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에서 ‘火’를 보여 주면 대부분 ‘불 화’라고 읽습니다. 그런데 ‘火山’을 보고도 뜻을 짐작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어요. 글자 하나의 음과 뜻을 기억하는 일, 그 글자가 들어간 말을 이해하는 일은 조금 다릅니다. 기초한자 셀프 테스트를 한다면 두 가지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먼저 글자 열 개를 읽어 보세요
종이 한 장에 아래 열 글자의 음과 뜻을 적어 보세요. ‘山은 산처럼 생겼으니까 산’처럼 어렴풋이 떠오르는 답도 일단 적습니다. 답을 보기 전에는 책이나 사전을 펼치지 말고요. 한 글자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알고 있는 만큼만 확인하는 시험이니까요.
- ① 人 ② 口 ③ 山 ④ 水 ⑤ 火
- ⑥ 日 ⑦ 月 ⑧ 大 ⑨ 小 ⑩ 中
채점할 때는 음과 뜻을 모두 맞힌 글자에만 1점을 주세요. ‘水는 물이라는 뜻인데 읽는 소리는 모르겠다’면 반 점을 주는 대신 옆에 표시해 두는 게 낫습니다. 뜻을 모르는 글자와 음만 헷갈리는 글자는 다시 익히는 방법이 다르거든요. 처음부터 만점을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열 글자를 고른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과 입, 산과 물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부터 크고 작음, 가운데 같은 관계까지 들어 있습니다. 뜻을 그림처럼 떠올리기 쉬운 글자에서 시작하되, 글자가 말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묶음입니다.
글자를 붙이면 뜻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이번에는 앞의 글자들을 둘씩 묶었습니다. 한자어의 읽는 소리와 우리말 뜻을 적어 보세요. 글자를 하나씩 알고 있다면 짐작할 수 있지만, 글자 뜻을 단순히 이어 붙인 답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 ⑪ 人口 — 이 지역의 人口가 늘었다.
- ⑫ 山水 — 그림 속 山水가 아름답다.
- ⑬ 火山 — 잠들어 있던 火山이 활동을 시작했다.
- ⑭ 日月 — 日月이 흐르는 동안 마을도 달라졌다.
- ⑮ 大小 — 상자의 大小에 따라 값을 매겼다.
이 문장들이 작은 힌트입니다. ‘山水’를 ‘산과 물’이라고 읽어 낸 뒤, 그림 속에서는 자연 경치를 가리킨다는 데까지 가면 말을 이해한 셈이지요. 같은 소리의 ‘산수’라도 덧셈과 뺄셈을 배우는 산수는 다른 글자를 씁니다. 한자어를 읽을 때 문장을 함께 봐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人口’를 ‘사람의 입’이라고만 풀었다면 글자 뜻은 기억했지만 단어 뜻은 아직 익히는 중입니다. 문장에서는 일정한 지역에 사는 사람의 수를 말합니다. 글자 풀이가 단어를 이해하는 실마리는 되어도, 언제나 단어의 뜻 전체를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맞힌 답보다 헷갈린 자리를 확인하세요
이제 답을 대조해 보세요. ① 人 사람 인, ② 口 입 구, ③ 山 메 산, ④ 水 물 수, ⑤ 火 불 화입니다. 이어서 ⑥ 日 날 일, ⑦ 月 달 월, ⑧ 大 큰 대, ⑨ 小 작을 소, ⑩ 中 가운데 중입니다. 日은 해를, 月은 달을 가리킬 때도 있으니 ‘날 일’을 적고 해의 모습까지 떠올렸다면 잘 연결한 것입니다.
단어의 답은 ⑪ 人口 인구, 일정한 지역에 사는 사람의 수 ⑫ 山水 산수, 산과 물 또는 자연 경치 ⑬ 火山 화산, 땅속의 물질이 분출하거나 분출한 흔적이 있는 산 ⑭ 日月 일월, 해와 달 또는 흘러가는 세월 ⑮ 大小 대소, 크고 작음 또는 크기입니다. 뒤의 세 단어처럼 문장에 따라 자연스러운 풀이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뜻을 적을 때 문장에 맞게 설명했다면 맞힌 것으로 보세요.
열다섯 문제에서 13개 이상 맞았다면 이 글자들은 단어 속에서도 꽤 익숙한 편입니다. 9~12개라면 틀린 글자가 들어간 단어를 다시 읽어 보세요. 8개 이하라면 열 글자의 음과 뜻을 먼저 익힌 뒤 단어로 넘어가는 편이 편합니다. 점수는 실력을 단정하는 등급이 아니라 다음 공부를 고르는 표시입니다.
특히 ①~⑩은 맞고 ⑪~⑮에서 자주 막혔다면 글자를 더 외우기 전에 짧은 문장을 읽어 보세요. 반대로 단어 뜻은 알겠는데 한자를 못 읽었다면 음을 가리고 다시 써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같은 오답이라도 막힌 자리가 다르면 연습할 자리도 달라집니다.
며칠 뒤에는 답을 가리고 다시 읽어 보세요
한 번 보고 바로 다시 풀면 방금 본 답을 기억해 맞힐 수 있습니다. 이틀이나 사흘 뒤에 열 글자와 다섯 단어를 새 종이에 적어 다시 풀어 보세요. 두 번째에는 순서도 섞어 보시고요. ⑫의 山水를 보고 뜻을 말한 뒤 ‘산수화를 보다’처럼 직접 짧은 문장을 만들 수 있으면 기억이 단어의 쓰임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틀린 글자마다 긴 설명을 베껴 쓸 필요는 없습니다. ‘月은 달 월, 日은 날 일’처럼 헷갈린 둘을 나란히 적거나, ‘人口는 사람 수’처럼 문장에 들어갈 뜻을 한 줄로 남겨 보세요. 다음에 그 말을 만났을 때 떠올릴 단서가 생깁니다.
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다 보면, 글자를 많이 외운 날보다 글자 하나로 낯선 단어를 짐작한 날을 더 오래 기억하더군요. 이 시험에서도 점수 옆에 ‘왜 그렇게 읽었는지’를 짧게 적어 두면 좋겠습니다. 그 기록이 다음 단어를 읽을 때 더 쓸모 있는 답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