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영하로 떨어진 아침, 주차장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아 보험사 긴급출동을 기다리는 차를 봤습니다. 전날까지 멀쩡하던 차도 추위가 시작되면 배터리나 타이어에서 갑자기 문제를 드러내곤 합니다. 겨울철 차량 관리법은 특별한 장비를 갖추는 일보다, 추위에 약한 부분을 미리 확인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배터리는 시동이 걸릴 때보다 걸리기 전에 확인하세요
기온이 내려가면 배터리가 낼 수 있는 힘은 줄고, 차가운 엔진을 돌리는 데 필요한 힘은 커집니다. 그래서 배터리 상태가 애매했던 차는 겨울 아침에 처음으로 시동 문제를 겪기 쉽습니다. 시동 모터가 평소보다 느리게 돌거나, 계기판 조명이 시동 순간 유난히 어두워진다면 점검을 받아볼 만합니다.
주행 거리가 짧고 며칠씩 차를 세워두는 편이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정비소에서 배터리 전압뿐 아니라 시동에 필요한 성능과 충전 상태를 함께 확인하면 교체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배터리 윗면과 단자 주변에 부식이나 헐거움이 있는지도 살펴보세요. 단자를 직접 만지기 어렵다면 정비사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고 계속 키를 돌리거나 시동 버튼을 누르면 남은 전력까지 빠르게 소모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실패했다면 무리하게 반복하기보다 긴급출동 서비스를 부르는 게 낫습니다. 점프 시동을 할 때도 차량 설명서의 연결 위치와 순서를 따라야 합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는 일반 차량과 절차가 다를 수 있습니다.
타이어 공기압은 차가 식었을 때 재세요
겨울에는 기온 변화만으로도 타이어 공기압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가을에 맞춰둔 공기압을 그대로 믿기보다, 아침 출발 전처럼 타이어가 식었을 때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주행 직후에는 타이어가 따뜻해져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거든요.
기준은 타이어 옆면의 숫자가 아니라 운전석 문 안쪽에 붙은 차량 권장 공기압입니다. 앞뒤 권장값이 다른 차도 있으니 각각 확인하세요. 공기압 경고등이 켜졌다면 네 바퀴를 모두 측정하고, 한 바퀴만 유독 낮다면 못이나 나사에 의한 펑크도 의심해야 합니다. 공기를 채운 뒤에도 경고등이 다시 켜진다면 누출 여부를 점검받는 게 좋습니다.
눈길을 자주 달린다면 겨울용 타이어도 고려할 만합니다. 일반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는 추위와 눈길에서 접지 성능에 차이가 있습니다. 장착할 때는 앞바퀴만 또는 뒷바퀴만 바꾸기보다 네 바퀴를 같은 종류로 맞춰야 차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쉽습니다. 체인이나 스노 삭스를 준비했다면 자신의 타이어 크기와 차량에 맞는 제품인지, 구동 바퀴 어디에 장착해야 하는지도 설명서로 확인해 두세요.
워셔액과 냉각수는 이름보다 규격을 보세요
눈이 온 뒤에는 앞차가 튀긴 흙탕물과 제설제가 유리에 묻어 시야가 금방 흐려집니다. 이때 워셔액이 얼어 나오지 않으면 운전이 꽤 난감해집니다. 겨울용 워셔액을 고를 때는 제품에 표시된 사용 가능 온도가 거주 지역의 예상 최저기온보다 낮은지 확인하세요. 여름용 워셔액이 탱크에 많이 남아 있다면 겨울용을 조금 보충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동결 방지 성능을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와이퍼 고무가 갈라지거나 닦은 자리에 줄이 남는다면 교체할 시기입니다. 유리에 얼어붙은 와이퍼를 억지로 작동시키면 고무나 구동 장치가 손상될 수 있으니, 먼저 성에를 제거하고 움직이는지 확인하세요. 뜨거운 물을 유리에 붓는 방법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냉각수는 엔진이 식은 상태에서 보조 탱크의 양을 확인하세요. 부족하다고 아무 냉각수나 섞어 넣으면 안 됩니다. 차량 제조사가 지정한 규격과 혼합 비율을 따라야 하고, 양이 계속 줄어든다면 누수 점검이 먼저입니다. 뜨거운 엔진의 냉각수 캡은 화상 위험이 있으므로 열지 마세요.
출발 전 몇 분이 겨울 운전을 편하게 만듭니다
밤새 눈이 쌓였다면 앞유리만 닦고 출발하지 마세요. 지붕, 보닛, 뒤유리, 전조등에도 눈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붕의 눈은 제동할 때 앞유리로 밀려 내려오거나 뒤차 쪽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번호판과 후미등에 붙은 눈도 함께 치워두면 좋습니다.
시동 직후 오래 공회전하기보다, 유리의 성에를 없애 시야를 확보한 다음 처음 몇 분은 급가속을 피하며 부드럽게 운전하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다만 유리나 거울이 흐린 상태로 서둘러 출발해서는 안 됩니다. 눈길에서는 평소보다 차간거리를 넉넉히 두고, 가속·조향·제동을 천천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겨울 준비라고 하면 큰 정비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배터리 상태와 공기압, 액류와 시야를 확인하는 작은 점검이 먼저입니다. 첫 한파가 오기 전 차를 한 바퀴 둘러보는 습관만 있어도 갑작스러운 아침의 불편을 꽤 줄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