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야외 이동이 쉽지 않지만, 거창박물관에서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다. 선사시대 유적부터 삼국시대 토기, 고려와 조선의 생활문화까지 시대별 전시가 이어져 거창의 발자취를 한자리에서 이해하기 좋은 실내 여행지다.
무료로 운영되는 전시 공간에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며, 유물과 모형·영상·체험 전시를 통해 거창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관람객은 전시실을 따라 이동하며 거창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과 지역에 남은 주요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거창박물관 관람 정보
| 구분 | 내용 |
|---|---|
| 3월부터 10월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11월부터 2월 |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
| 입장료 | 무료 |
| 휴관일 | 1월 1일, 매주 월요일, 설·추석 명절 |
| 위치 |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수남로 2183 |
박물관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한다. 해설을 함께 들으면 전시품의 시대적 배경과 거창 지역사의 흐름을 한층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비가 이어지는 날에도 실내에서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거창의 역사
거창에서는 정장리 구석기 유물이 출토됐다. 전시는 기원전 4만 년 무렵부터 이 지역에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거창의 역사를 선사시대 유물과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거창군 남하면 대야리 유적을 재현한 디오라마도 전시돼 있다. 이 유적은 거창읍에서 합천으로 향하는 길목인 대야마을 앞의 넓은 충적지에 자리했던 것으로 설명된다.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의 집자리가 함께 발견됐으며,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취락 유적으로 꼽힌다.
디오라마는 유적의 위치와 당시 취락의 모습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구성돼, 발굴 현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지역의 선사·고대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바위에 새긴 불교문화
전시실에서는 거창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의 탁본을 볼 수 있다. 보물 제530호인 마애여래삼존입상은 금원산자연휴양림 안에 있으며, 주차 지점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곳에 자리한다.
인근에는 국내 최대 단일 바위로 소개되는 문바위도 있다. 마애여래삼존입상과 문바위를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며, 주변은 11월 단풍으로도 알려져 있다. 박물관의 탁본 전시는 현장 문화유산의 형태와 특징을 미리 이해하는 자료가 된다.
벽화고분을 모형으로 만나다
사적 제239호인 거창 둔마리 벽화고분의 구조를 보여주는 모형도 마련돼 있다. 고려시대 고분인 이 유적은 경상남도 거창군 남하면 둔마리 산 298-6에 위치한다.
고분 내부에는 석실 두 개가 동서로 나뉘어 있다. 동쪽 석실 벽면에는 천녀들이 구름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는 주악무도천녀도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무덤에 묻힌 사람의 혼을 극락으로 인도하고 편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설명된다.
실제 고분에서는 외부를 볼 수 있지만 내부 벽화는 덮여 있어 관람할 수 없다. 거창박물관의 모형은 공개되지 않는 내부 구조와 벽화를 간접적으로 살펴보게 하는 전시물이다.
거창에서 만나는 대동여지도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도 전시돼 있다. 거창박물관 소장본은 초간본을 제작한 뒤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한 1864년판 재간본이다.
이 자료는 거창읍 가지리의 밀양 박씨 문중이 기증한 문화유산이다. 전국의 지리 정보를 담은 지도가 지역 문중을 거쳐 박물관에 전해졌다는 점에서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토기로 읽는 시대의 변화
삼국시대 거창 지역의 토기는 주로 가야 문화권의 영향을 받았다는 특징이 있다.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전반까지 대가야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거창에서도 대가야 양식의 토기가 많이 출토된 것으로 설명된다.
고려시대에는 전통적인 토기 제작이 이어지는 가운데 청자와 백자 등 새로운 자기 문화가 발달했다. 항아리와 병, 단지, 그릇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형태의 용기가 만들어졌다.
조선시대에는 분청사기와 백자가 발달했다. 유교 사상의 영향을 받아 화려함보다는 소박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백자가 널리 사랑받았다. 시대별 토기와 자기를 차례로 살펴보면 재료와 형태, 생활문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영상과 체험으로 보는 생활사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영상실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거창의 역사와 유물을 설명하는 약 7분 분량의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실에서 본 유물의 배경을 영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아래층에는 거창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유물과 의식주에 사용된 생활용품도 전시돼 있다. 버튼을 누르면 계절이 바뀌는 디오라마에서는 노동요가 함께 흘러나와 농경 생활의 계절 변화와 당시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여러 농기구가 전시된 공간에서는 절구를 직접 찧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정적인 유물 관람에 체험 요소가 더해져 어린 관람객도 옛 생활도구의 쓰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민속문화와 지역 인물의 기록
말안장과 편자를 비롯해 고소설, 투전, 장기 등 일상 속 여가와 관련된 자료도 볼 수 있다. 농업과 생업뿐 아니라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즐겼던 놀이와 민속문화까지 폭넓게 보여준다.
단종 복위를 위해 금성대군과 거사를 도모했던 이보흠의 유품도 전시돼 있다. 광해군 때 영창대군의 죽음과 인목대비 폐모론에 반대하다 제주도로 유배된 정온 가문의 유품도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길쌈하는 모습과 전통악기를 다루는 장면, 한약방을 표현한 전시도 이어진다. 숙종 때 전국적인 명의로 이름을 알린 유이태는 거창군 위천면 출생이다. 그는 소설 동의보감에서 허준의 스승으로 알려진 유의태의 모태가 된 인물로 소개된다.
인물과 생활도구를 함께 배치한 전시는 거창의 역사를 사건 중심으로만 보여주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까지 연결한다.
거창문화센터와 연계한 실내 관람
거창박물관 옆에는 거창문화센터가 있다. 거창문화센터의 위치는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수남로 2181이다. 두 시설이 가까워 비 오는 날 함께 둘러보기 편리하다.
거창문화센터 1층에서는 남진석 개인전이 열린 바 있다. 작가가 6년 동안 준비한 작품 15점이 소개됐으나 해당 전시는 현재 종료됐다. 거창문화센터에서는 공연과 전시가 수시로 열리므로 방문 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거창박물관은 선사 유적과 불교문화유산, 고분 벽화, 고지도, 토기와 자기, 민속자료를 한 공간에 모아 거창의 긴 역사를 보여준다. 영상과 디오라마, 절구 체험까지 갖춰 전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빗소리가 이어지는 날에도 관람객들은 전시실을 천천히 이동하며 거창의 시간과 생활문화를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