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짧은 안내 영상을 만들면서 제 목소리 대신 TTS를 넣어봤습니다. 글을 붙여 넣으면 바로 소리가 나니 편했는데, 첫 결과물은 생각보다 어색하더군요. 문장 끝마다 숨이 끊기고 숫자도 엉뚱하게 읽었습니다. 몇 군데만 고쳤더니 같은 목소리인데도 훨씬 듣기 좋아졌습니다.
TTS를 쓰기 전에 글부터 다듬기
TTS는 글을 음성으로 바꾸는 기술입니다. 영상 내레이션, 전화 안내, 공부할 때 듣는 자료처럼 활용할 곳이 많죠. 다만 화면에서 읽기 좋은 문장과 귀로 듣기 좋은 문장은 조금 다릅니다. 글로 볼 때는 긴 문장을 다시 읽을 수 있지만, 음성은 지나가면 내용을 놓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신청 대상은 만 19세 이상이며 접수 기간은 5월 1일부터 15일까지이고 결과는 개별 통보됩니다’라는 문장은 한 번에 듣기 벅찹니다. ‘신청은 만 19세 이상부터 가능합니다. 접수는 5월 1일부터 15일까지입니다. 결과는 개별적으로 알려드립니다’처럼 나누면 뜻이 바로 들어옵니다. 한 문장에 정보 하나나 둘 정도만 담는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괄호 안 설명이나 슬래시도 음성에서는 걸림돌이 됩니다. ‘신청/변경’은 ‘신청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로 풀어 쓰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읽는 사람이 없는 안내문일수록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본 뒤 TTS에 넣으면 수정할 곳이 잘 보입니다.
목소리는 용도에 맞춰 고르기
목소리 목록을 들으면 또렷하고 멋진 음색에 먼저 끌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중요한 건 내용과의 궁합입니다. 차분한 사용 설명 영상에 지나치게 들뜬 목소리를 넣으면 집중이 흐트러지고, 가벼운 일상 영상에 너무 엄숙한 목소리를 쓰면 거리감이 생깁니다.
후보를 고를 때는 짧은 인사말만 듣지 말고 실제 원고의 한 단락을 넣어보는 게 좋습니다. 숫자, 영어 단어, 긴 문장이 섞인 부분을 20~30초 정도 재생하면 발음과 억양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같은 목소리라도 속도를 조금 낮추면 안정적으로 들리고, 너무 낮추면 오히려 기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먼저 기본 속도로 듣고, 빠르다고 느껴질 때만 한 단계씩 조절합니다. 배경음악이 있는 영상이라면 음성만 들을 때와 음악을 함께 들을 때의 인상이 다르니 둘 다 확인합니다. 특히 중요한 안내는 음악에 묻히지 않아야 합니다.
발음과 쉬는 곳은 이렇게 고치기
TTS가 낯선 이름이나 줄임말을 틀리게 읽는 건 흔한 일입니다. ‘AI’처럼 익숙한 글자도 서비스에 따라 읽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먼저 원고에 쓰인 표기를 바꿔보고, 서비스에 발음 사전 기능이 있다면 원하는 읽는 법을 등록하면 됩니다. 이름이나 브랜드명은 공개 전에 실제 당사자가 쓰는 발음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숫자와 날짜는 원하는 발음대로 읽히는지 확인합니다. ‘2026년 11월 8일’을 한 덩어리로 넣었을 때 어색하면 문장을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쉼표는 짧게 쉬어야 할 곳에, 마침표는 뜻이 끝나는 곳에 넣습니다. 쉼표를 너무 많이 넣으면 말이 자꾸 끊깁니다.
- 영어 약어와 단위는 실제 출력 음성을 들어봅니다. ‘3kg’처럼 붙여 쓴 표현은 ‘3킬로그램’으로 적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감정을 강조하고 싶다고 느낌표를 여러 개 붙여도 기대한 대로 읽히지는 않습니다.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보다 ‘신청은 지금 가능합니다. 기간을 확인해 주세요.’처럼 표현을 바꾸는 쪽이 더 믿음직스럽습니다. 음성이 어색한 대목만 짧게 다시 생성하면 전체 원고를 처음부터 손볼 필요도 없습니다.
완성 전에 꼭 들어볼 부분
긴 원고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은 들어봐야 합니다. 앞부분만 괜찮아도 뒤에서 같은 어조가 반복되거나 문장 사이 간격이 갑자기 달라질 수 있거든요. 이어폰과 휴대전화 스피커로 각각 들어보면 작은 소리나 먹먹한 발음도 찾기 쉽습니다.
영상에 넣을 때는 자막과 음성이 같은 내용을 말하는지도 확인합니다. 원고를 수정한 뒤 음성만 다시 만들고 자막은 예전 문장으로 남겨두는 실수가 의외로 잦습니다. 가격, 날짜, 연락처처럼 잘못 들리면 곤란한 정보는 특히 천천히 점검할 만합니다.
공개하거나 업무에 쓸 음성이라면 사용하는 서비스의 이용 조건도 확인해야 합니다. 목소리마다 상업적 사용이나 배포 범위가 다를 수 있고,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기능은 동의가 필요한 상황도 있습니다. 듣는 사람에게 음성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환경인지도 함께 살펴두면 좋습니다.
TTS의 편리함은 녹음 시간을 줄여준다는 데 있지만, 듣기 편한 결과는 결국 원고를 다듬는 데서 나옵니다. 저는 목소리를 고르는 시간보다 문장을 짧고 분명하게 고치는 시간이 더 아깝지 않았습니다. 몇 번 들어보고 어색한 한 문장씩 손보는 과정이 가장 확실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