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고를 때 저는 사진 속 풍경보다 그곳까지 가는 길을 먼저 확인할 때가 많습니다. 전국에서 100곳 넘게 묵으며, 도착 전에는 몰랐던 가파른 진입로와 대형 차량이 지나는 길을 여러 번 만났거든요. 그런데 여행 유튜버 진쓰레블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듣고는 익숙하게 쓰던 ‘이동도 여행의 일부’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여행이 그렇게 갑자기 끝났다는 사실이 무겁게 남았습니다.
볼리비아 엘알토에서 전해진 소식
진쓰레블이라는 이름으로 자전거 여행을 기록해 온 조진우 씨는 2026년 11월 4일 오전, 볼리비아 엘알토에서 자전거로 이동하다 대형 화물트럭에 치여 숨졌습니다. 33세였습니다. 현지 방송 유니텔은 사고 시각을 오전 9시 30분께로 전했고, 트럭 운전자가 현장을 떠났다가 몇 시간 뒤 붙잡혔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내에도 고인의 지인과 유족이 알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지 경찰이 전한 운전자의 진술은 자전거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주 측정에서는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운전자의 진술이나 측정 결과만으로 사고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고 경위는 현지 조사를 통해 확인할 문제입니다. 짧은 영상 조각이나 사진 한 장을 보고 고인의 주행 방식까지 추측하는 일은 더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가 남긴 건 사고 장면이 아니라 여행 기록이다
진쓰레블은 2020년부터 자전거로 달린 길을 영상에 담아 왔습니다. 국내를 시작으로 유럽, 아프리카, 북미를 거쳐 중남미에서도 여행을 이어갔습니다. 비행기로 도착한 도시를 빠르게 훑는 여행과는 속도가 달랐겠지요. 자전거 여행 영상에는 목적지뿐 아니라 그 사이의 오르막, 긴 이동 시간, 몸으로 견딘 하루가 남습니다. 제가 숙소 후기에서 침대 사진만큼 밤길과 주변 환경을 자세히 적으려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여행의 실제 모습은 잘 나온 한 장면 바깥에 있으니까요.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친형은 고인이 생전에 편집해 둔 영상이 한국 시간 11월 7일 오후 6시 15분 공개로 예약돼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가족이 채널을 확인하다 발견한 영상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소식을 읽으며 영상의 마지막 장면을 섣불리 상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것은 사고를 설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조 씨가 직접 만들고 남긴 여행 기록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볼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조회 수를 끌기 위한 자극적인 장면처럼 다뤄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길 위의 위험을 말할 때 조심할 점
숙소 리뷰를 쓰다 보면 ‘차 없이 가기 어렵다’거나 ‘밤에는 진입로가 어둡다’는 말을 적게 됩니다. 실제로 예약 페이지의 전망 사진에는 접근하는 길의 폭이나 차량 흐름이 거의 담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동 수단과 도착 시간을 따져 보는 건 여행 준비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두고 그런 일반적인 조언을 곧바로 고인의 선택에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 현장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왜 그 길로 갔느냐’고 묻는 순간, 설명은 쉽게 근거 없는 비난이 됩니다.
유족도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사고 관련 영상·사진의 무분별한 공유를 삼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고를 궁금해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래도 확인된 사실과 아직 조사 중인 부분을 구분하는 게 먼저입니다. 현지 보도로 알 수 있는 것은 사고가 난 장소와 시각, 차량 종류, 운전자 검거 등입니다. 그 밖의 빈칸을 개인의 상상으로 채워 넣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음 여행을 떠올리며 남는 마음
저는 숙소가 아무리 좋아도 가는 길이 부담스럽다면 그 점을 후기에서 숨기지 않습니다. 좋은 전망과 편한 침대가 이동 과정의 어려움을 지워 주지는 않으니까요. 앞으로도 길에 관한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여행의 위험을 이야기하는 것과 한 사람의 사고를 교훈처럼 소비하는 것은 다릅니다.
진쓰레블의 소식을 접한 뒤 가장 오래 남은 건 사고의 세부 장면이 아니라, 자전거에 올라 다음 장소로 향했을 한 사람의 일상입니다. 그가 기록한 길을 기억하는 방식도 거기에서 시작했으면 합니다. 고인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