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어묵볶음을 만들면 같은 양념을 써도 결과가 꽤 다릅니다. 어떤 팬에서는 어묵이 쫄깃한데, 어떤 팬에서는 양념이 타고 어묵은 뻣뻣해지죠. 류수영 어묵볶음으로 알려진 ‘어묵제육’은 물을 붓지 않고 파와 양념의 향을 낸 뒤 어묵을 볶는 방식입니다. 재료보다 불을 줄이는 순간과 넣는 순서가 더 중요해요.
재료는 어묵 네 장을 기준으로 잡아요
2인분 반찬 기준입니다. 계량은 계량스푼을 평평하게 채운 1큰술 15ml, 1작은술 5ml로 적었습니다. 밥숟가락은 집마다 크기가 달라 양념이 짜거나 달아지기 쉽거든요. 사각어묵은 네 장, 약 200g을 준비합니다. 두꺼운 어묵이라면 같은 장수보다 무게를 기준으로 맞추는 편이 정확합니다.
- 사각어묵 4장 약 200g, 대파 1대, 청양고추 0~4개
- 다진 마늘 1큰술, 고춧가루 1과 1/2큰술
- 진간장 1과 1/2큰술, 설탕 1과 1/2큰술
- 식용유 2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추 약간, 통깨 약간
방송에서 소개된 맛처럼 맵게 먹으려면 청양고추 네 개를 쓰고, 보통 집 반찬으로는 한두 개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고추를 아예 빼면 매운맛은 줄지만 고춧가루가 들어가니 완전히 순한 반찬은 아니에요. 고춧가루도 1/2큰술로 줄일 수 있습니다. 대파가 반 대밖에 없다면 그대로 쓰되, 파 향이 약해지는 만큼 양파 1/4개를 얇게 썰어 함께 구워도 됩니다. 양파에서는 물이 나오므로 많이 넣지는 마세요.
어묵은 한 장을 큼직하게 여섯 조각 정도로 자릅니다. 너무 가늘게 썰면 양념이 묻기도 전에 가장자리가 마르기 쉽습니다. 대파는 1cm 안팎으로, 청양고추는 얇게 썰어 둡니다. 이 요리는 팬 앞에서 양념을 찾는 동안 파가 타기 쉬워요. 고춧가루와 간장, 설탕까지 미리 계량해 손 닿는 곳에 놓으면 훨씬 편합니다.
파를 먼저 굽고 고춧가루 앞에서 불을 꺼요
넓은 팬을 중강불로 30초쯤 달군 뒤 기름 없이 대파를 넣습니다. 파를 한쪽에 겹쳐 쌓지 말고 펼쳐서 1~2분 굽습니다. 군데군데 갈색 자국이 나고 달큰한 냄새가 올라오면 충분해요. 검게 타는 냄새가 나면 불이 너무 센 상태입니다. 팬을 잠깐 들어 열을 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세요.
식용유 2큰술과 청양고추를 넣고 중불에서 30초가량 볶습니다. 이어 다진 마늘을 넣고 20~30초 더 볶아요. 마늘이 연한 노란색이 되면 불을 끕니다. 여기서 고춧가루를 넣어 잔열로 10초 남짓 섞습니다. 예전에 저는 파를 굽던 센 불을 그대로 둔 채 고춧가루를 넣었다가 양념에서 쓴맛이 났어요. 고춧가루는 색이 빨리 나지만 그만큼 빨리 타니, 불을 끄는 순서를 빼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파와 고추를 팬 가장자리로 밀고 빈자리에 진간장을 붓습니다. 잔열에 간장이 가볍게 지글거리면 설탕을 넣고 전체를 섞습니다. 팬이 식어 간장이 전혀 끓지 않는다면 약불로 10초만 다시 데우세요. 간장을 빈 팬 바닥에 먼저 닿게 하면 파에 곧바로 붓는 것보다 향이 선명해집니다. 설탕을 일찍 넣어 센 불에 오래 볶으면 바닥에 눌어붙기 쉬워 이 순서가 편합니다.
어묵을 넣은 뒤에는 짧게 볶고 뜸을 들여요
불을 중불로 올리고 어묵을 넣어 1~2분 볶습니다. 주걱으로 계속 누르기보다 바닥의 양념을 떠서 어묵 앞뒤에 묻힌다는 느낌으로 뒤집으세요. 네 장이 팬에 겹쳐 잘 섞이지 않는다면 두 번에 나누어 넣어도 됩니다. 양념이 어묵 전체에 묻고 가장자리가 살짝 말리면 오래 볶을 필요가 없습니다.
참기름 1큰술과 후추를 넣어 섞은 뒤 약불로 낮춥니다. 어묵을 팬에 고르게 펼치고 뚜껑을 덮어 1분만 둡니다. 뚜껑 안에 머무는 열로 어묵 속까지 데우는 단계예요. 열어 보니 팬 바닥에 양념이 조금 남고 어묵은 윤기가 돌면 잘 된 겁니다. 통깨는 불을 끈 다음 뿌립니다.
이 방식에는 물을 넣지 않습니다. 어묵이 퍽퍽해 보인다고 물을 여러 숟가락 부으면 양념이 묽어지고 쫄깃한 느낌도 약해져요. 팬 바닥이 너무 건조해 양념이 붙기 시작했다면 우선 불을 끄고 팬을 들어 열을 빼세요. 그다음 식용유 1작은술을 넣어 양념을 풀고 약불에서 짧게 섞으면 수습할 수 있습니다. 이미 탄 부분이 있다면 긁어 섞지 말고 어묵과 타지 않은 양념만 다른 팬으로 옮겨야 쓴맛이 덜 퍼집니다.
짜거나 맵게 됐을 때는 이렇게 맞춰요
어묵은 제품마다 간이 달라 같은 간장을 써도 완성된 짠맛이 다릅니다. 평소 짠 어묵을 쓴다면 간장을 처음부터 1큰술만 넣고, 어묵을 볶은 뒤 맛을 보세요. 부족한 간은 간장 1작은술씩 더하면 됩니다. 이미 짜졌다면 간장이나 설탕을 더 만지기보다 양념하지 않은 어묵 한 장을 썰어 넣고 약불에서 30초가량 섞는 편이 낫습니다. 추가한 어묵에도 양념이 퍼지면서 한입의 짠맛이 낮아집니다.
너무 맵다면 청양고추를 건져 내도 이미 밴 매운맛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때는 어묵 한 장이나 얇게 썬 양파 1/4개를 더해 양을 늘리세요. 양파를 넣었다면 뚜껑을 덮기 전에 중불에서 나온 수분을 먼저 날려야 양념이 흐르지 않습니다. 단맛이 강하게 느껴질 때는 설탕을 더 가릴 양념을 붓기보다 밥과 함께 먹어 본 뒤 다음 번에 설탕을 1큰술로 줄이는 게 정확합니다.
어묵이 두 장뿐이라면 대파 반 대, 마늘 1/2큰술, 간장·설탕·고춧가루 각각 3/4큰술, 식용유 1큰술, 참기름 1/2큰술로 줄이면 됩니다. 작은 양은 더 빨리 타므로 어묵을 넣은 뒤에는 1분쯤부터 상태를 확인하세요. 제게 이 반찬의 맛은 화려한 재료보다 파를 굽는 시간, 고춧가루를 넣기 전 끄는 불, 마지막 1분의 뜸에서 나옵니다. 그 세 순간만 지키면 평범한 사각어묵도 밥 위에 얹기 좋은 반찬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