리는 눈에 띄는 장면에 먼저 반응한다. 축구 선수의 전력 질주는 바로 보이고, 야구 투수가 다음 타자에게 던질 공을 고르며 버티는 시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권휘의 반박은 야구의 모든 어려움을 증명하는 문장이라기보다, 그 보이지 않는 시간을 떠올리게 한 말이었다. 다음에 투수가 한 공을 던지기 전 잠시 마운드에서 숨을 고르면, 나는 구속 숫자와 함께 그 직전 승부가 남긴 흔적도 보게 될 것 같다.

김남일 발언에 권휘 반박이 오래 남은 이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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