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이직 제안을 받고 “연봉이 600만 원 올랐어”라며 좋아했다. 그런데 제안서를 같이 읽어보니 인상분 대부분이 성과급이었다. 받을 수 있는 돈과 매달 들어오는 돈이 달랐던 셈이다. 연봉을 비교할 때는 큰 숫자 하나보다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는 편이 훨씬 실용적이다.
연봉 숫자부터 월급으로 바꿔보기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매달 고정으로 지급되는 금액이다. 연봉 4,800만 원을 12개월로 나누면 세전 월 400만 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4,800만 원 가운데 성과급 예상액 600만 원이 포함돼 있다면, 고정급은 4,200만 원이고 세전 월급은 350만 원이다. 두 제안의 연봉 표기가 같아도 생활비 계획을 세울 때 체감하는 금액은 다를 수 있다.
제안서에서 기본급, 고정수당, 식대, 상여금, 성과급을 각각 찾아보자. ‘상여금 포함’이라는 말만으로는 매년 같은 금액이 지급되는지 알기 어렵다. 지급 시기와 조건도 중요하다. 분기마다 확정적으로 나오는 돈인지, 회사 실적과 개인 평가에 따라 달라지는 돈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 매달 받는 기본급과 고정수당은 얼마인가
- 상여금은 지급액과 지급 시기가 정해져 있는가
- 성과급은 보장 금액인가, 예상 금액인가
- 식대나 복지포인트는 현금 급여와 별도로 표시돼 있는가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이런 내용을 말로만 듣지 않는 게 좋다. 고용노동부 안내에 따르면 근로계약을 맺을 때 임금의 구성 항목과 계산·지급 방법 등을 서면으로 명시해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제안 단계에서 궁금한 항목을 표시해 두고 계약서에서 다시 확인하면 놓치는 부분이 줄어든다.
세전 연봉과 통장에 찍히는 돈은 다르다
연봉을 12로 나눈 금액이 곧 실수령액은 아니다. 월급에서는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이 빠진다. 같은 연봉이라도 비과세 항목, 부양가족, 공제 상황에 따라 실제 입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본 ‘연봉별 실수령액 표’는 대략적인 감을 잡는 용도로 쓰고, 내 월급과 정확히 일치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특히 연말정산 서류의 ‘총급여’와 회사가 말하는 연봉을 같은 뜻으로 생각하면 헷갈린다. 국세청 설명에서 총급여는 연간 근로소득에서 비과세소득을 뺀 금액이다. 식대 등 항목의 비과세 적용 여부에 따라 회사가 제시한 연봉 숫자와 총급여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새 회사의 월 입금액이 궁금하다면 급여 담당자에게 예상 급여 명세를 요청하거나, 제안서의 항목을 기준으로 직접 계산해 보는 방법이 있다. 이때 성과급이 들어오는 달까지 평소 월급처럼 계산하면 생활비를 과하게 잡기 쉽다. 월세와 대출 상환액처럼 매달 나가는 돈은 고정급 기준으로 맞추는 게 편하다.
두 회사를 비교할 때는 일하는 조건도 같이 보기
연봉이 높은 쪽이 늘 내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A 회사는 고정 연봉 4,500만 원에 성과급이 없고, B 회사는 고정 연봉 4,200만 원에 성과급 예상액 600만 원을 제시했다고 하자. B의 제시 연봉은 4,800만 원이지만, 성과급 지급 조건을 확인하기 전에는 매년 300만 원을 더 받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출퇴근 시간과 근무 방식도 같이 적어보면 판단이 쉬워진다. 하루 왕복 통근이 1시간 늘면 한 달에 약 20일 출근할 경우 이동 시간이 약 20시간 늘어난다. 재택근무 가능 여부, 야근 빈도, 점심값 지원처럼 매주 반복되는 조건은 연봉 차이보다 생활에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도 비교표에 써두면 선택할 때 기억에만 기대지 않아도 된다.
- 고정 연봉과 변동 보상은 따로 적기
- 성과급의 최근 지급 방식과 내 적용 조건 확인하기
- 근무 장소, 출퇴근 시간, 재택근무 가능일 비교하기
- 연차 사용 방식과 수습 기간의 급여 조건 확인하기
연봉을 협의할 때는 원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협의 자리에서 “조금 더 올려주실 수 있나요?”라고만 말하면 서로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현재 고정급, 새 직무의 범위, 내가 맡게 될 책임을 근거로 희망 금액을 제시하는 편이 대화가 분명해진다. 예를 들어 “제안해 주신 역할에 팀 운영 업무가 포함돼 있어 고정 연봉 4,700만 원을 희망합니다”처럼 금액과 이유를 한 문장에 담을 수 있다.
제시된 총액을 올리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면 구성도 물어볼 만하다. 성과급 일부를 고정급으로 바꿀 수 있는지, 입사 보너스의 지급 조건은 무엇인지, 다음 연봉 검토 시점은 언제인지가 실제 선택에 영향을 준다. 단, 구두로 합의한 내용은 최종 제안서와 계약서에 어떻게 적혔는지 확인해야 한다.
연봉 비교는 높은 숫자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내가 꾸준히 받을 돈과 그 돈을 받기 위해 쓰는 시간을 함께 보는 일에 가깝다. 제안서를 받았을 때 숫자를 몇 줄로 나눠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선택이 한결 선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