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회계사시험을 준비하는 분과 공부표를 다시 짰습니다. 하루 12시간씩 공부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지난 한 달 동안 실제로 지킨 날은 사흘이더군요. 의지가 부족해서라기보다 계획이 생활과 맞지 않았습니다. 회계사시험은 공부할 양이 많고 과목도 서로 얽혀 있습니다. 오래 앉아 있는 날보다, 배운 내용을 다음 주에도 풀 수 있게 만드는 날이 쌓여야 합니다.
공부 계획보다 응시 요건을 먼저 확인합니다
수험서를 사기 전에 학점과 영어 성적부터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현재 1차 시험 응시에는 회계학·세무 관련 12학점, 경영학 6학점, 경제학 3학점, 정보기술 관련 3학점 등 총 24학점이 필요합니다. 영어 과목은 인정되는 영어시험 성적으로 대체합니다. 이미 들은 대학 강의가 해당 분야로 인정되는지, 영어 성적의 인정 기간과 신청 절차가 맞는지는 금융감독원 공인회계사시험 안내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흔한 실수가 있습니다. ‘학점은 거의 채웠다’고 생각한 채 전공 이름만 보고 넘어가는 겁니다. 과목 인정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공부는 충분히 했는데 서류 때문에 응시가 막힐 수 있습니다. 학점별 이수 내역, 영어 성적, 인정 신청 상태를 한 장에 적어 두세요. 빠진 것이 있다면 본격적인 시험 공부와 별개로 언제 채울지 달력에 넣어야 합니다.
1차는 전 과목을 굴리고 2차 답안도 일찍 써봅니다
1차는 경영학, 경제원론, 기업법, 세법개론, 회계학을 객관식으로 평가합니다. 2차는 세법, 재무관리, 회계감사, 원가관리회계, 재무회계Ⅰ·Ⅱ를 주관식으로 치릅니다. 금융위원회의 시험제도 개편에 따라 2025년부터 2차 고급회계가 재무회계Ⅱ로 분리됐습니다. 예전 교재나 합격담을 볼 때 과목 이름과 범위가 현재 시험에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처음 8주를 예로 들면, 회계원리와 중급회계의 기본 흐름을 매일 잡고 경제원론이나 경영학을 번갈아 공부할 수 있습니다. 기업법과 세법은 일주일씩 통째로 비워 두기보다 짧게라도 자주 다시 보는 편이 낫습니다. 하루에 새 진도를 세 과목씩 밀기보다 주력 과목 한 개, 복습 과목 한 개로 시작하세요. 기본 개념을 읽은 뒤에는 계산 과정이나 판단 근거를 손으로 적어 봐야 합니다.
1차 합격 뒤에야 2차 답안 쓰기를 시작하면 시간이 모자라기 쉽습니다. 처음부터 긴 답안을 완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계 문제 한 개를 풀더라도 어떤 기준을 적용했고 왜 그 금액이 나왔는지 두세 줄로 설명해 보세요. 객관식에서는 맞혔지만 주관식에서는 과정을 쓰지 못하는 부분이 일찍 드러납니다.
한 주의 성과는 공부 시간이 아니라 다시 푼 문제로 봅니다
제가 권하는 기본 단위는 6일 공부하고 하루 점검하는 방식입니다. 공부하는 날에는 새 진도에 시간을 모두 쓰지 말고, 앞서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시간을 남겨 둡니다. 예를 들어 하루 6시간을 확보했다면 새 내용 3시간, 문제 풀이 2시간, 전날 오답 재풀이 1시간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직장이나 학업을 병행한다면 총량을 줄이되 복습 시간은 없애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주간 점검 때는 강의를 몇 개 들었는지보다 세 가지를 적습니다. 처음 풀었을 때 못 푼 문제 수, 해설을 본 뒤 다시 풀어 맞힌 문제 수, 일주일 뒤에도 못 푼 문제 수입니다. 마지막 숫자가 늘면 진도를 늦춰야 합니다. 강의를 더 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개념을 문제에 연결하는 연습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오답도 길게 베껴 쓸 필요는 없습니다. ‘감가상각 방법을 잘못 선택함’, ‘세법상 예외 조건을 놓침’처럼 틀린 이유를 한 줄로 남기고 3일 뒤 다시 풀어 보세요. 답을 외워서 맞혔다면 숫자나 조건이 바뀐 유사 문제를 한 개 더 풀어야 실력이 확인됩니다.
교재와 일정은 자주 바꾸지 말고 정해진 때 점검합니다
점수가 흔들릴 때 새 교재를 사면 잠깐 안심됩니다. 그런데 기본서 두 권을 반씩 읽는 것보다 한 권에서 틀린 단원을 다시 찾는 일이 훨씬 쉽습니다. 기본서와 문제집은 과목별로 주력 교재를 정하고, 새 책은 기존 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분명할 때만 추가하세요. 특히 법령과 회계기준이 반영되는 과목은 교재의 적용 연도와 개정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2026년 회계사시험은 금융위원회 공고에 따라 1차가 3월 2일, 2차가 6월 27일과 28일에 시행됐습니다. 다음 시험의 접수일과 서류 제출 기한을 이 날짜에서 거꾸로 추정하면 위험합니다. 시험을 목표로 하는 해의 시행계획이 나오면 원서접수, 학점·영어 성적 인정, 시험일을 달력에 따로 표시하세요. 공부 진도는 매주 점검하고, 시험 일정은 공고가 나올 때 다시 확인하는 식이면 충분합니다.
회계사시험 준비에는 유난히 잘되는 주도 있고, 책상에 앉기조차 버거운 주도 있습니다. 그런 주까지 포함해 굴러갈 계획이 오래갑니다. 하루가 무너졌다면 밀린 분량을 밤새 갚으려 하기보다 다음 날의 주력 과목과 복습 한 시간부터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