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분할 조건을 확인하고 입찰가를 낮춘 이유

토지 분할 조건을 확인하고 입찰가를 낮춘 이유

얼마 전 경매 물건을 보러 갔는데, 매각 자료에 적힌 땅은 1,200㎡ 한 필지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중개인이 ‘세 필지로 쪼개 팔면 된다’고 하더군요. 지도에 선 세 개를 그으면 쉬워 보입니다. 그런데 안쪽 땅으로 들어가는 길이 남의 소유였고, 분할 허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날 예상 매도가부터 다시 계산했습니다. 토지 분할 조건은 낙찰받은 뒤 알아볼 일이 아닙니다.

먼저 건물이 있는 땅인지 본다

같은 토지 분할이라도 건축물이 있느냐에 따라 확인할 법이 달라집니다. 국토계획법은 일정한 토지 분할을 개발행위허가 대상으로 두면서, 건축물이 있는 대지의 분할은 그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건물이 있는 땅은 건축법의 대지 분할 제한을 먼저 봐야 합니다. 여기서 ‘대지’는 지목이 ‘대’인 땅만 뜻하지 않습니다. 법제처 해석도 건물이 있는 토지라면 지목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건축법 시행령에는 건물이 있는 대지의 분할 면적 기준이 나옵니다. 주거지역은 60㎡, 상업지역과 공업지역은 각각 150㎡, 녹지지역은 200㎡, 그 밖의 지역은 60㎡입니다. 다만 이 숫자만 넘겼다고 분할이 확정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 적용 면적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확인해야 하고, 분할 뒤 남는 건물도 도로와의 관계, 건폐율·용적률, 대지 안의 공지, 일조 기준 등에 맞아야 합니다.

가령 녹지지역의 건물 딸린 430㎡를 215㎡씩 나눈다고 해봅시다. 면적만 보면 시행령의 200㎡ 기준을 넘습니다. 그래도 경계선을 긋는 위치에 따라 기존 건물이 새 경계선에 너무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건축물대장과 현황도 없이 ‘면적이 되니까 분할도 된다’고 입찰가를 올리면 위험합니다.

빈 땅은 개발행위허가부터 확인한다

건물이 없는 토지라고 모든 분할에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국토계획법 시행령은 개발행위허가 대상이 되는 분할을 따로 정합니다. 녹지지역·관리지역·농림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 관계 법령에 따른 허가나 인가 없이 나누는 경우, 건축법상 분할제한면적 미만으로 나누는 경우, 관계 법령상 허가나 인가 없이 폭 5m 이하의 땅으로 나누는 경우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허가 대상에 해당하는지와 실제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토지이음에서 용도지역과 각종 구역 지정을 보고, 토지대장과 지적도에서 면적·지목·경계를 맞춰 봅니다. 그다음 가분할도를 들고 관할 시·군·구의 개발행위 담당 부서에 문의합니다. ‘이 땅 분할돼요?’처럼 넓게 묻기보다, 몇 ㎡를 어떤 모양으로 나눌지, 각 필지의 출입로를 어디에 둘지 보여주는 편이 답을 듣기 좋습니다. 창구 상담은 입찰 전 위험을 거르는 과정이지 허가를 보증하는 서류는 아닙니다.

경매에서는 공유지분도 조심스럽습니다. 지분 2분의 1을 낙찰받았다고 땅의 왼쪽 절반이 곧바로 내 필지가 되는 건 아닙니다. 공유자와의 관계, 분할 방식, 필요한 행정 절차를 따로 풀어야 합니다. ‘나중에 분할하면 된다’는 말만으로 지분 물건에 일반 토지 가격을 매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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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지가 나뉘어도 팔기 좋은 땅이 되는 건 아니다

앞서 본 1,200㎡ 물건도 400㎡씩 세 조각으로 나누는 그림 자체는 그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길이었습니다. 앞쪽 필지로만 차량이 들어가고 뒤쪽 두 필지는 남의 땅을 거쳐야 했습니다. 현장에서 길처럼 쓰는 흔적이 있어도, 법적으로 통행할 권리와 건축에 필요한 도로 조건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뒤쪽 땅을 독립된 건축용지 가격으로 팔겠다는 계산은 그 확인 뒤에야 가능합니다.

모양도 봅니다. 도로를 만들려고 길쭉한 필지를 떼어내면 팔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듭니다. 배수로, 옹벽, 기존 건물의 점유 위치 때문에 원하는 선으로 못 자를 수도 있습니다. 항공사진과 지적도만 보지 말고 현장에서 경사와 진입 폭을 재확인하는 이유입니다. 분할측량을 거쳐 지적공부에 각각 등록하는 절차와 비용도 생깁니다.

분할이 기존 권리관계를 씻어 주지도 않습니다. 등기부의 권리, 현장에서 확인한 점유와 통행 문제를 분할 계획과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경매 물건은 매각으로 소멸하는 권리와 낙찰자가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먼저 가려야 합니다. 분할 후 매각 계획은 그 권리분석 위에 올리는 계산입니다.

입찰가에는 분할 실패까지 넣는다

숫자로 보면 판단이 선명해집니다. 분할 뒤 세 필지를 각각 6,000만 원에 팔 수 있다고 가정하면 총매출은 1억 8,000만 원입니다. 여기서 취득세와 등기 비용, 측량·인허가 비용, 진입로 확보 비용, 보유 중 이자, 중개보수, 양도에 따른 세금까지 빼야 합니다. 각 필지의 실제 매도가와 세금은 상황마다 달라지니 이 금액은 수익 예측이 아니라 계산 방식의 예시입니다.

저는 이때 두 번째 계산도 합니다. 분할이 지연되거나 계획한 형태로 허가받지 못해 한 필지 그대로 팔아야 한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보는 겁니다. 낙찰가가 ‘세 필지 매각 성공’이라는 한 가지 경우에만 버틴다면 입찰하지 않거나 가격을 낮춥니다. 분할 가능성이 가격에 이미 반영된 물건이라면, 그 이익을 내가 가져갈 여지도 작습니다.

입찰 전에는 관할 부서에 가분할도를 보여주고, 도로·조례·허가 대상 여부를 확인한 내용을 기록해 둡니다. 낙찰 뒤에는 필요한 허가와 측량, 지적공부 분할 신청을 순서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땅에 선을 긋는 상상은 늘 쉽습니다. 돈이 되는 선인지는 그 선 양쪽의 법적 조건과 실제 매수자를 확인해야 보입니다.

토지 분할 조건을 확인하고 입찰가를 낮춘 이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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