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거실 벽에 패브릭 포스터를 걸었다가 다음 날 한쪽 모서리가 축 늘어진 적이 있습니다. 천은 가벼우니까 테이프 몇 조각이면 되겠지 싶었는데, 천의 무게보다 접착할 벽면 상태와 거는 방식이 더 중요하더군요. 11년째 집을 고치면서 배운 건 이런 작은 작업일수록 위치를 잡고 벽을 확인하는 시간이 길다는 겁니다.
사기 전에 크기와 걸 자리를 먼저 재세요
마음에 드는 그림부터 고르면 벽 앞에서 난감해집니다. 저는 붙일 자리에 마스킹 테이프로 포스터의 가로·세로 크기를 표시한 뒤 한 걸음 물러나 봅니다. 소파 위라면 소파 폭보다 지나치게 넓지 않은지, 문을 열 때 천이 스치지 않는지도 확인합니다. 무늬가 큰 제품은 손에 들었을 때보다 벽에 걸었을 때 훨씬 강하게 보여요.
상품 설명에서는 그림 크기만 보지 말고 상단에 봉을 끼우는 통로가 있는지, 고리가 달렸는지, 천만 오는지 확인하세요. 봉이 빠진 제품이면 별도 비용과 설치 시간이 듭니다. 소재와 세탁 표시도 봐야 합니다. 면이라고 전부 물세탁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케아의 면 소재 걸이식 태피스트리 중에도 세탁을 금지하고 먼지만 제거하도록 안내하는 제품이 있습니다.
예산을 잡을 때는 포스터 값에 고정 부품을 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만 9,900원짜리 제품을 고르고 봉과 걸이를 따로 산다면 총액은 그만큼 올라갑니다. 집에 남는 커튼봉이나 기존 벽걸이 레일이 있으면 먼저 치수를 맞춰 보는 편이 낫습니다. 새 공구를 살 필요가 없는 구성이 가장 간단합니다.
벽지와 페인트 벽은 거는 방법이 다릅니다
제일 많이 막히는 곳이 여기입니다. 벽지가 붙은 벽에 양면테이프나 접착식 훅을 바로 붙이면, 떨어질 때 벽지까지 뜯길 수 있습니다. 한국쓰리엠도 자사 접착식 훅을 벽지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합니다. 천 뒷면에 액자용 접착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도 피하세요. 그 제품은 직물에 쓰도록 만든 것이 아닙니다.
벽지 벽이라면 이미 설치된 커튼봉, 액자 레일, 못이나 고리를 활용할 수 있는지 먼저 봅니다. 기존 고정점이 없다면 벽 안쪽을 확인하지 않은 채 임의로 드릴을 대지 않는 게 좋습니다. 특히 콘센트·스위치 주변이나 배선 경로가 의심되는 자리는 뚫지 마세요. 꼭 새 고정점이 필요하다면 벽의 재질과 배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공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매끈하고 충분히 굳은 페인트 벽은 제품 설명에 맞는 접착식 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포스터에 봉을 끼운 전체 무게가 훅의 허용 하중 안에 들어야 합니다. 훅 두 개를 쓴다고 표시된 하중을 단순히 두 배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접착식 제품은 제조사가 지정한 표면 청소와 대기 시간을 지켜야 해요. 한국쓰리엠은 부착 후 물건을 걸기까지 최소 1시간을 기다리도록 안내합니다. 최근 칠한 벽이라면 페인트가 완전히 굳었는지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준비물은 적게, 위치 잡는 시간은 넉넉하게
봉을 끼워 거는 방식이라면 준비물은 패브릭 포스터, 폭에 맞는 봉, 봉을 받을 기존 고리나 적합한 훅, 줄자, 연필, 수평을 확인할 도구, 낮고 안정적인 발판 정도입니다. 수평계가 없다면 봉 양끝에서 천장이나 가구 상단까지 거리를 각각 재도 됩니다. 압정으로 천을 바로 찌르는 방식은 구멍이 남고 윗부분이 처지기 쉬워 저는 잘 쓰지 않습니다.
- 포스터를 펼쳐 주름과 봉 통로를 확인합니다. 다림질은 제품 관리 표시가 허용할 때만 합니다.
- 벽에 종이테이프로 크기와 중심선을 표시하고, 앉은 자리에서도 높이를 봅니다.
- 봉에 천을 끼운 뒤 양쪽 끝의 남는 길이가 비슷한지 맞춥니다.
- 기존 고리나 설치한 훅에 걸고 한 걸음 뒤에서 수평과 좌우 여백을 확인합니다.
실제로 손을 움직이는 시간은 20~30분 정도로 잡을 수 있지만, 위치를 비교하고 주름을 펴는 데 더 걸리기도 합니다. 접착식 훅을 쓴다면 제조사가 요구하는 대기 시간은 여기에 별도로 더해야 합니다. ‘30분 완성’이라는 말만 믿고 손님 오기 직전에 시작하면 높이 하나 바꾸기도 바빠집니다.
처짐과 먼지는 걸고 난 뒤에 보입니다
가운데가 푹 처지면 봉이 너무 얇거나 천 폭에 비해 짧을 수 있습니다. 봉이 휘지 않는지 확인하고, 고리가 양끝을 안정적으로 받치는지 봅니다. 반대로 천 하단이 말려 올라가면 제품에 하단 봉 통로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없는 제품에 무거운 막대를 임의로 달면 전체 하중이 늘어나니 고정 방식부터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창가에서는 빛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고, 오래 직사광선을 받으면 바래기 쉽습니다. 조명 바로 옆이나 열이 나는 기구 가까이에도 걸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먼지는 제품 관리법에 맞춰 부드러운 솔이나 테이프 클리너로 가볍게 제거합니다. 세탁 가능 표시가 없는데 물에 담갔다가 줄어들면 봉에 다시 끼워도 모양이 안 맞을 수 있어요.
저는 패브릭 포스터를 고를 때 그림보다 먼저 걸 자리를 봅니다. 벽을 손상시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걸 수 있는 곳을 찾으면, 나중에 계절이 바뀌어 천만 교체할 때도 일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