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 계약서를 볼 때 저는 가격 옆에 적힌 면적부터 다시 읽습니다. 현장에서는 울타리 안쪽이 전부 내 땅처럼 보이는데, 토지대장과 지적도에는 다른 이야기가 적혀 있는 일이 꽤 있습니다. 계약금을 보내고 나서야 차이를 발견하면 매수인도 매도인도 잔금 앞에서 목소리가 커집니다. 토지 매매계약시 면적차이는 숫자 몇 개 고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땅을 얼마에 사기로 했는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울타리 안 면적과 계약 면적이 다를 때
가령 토지대장에는 1,000㎡인데 현장 울타리 안쪽은 970㎡ 정도로 보인다고 해봅시다. 부족해 보이는 30㎡에 곧바로 평당 가격을 곱하면 계산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 돈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웃 땅을 내가 쓰고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내 땅 일부를 이웃이 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울타리가 지적 경계와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먼저 세 가지 숫자를 따로 적습니다. 계약서에 쓴 면적, 토지대장에 등록된 면적, 현장에서 실제로 이용하는 범위입니다. 등기사항증명서의 토지 표시와 지적도도 함께 대조합니다. 특히 진입로 옆이나 하천 가장자리처럼 경계가 눈에 잘 안 잡히는 곳은 발로 둘러본 느낌만 믿지 않습니다. 현장에 줄자를 대거나 지도 화면에서 재본 값은 분쟁을 끝낼 근거로 쓰기 어렵습니다.
경계가 의심되면 한국국토정보공사 등의 경계복원측량으로 지적 경계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담장이나 건물이 경계를 넘었는지 따져야 한다면 현황을 보여주는 측량 결과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측량 결과 현장 사용 범위가 달라 보인다는 것과 지적공부의 면적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부의 오류가 의심되면 관할 지적소관청에서 등록사항 정정 절차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면적이 적혔다고 자동으로 깎이지는 않는다
제가 계약서에서 가장 오래 보는 문장은 ‘총액 3억 원’인지, ‘㎡당 30만 원을 기준으로 1,000㎡를 산다’인지입니다. 같은 3억 원이라도 거래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계약 대상 면적이 970㎡로 확인됐다면 단순 계산상 차액은 900만 원입니다. 하지만 그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계약서 문구와 가격을 정한 과정에 달려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수량을 지정한 매매를 판단할 때 면적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대금을 정했는지를 봅니다. 계약서에 등기부상 면적이 적혀 있다는 사정만으로 무조건 면적 보장 약속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땅 한 필지의 위치와 형상을 통째로 평가해 총액을 정했다면 면적당 단가를 계산해 봤다는 이유만으로 수량을 지정한 매매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면적이 가격 결정의 중심이었고 실제 면적이 부족했다면 민법 제574조에 따른 대금 감액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부족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같은 사정도 따져야 합니다.
중개 현장에서 ‘모자라면 나중에 빼주겠죠’라는 말을 듣고 계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구두 설명에 기대지 않습니다. 계약 당시 주고받은 문자, 가격 산정표, 매물 광고, 계약서의 면적당 단가가 나중에 서로의 기억보다 훨씬 무겁게 작용합니다. 면적이 거래의 핵심이라면 그 사실을 계약서에 분명히 남겨야 합니다.
잔금 전에 확인할 문장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측량이 아직 안 끝났다면 ‘실측 후 정산’이라는 다섯 글자만 적고 넘어가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측량 결과를 기준으로 할지, 계약 면적과 차이가 얼마일 때 돈을 조정할지, 단가는 얼마인지, 측량비는 누가 낼지까지 합의해야 다툼이 줄어듭니다. 잔금일보다 측량 결과가 늦게 나올 수 있으니 결과 확인 시점과 잔금 처리 방법도 함께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계약 대상은 ○○번지 전부이며 계약 대금은 3억 원이다. 지적공부의 면적 오류가 확인돼 등록 면적이 변경되는 경우, 변경된 면적과 계약서 기재 면적의 차이에 대해 ㎡당 30만 원으로 정산한다. 측량비 부담과 잔금 일정은 별도로 정한 내용에 따른다’처럼 기준과 상황을 구분해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대로 베껴 넣을 만능 문구가 아닙니다. 담장 안 사용 면적을 보장받고 싶은 거래라면 그 범위와 경계 침범 문제까지 별도로 다뤄야 합니다.
면적 차이가 작아 보여도 사업 계획에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앉힐 자리나 차량 진입 폭이 부족하면 30㎡의 값어치가 단순한 면적당 가격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정산액만 협상할 일이 아닙니다. 인허가 가능성, 접도 조건, 실제 이용 가능한 형상을 다시 검토하고 잔금 전에 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 협의해야 합니다. 이미 다툼이 시작됐다면 측량 결과와 계약 자료를 모아 법률 전문가에게 구체적인 권리와 기한을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경매 물건에서 익힌 버릇이 일반 매매에도 남았다
경매 입찰을 다닐 때도 지적도와 현장을 따로 보곤 했습니다. 매각 자료에 적힌 면적만 보고 수익표를 만들었다가, 현장에서 옹벽과 도로 때문에 쓸 수 있는 모양이 달라지는 물건을 보면 숫자를 다시 계산해야 했습니다. 경매에는 일반 매매와 다른 절차와 책임 규정이 있으니, 일반 매매계약의 면적 정산 약속을 경매 물건에도 그대로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 매매에서는 계약 전에 물어볼 시간이 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면적 숫자를 확인하는 데만 쓰지 않습니다. 경계가 어디인지, 그 경계 안에서 원하는 용도로 쓸 수 있는지, 가격은 총액으로 정했는지 면적 기준으로 정했는지를 한 번에 맞춰 봅니다. 땅을 산다는 건 계약서에 적힌 ㎡를 사는 일이면서, 그 땅의 실제 모양과 이용 조건까지 떠안는 일이기도 합니다. 잔금 날의 놀람은 대개 계약 전 확인 한 번에서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