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공항 면세점에서 작은 술병 세 개를 고르던 친구가 “두 병 넘으면 세금 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묻더군요. 예전에는 맞는 말이었지만, 지금 한국에 입국할 때는 병 개수보다 전체 용량과 가격을 먼저 봐야 합니다. 병마다 크기가 다르고 현지에서 산 술도 함께 가져올 수 있으니, 계산 순서를 알아두면 고르기가 훨씬 편해집니다.
지금 기준은 2리터와 400달러
관세청이 안내하는 한국 주류 면세 한도는 성인 여행자 한 명당 전체 용량 2리터 이하, 총 가격 미화 400달러 이하입니다.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합니다. 일반 휴대품에 적용되는 미화 800달러 면세범위와는 별도로 주어지는 한도라서, 가방을 800달러어치 샀다고 해서 술 400달러 한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3월부터는 주류 면세 기준에서 ‘두 병까지’라는 병수 제한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500밀리리터짜리 네 병이 모두 합쳐 400달러 이하면 용량과 가격 기준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700밀리리터짜리 세 병은 2.1리터라서 가격이 저렴해도 세 병 모두를 면세로 가져올 수 없습니다. 작은 병을 여러 개 고를 때도 병 수가 아니라 표시된 용량을 더해 보는 게 정확합니다.
어디서 샀든 한국에 가져오는 술을 함께 계산해요
출국장 면세점에서 산 위스키만 계산하고 여행지에서 산 와인을 빼놓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국으로 들고 들어오는 술이라면 해외 매장, 시내·공항 면세점, 기내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함께 봅니다. 선물로 받은 술도 입국 때 소지하고 있다면 빠뜨리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가게에서 이미 세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샀는지보다, 한국 입국 시 어떤 술을 가져오는지가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면세점에서 700밀리리터 위스키 한 병을 180달러에 사고, 현지 마트에서 750밀리리터 와인 한 병을 30달러에 샀다면 합계는 1.45리터, 210달러입니다. 둘 다 한도 안에 들어갑니다. 여기에 600밀리리터 맥주 한 병을 더하면 총 2.05리터가 됩니다. 금액이 400달러보다 낮아도 용량 조건을 넘기므로, 세 병 전부가 면세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가족끼리 여행해도 한도는 각 여행자에게 따로 적용됩니다. 성인 두 명이 함께 왔다고 한 사람이 4리터를 자기 몫으로 면세받는 식으로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미성년자에게는 주류 면세범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족 선물용 술을 살 때는 누가 실제로 휴대해 입국하는지도 같이 생각해 두는 편이 편합니다.
한도를 넘었다면 병별 가격과 용량을 확인하세요
여러 병 가운데 일부만 한도에 들어간다면 어떤 병이 면세 대상이고 어떤 병을 신고해야 하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가령 750밀리리터 와인 두 병과 700밀리리터 위스키 한 병은 합계 2.2리터입니다. 세 병 모두 면세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와인 두 병만 놓고 보면 1.5리터입니다. 가격까지 조건에 맞는지 확인하고 초과한 술을 신고해야 합니다.
큰 병 한 개가 기준을 넘는 경우는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2.1리터짜리 술 한 병에서 2리터만 떼어 면세받는 식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가격도 마찬가지로, 450달러짜리 한 병에 400달러 한도를 적용한 뒤 50달러에 대해서만 세금이 붙는다고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실제 과세 금액은 술의 종류와 신고 내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구매 영수증을 챙겨 두면 세관에서 확인하기 쉽습니다.
입국 전에는 신고할 술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면세범위를 넘는 술이 있다면 입국할 때 세관에 신고하면 됩니다. 종이 신고서나 모바일 신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관세청 안내에 따르면 자진신고 시 관세의 30%를 최대 20만 원까지 경감받을 수 있고,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납부할 세액에 가산세가 붙을 수 있습니다. 세금이 궁금하다면 관세청의 여행자 휴대품 예상세액 조회에서 병별 용량과 가격을 입력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술을 살 때 휴대전화 메모에 각 병의 밀리리터와 결제 금액을 적어 둡니다. 마지막 가게에서 한 병을 더 집을지 고민할 때 합계를 바로 볼 수 있거든요. 예전의 ‘두 병’만 기억하기보다 2리터와 400달러를 나란히 확인하는 습관이 지금은 더 쓸모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