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 선발 카드 승부수가 우승으로 이어진 날

삼성 원태인 선발 카드 승부수가 우승으로 이어진 날

한국시리즈 5차전 기록표를 다시 보다가 12대1이라는 점수보다 원태인의 이름에 먼저 눈이 갔다. 얼마 전까지 경기 끝을 맡던 투수가 우승을 결정할 수 있는 경기의 첫 공을 던졌다. 삼성 원태인 선발 카드 승부수는 2026년 11월 8일 대구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이어졌고, 삼성은 KT를 꺾어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했다. 큰 점수 차만 보면 편한 승리처럼 보이지만, 원태인에게 맡긴 역할이 바뀌기까지의 과정은 꽤 팽팽했다.

불펜에 있던 원태인이 왜 다시 선발이 됐을까

포스트시즌 초반 삼성은 마무리 김재윤의 부상 공백을 메워야 했다. 박진만 감독이 꺼낸 카드가 선발 자원 원태인의 불펜 기용이었다. 원태인은 KIA와의 플레이오프 2·3·5차전에 구원 등판했고, KT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1⅔이닝을 던졌다. 긴 이닝을 책임지던 투수가 경기 후반의 짧고 중요한 순간을 맡은 셈이다.

그런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최원태가 2이닝 5실점으로 일찍 내려갔다. 삼성은 6회까지 0대8로 뒤졌다가 7대8까지 추격했지만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면 타선의 추격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장면이었다. 박 감독은 최원태를 선발진에서 빼고 원태인을 다시 선발로 준비시켰다. 2차전 구원 등판 뒤 사흘을 쉬고 5차전에 나서는 일정이었다.

이 선택에는 대가도 있었다. 원태인이 첫 이닝부터 던지는 동안 경기 후반에 쓸 수 있는 카드 하나가 사라진다. 반대로 선발이 일찍 내려가면 불펜이 더 긴 이닝을 떠안는다. 삼성은 시리즈를 끝낼 기회가 온 5차전에서 원태인이 초반을 버텨 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5이닝 1실점보다 눈에 남는 순간

KBO 경기 기록상 원태인의 5차전 성적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이다. 투구 수는 88개였다. 압도적인 완봉 페이스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선발로 돌아온 첫 경기에서 팀이 필요로 한 다섯 이닝을 채웠다.

KT가 먼저 점수를 낸 건 3회초였다. 연속 안타와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삼성 타선은 곧바로 3회말 구자욱의 동점 2루타, 디아즈의 역전 적시타, 김영웅의 추가 적시타로 3대1을 만들었다. 원태인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한 점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두 점 앞선 상황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 승부가 끝난 건 아니었다. 4회초 KT는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고, 5회초에도 안타와 볼넷으로 주자를 쌓았다. 특히 5회 1사 1·2루에서 원태인이 장진혁과 김현수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 컸다. 삼성의 5회말 8득점은 그 다음에 나왔다. 최종 점수만 보면 원태인의 위기 관리가 묻히기 쉽지만, 타선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3대1을 유지한 투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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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점수 차에도 투수 운용이 보이는 이유

삼성은 5회말 KT의 실책까지 겹친 긴 공격 끝에 11대1로 달아났다. 원태인은 여기서 마운드를 내려왔고, 크리스 페덱이 남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5이닝과 4이닝. 우승을 확정한 경기에서 삼성 투수 두 명이 아홉 이닝을 나눠 책임진 것이다.

이 숫자는 선발 복귀의 의미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원태인이 처음부터 완투를 노려야 했던 것은 아니다. 초반 실점을 억제하고 경기 중반까지 흐름을 넘겨주면, 벤치는 남은 이닝을 맡길 투수를 고를 수 있었다. 페덱의 긴 구원 등판까지 맞물리면서 삼성은 여러 투수를 급하게 이어 붙일 필요 없이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갔다.

물론 12득점을 올린 타선의 몫을 빼놓을 수 없다. 구자욱이 동점을 만들고 디아즈가 경기를 뒤집었으며, 김영웅은 3회와 5회에 타점을 보탰다. 다만 타선이 5회에 승부를 크게 벌릴 시간을 벌어 준 쪽은 원태인이었다. 선발투수의 승리라는 기록 한 줄보다, 접전이던 다섯 이닝을 어떻게 통과했는지가 이 경기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승부수의 답은 보직보다 타이밍에 있었다

원태인의 정규시즌 성적은 25경기 7승 8패, 평균자책점 4.55였다. 숫자만 놓고 보면 무조건적인 믿음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삼성은 김재윤이 빠졌을 때 그를 불펜에 썼고, 선발진에 빈자리가 생기자 다시 첫 이닝으로 돌렸다. 같은 투수를 어디에 놓아야 그날의 팀에 가장 필요한 이닝을 얻을 수 있는지 판단한 셈이다.

5차전의 원태인은 한 점을 내줬고,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도 겪었다. 그래도 5회초의 두 삼진으로 리드를 지킨 뒤 동료들에게 경기를 넘겼다. 삼성의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떠올릴 때, 나는 12대1이라는 최종 점수와 함께 아직 3대1이던 그 5회초를 기억할 것 같다.

삼성 원태인 선발 카드 승부수가 우승으로 이어진 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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