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백김치가 조금 남았다는 말을 들으면 저는 찌개부터 떠올립니다. 한 번은 국물이 시원하겠지 싶어 백김치 국물만 넉넉히 붓고 끓였는데, 신맛만 앞서고 고기 맛은 흐렸어요. 백김치찌개는 재료를 많이 넣는 것보다 고기를 먼저 볶고, 물과 김치 국물의 양을 맞추는 편이 훨씬 중요합니다.
2~3인분 재료와 국물 비율
- 백김치 300g, 백김치 국물 180ml
- 돼지고기 앞다리살 또는 목살 150g
- 물 450ml, 두부 150g
- 양파 1/2개 약 80g, 대파 1/2대 약 30g
- 다진 마늘 1작은술 약 5g, 식용유 1작은술
- 멸치액젓 1작은술 또는 소금 약간
이 양이면 국물을 떠먹기 좋은 찌개가 됩니다. 백김치 국물과 물을 합쳐 630ml로 잡았지만, 김치가 짜다면 국물은 120ml만 쓰고 물을 510ml로 늘리세요. 간은 끓인 뒤에 맞추면 됩니다. 백김치 국물에 이미 소금과 향신 채소 맛이 들어 있으니 처음부터 액젓을 전부 넣을 필요도 없고요.
백김치 국물이 거의 없다면 김치를 100g 더 넣고 물 600ml로 시작하세요. 김치 건더기만으로 끓이면 맛이 조금 담백해집니다. 이때는 마지막에 간을 보고 액젓을 1작은술까지 넣으면 됩니다. 배나 사과가 들어간 백김치는 국물이 달 수 있어서 양파를 1/3개로 줄이는 게 좋습니다.
손질할 때 맛이 달라지는 부분
백김치는 한입 크기인 3~4cm로 썹니다. 줄기가 두꺼우면 세로로 한 번 더 갈라주세요. 그래야 짧게 끓여도 줄기까지 부드럽습니다. 김치 사이에 들어 있던 무도 먹기 좋은 크기라면 함께 넣으세요. 얇은 무는 국물 맛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돼지고기는 2cm 안팎으로 썰고, 양파는 0.5cm 두께로 채 썹니다. 두부는 1.5cm 두께로 썰면 끓는 동안 덜 부서져요. 대파는 어슷하게 썰어 마지막에 넣습니다. 마늘도 미리 준비해 두세요. 찌개가 끓기 시작한 뒤에 재료를 찾다 보면 고기와 김치를 볶는 시간이 길어져 바닥이 타기 쉽습니다.
돼지고기가 없다면 표고버섯 2개와 느타리버섯 한 줌, 합쳐 약 100g으로 바꿔도 됩니다. 이때 식용유는 2작은술을 쓰세요. 버섯은 고기보다 기름이 적어서 기름을 조금 더 써야 향이 납니다. 두부까지 넣으면 한 끼 반찬으로도 든든합니다.
중불로 볶고 끓으면 불을 낮추세요
냄비를 중불로 1분 데운 뒤 식용유 1작은술과 돼지고기를 넣습니다. 젓가락으로 펼쳐 3분 정도 볶으세요. 겉면의 붉은 기가 사라지고 냄비 바닥에 고기 기름이 살짝 보이면 됩니다. 처음부터 센 불을 쓰면 기름이 나오기 전에 고기만 달라붙을 수 있어요.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1분 더 볶은 다음 백김치를 넣습니다. 김치가 고기 기름에 고루 닿도록 2분만 뒤집어 주세요. 제가 예전에 이 순서를 건너뛰고 전부 물에 넣어 끓였을 때는 고기 맛과 김치 맛이 따로 놀았습니다. 짧게라도 함께 볶으면 국물 맛이 한결 이어집니다.
물 450ml와 백김치 국물 180ml를 붓고 중강불로 올립니다. 가장자리부터 큰 거품이 올라와 전체가 끓으면 중약불로 낮춰 뚜껑을 반쯤 덮고 12분 끓입니다. 보글보글 작은 거품이 계속 올라오는 정도가 알맞아요. 너무 세게 끓이면 국물이 빨리 줄고 김치의 짠맛이 도드라집니다.
12분 뒤 고기 한 조각을 잘라 속까지 익었는지 확인하세요. 두부를 넣고 4분 더 끓인 다음 대파를 넣어 1분 끓입니다. 두부는 늦게 넣어야 모양이 남고, 대파는 마지막에 넣어야 향이 선명합니다. 불을 끄기 직전에 국물 한 숟갈을 식혀 맛보고, 싱거우면 액젓을 1/2작은술씩 더하세요. 액젓 대신 소금을 쓸 때도 두 꼬집씩 넣고 다시 맛보면 과하게 짜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거나 짜졌을 때 수습하는 방법
백김치가 많이 익어 국물이 시다면 백김치 국물을 100ml만 넣고 물을 530ml로 맞춰 시작하세요. 이미 끓인 뒤 신맛이 강하다면 물 100ml와 두부 50g을 더 넣고 3분 끓입니다. 그래도 시다면 설탕을 1/4작은술만 넣어 보세요. 설탕으로 신맛을 덮으려 많이 넣으면 백김치 특유의 시원한 맛까지 흐려집니다.
짜졌을 때는 간을 더하지 말고 물 100ml와 양파 30g을 넣어 4~5분 끓이세요. 국물이 너무 묽어지면 뚜껑을 열고 2분만 더 끓입니다. 반대로 맛이 밍밍하다면 물을 졸이기 전에 백김치 국물 2큰술이나 액젓 1/2작은술을 먼저 더해 보세요. 졸이는 동안 고기도 질겨질 수 있어서 간을 조금씩 보태는 편이 다루기 쉽습니다.
남은 찌개를 다시 데울 때는 끓어오른 뒤 2~3분만 더 끓이면 됩니다. 다음 날에는 김치 맛이 국물에 더 배어 처음보다 짜게 느껴질 수 있으니, 데우기 전에 물 2~3큰술을 넣고 맛을 보세요. 하얀 국물이라 심심할 것 같지만, 불을 낮춰 천천히 끓인 백김치찌개는 밥 한 숟갈을 부르는 맛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