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구가 채용 공고를 열어 놓고 한참을 망설이더라고요. 지원할 회사는 많은데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취업 준비를 시작할 때 흔히 겪는 어려움입니다. 이럴 때는 자기소개서부터 쓰기보다, 지원할 일을 좁히고 내 경험을 그 일에 맞춰 보는 편이 수월합니다.
지원할 직무를 먼저 좁혀 보기
‘어느 회사든 들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고를 훑으면 오히려 선택이 어려워집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영업, 운영, 마케팅은 맡는 일이 다르니까요. 우선 관심 있는 직무를 두세 개만 적어 보세요. 그리고 각 직무의 공고를 5개씩 읽으며 반복해서 등장하는 업무를 메모합니다.
예를 들어 운영 직무 공고에서 일정 관리, 데이터 입력, 고객 문의 대응이 자주 보인다면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직무 이름이 멋져 보여서 고르는 것과 매일 할 일을 알고 고르는 것은 다릅니다. 공고를 읽다가 모르는 용어가 나와도 처음부터 전부 외울 필요는 없어요. 여러 공고에 반복해서 나오는 말부터 이해하면 됩니다.
회사도 무작정 유명한 곳만 고르기보다 내가 일하기 좋은 조건을 먼저 적는 게 편합니다. 근무 지역, 출퇴근 시간, 고용 형태, 배우고 싶은 업무처럼 포기하기 어려운 조건을 3개 정도 골라 두세요. 공고를 볼 때 판단 기준이 생겨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경험을 직무와 연결하는 방법
처음 취업을 준비하면 ‘경력이 없는데 쓸 이야기가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팀 과제, 동아리, 개인 프로젝트에도 업무와 닿는 장면이 있어요. 중요한 건 활동 이름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내가 맡은 일과 그때 한 판단을 보여 주는 겁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예로 들어 볼게요. ‘고객 응대를 했습니다’보다 ‘점심시간에 주문이 몰리자 음료 제작 순서를 동료와 나누고, 오래 기다리는 손님에게 예상 시간을 먼저 안내했습니다’가 상황을 더 잘 보여 줍니다. 여기에 주문 누락이 줄었다거나 대기 중 문의가 적어졌다면 그 변화도 덧붙일 수 있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수치를 꾸며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경험을 적을 때는 다음 순서가 도움이 됩니다.
- 어떤 상황이었는지 한두 문장으로 적기
- 내가 맡은 역할과 직접 한 행동 구분하기
- 결과와 다음에 배운 점 덧붙이기
이렇게 경험을 5개 정도 적어 두면 공고마다 처음부터 새로 쓰지 않아도 됩니다. 같은 팀 과제라도 운영 직무에는 일정 조율을, 마케팅 직무에는 고객 조사와 발표 자료 제작을 중심으로 보여 줄 수 있어요. 다만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직무에 맞춘다는 이유로 보태지는 않는 게 좋습니다.
지원서는 공고에 맞게 조금씩 고치기
이력서 한 장을 모든 회사에 그대로 보내면 빠르긴 합니다. 그런데 읽는 사람은 ‘이 지원자가 왜 이 일에 맞는지’를 바로 찾기 어려울 수 있어요. 공고의 주요 업무 3가지를 표시한 뒤,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그에 닿는 경험이 눈에 띄는지 확인해 보세요.
자기소개서 첫 문단부터 성장 과정을 길게 쓰기보다 지원 직무와 연결되는 경험을 먼저 꺼내는 편이 읽기 쉽습니다. 가령 고객 문의 대응이 중요한 자리라면, 문제를 들은 뒤 어떻게 확인하고 안내했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좋습니다. ‘소통 능력이 뛰어납니다’라는 문장보다 그 능력이 드러난 행동 한 가지가 더 오래 남습니다.
지원한 곳은 간단한 표로 관리해 두면 편합니다. 회사명, 직무, 지원일, 제출 서류, 다음 일정, 면접에서 궁금한 점 정도면 충분해요. 특히 여러 공고에 지원할 때는 어떤 버전의 이력서를 냈는지 기록해 두세요. 면접 연락을 받고서 제출한 내용을 다시 찾느라 당황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면접 준비는 예상 질문보다 내 경험부터
면접을 앞두면 예상 질문을 수십 개 모으기 쉽습니다. 물론 자주 나오는 질문을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지원서에 적은 경험을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면접관이 ‘그때 본인이 직접 한 일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도록 상황, 행동, 결과를 1분 안팎으로 말해 봅니다.
답변을 통째로 외우면 질문이 조금만 달라져도 막힐 수 있습니다. 대신 경험마다 꼭 말할 사실 3가지만 적어 두고 소리 내어 연습해 보세요. 녹음해서 들어 보면 문장이 너무 길거나 ‘열심히 했습니다’처럼 행동이 빠진 부분을 찾기 쉽습니다. 지원한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직접 살펴보고, 내가 맡을 업무와 연결되는 질문을 하나쯤 준비하면 대화가 한결 자연스러워집니다.
불합격 연락을 받으면 준비가 전부 헛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지원한 직무, 서류 통과 여부, 면접에서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을 짧게 기록해 두면 다음 지원에 쓸 단서가 남아요. 취업 준비는 하루에 공고를 많이 보는 것보다, 지원할 일을 고르고 내 경험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과정을 조금씩 나아지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