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소고기뭇국을 끓이면 같은 재료를 쓰고도 국물 맛이 달라집니다. 대개는 고기를 오래 볶거나, 물을 처음부터 너무 많이 붓거나, 간을 서둘러 맞춘 경우예요. 무와 고기를 적당히 볶은 뒤 물을 붓고, 끓는 힘을 낮춰주면 집에서도 맑고 뜨끈한 국물이 납니다.
재료는 3~4인분으로 준비해요
- 국거리 소고기 200g, 무 300g, 대파 1대
- 물 1.2L, 참기름 1큰술(15ml)
- 국간장 1큰술(15ml), 다진 마늘 1작은술(5ml)
- 소금 1/2작은술부터, 후춧가루 약간
무 300g은 중간 크기 무의 1/4개 정도지만, 크기보다 무게를 재는 편이 정확합니다. 무는 두께 3~4mm의 납작한 조각으로 썰어요. 너무 얇으면 끓는 동안 부서지고, 너무 두꺼우면 고기가 익은 뒤에도 무 가운데가 단단합니다. 대파는 어슷하게 썰고, 소고기는 키친타월로 겉의 핏물만 눌러 닦습니다. 물에 오래 담가두면 국물에 낼 맛까지 빠질 수 있어요.
참기름이 없으면 식용유 2작은술로 바꿔도 됩니다. 국간장이 없다면 진간장 2작은술을 넣고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세요. 진간장은 국물 색이 진해지기 쉬워 처음부터 1큰술을 다 넣지 않는 게 좋습니다. 소고기가 없다면 멸치 다시마 육수 1.2L에 무를 먼저 끓이고, 두부 150g을 마지막 5분에 넣어도 한 그릇이 됩니다. 그때는 고기 볶는 단계만 건너뛰면 돼요.
고기와 무는 중불에서 짧게 볶아요
두꺼운 냄비를 중불로 1분쯤 데운 뒤 참기름과 소고기를 넣습니다. 고기를 펼쳐 2분 정도 볶아 겉의 붉은색이 거의 사라지면 무를 넣고 3분 더 볶아요. 무 가장자리가 살짝 투명해지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순서로 하면 고기가 냄비에 눌어붙기 전에 나온 수분이 무에 닿고, 무가 국물에 들어가기 전에 고기 맛을 머금습니다.
제가 처음 가게에서 이 국을 맡았을 때는 고소한 맛을 내겠다고 고기를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았습니다. 국물이 탁해지고 바닥의 갈색 자국 때문에 맛도 무거워졌죠. 소고기뭇국은 볶음요리가 아니니 센 불로 색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바닥이 마르거나 지글거리는 소리가 거칠어지면 불을 낮추고, 준비한 물에서 2~3큰술만 덜어 넣어 바닥을 풀어주세요. 마늘도 이때 볶지 않습니다. 잘게 다진 마늘은 쉽게 타서 쓴맛이 날 수 있거든요.
물을 붓고 끓는 힘을 낮춰요
물 1.2L를 붓고 불을 센 불로 올립니다. 가장자리뿐 아니라 가운데까지 끓기 시작하면 떠오른 거품을 숟가락으로 2~3번 걷어내요. 거품을 하나도 남기지 않으려고 오래 휘저으면 오히려 국물이 흐려집니다. 국간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한 번 저은 뒤, 불을 중약불로 낮춰 뚜껑을 살짝 걸친 채 20분 끓입니다. 표면에 작은 기포가 꾸준히 올라오는 정도가 알맞아요.
팔팔 끓이면 물이 빨리 줄고 고기가 단단해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불이 너무 약해 기포가 거의 없다면 무가 익는 데 오래 걸려요. 20분 뒤 무 한 조각을 건져 젓가락으로 눌러보세요. 힘들이지 않고 들어가면 대파를 넣을 때입니다. 무가 아직 단단하면 물 100ml를 더하고 5분씩 추가로 끓입니다. 냄비가 넓거나 뚜껑을 열어두었다면 물이 예상보다 빨리 줄 수 있으니 중간에 한 번 국물 높이를 확인하세요.
마지막 간과 실패했을 때의 수습
대파를 넣고 3분 더 끓인 뒤 불을 낮춰 국물을 맛봅니다. 소금 1/2작은술을 한 번에 넣기보다 절반부터 넣고, 1분 뒤 다시 맛보는 편이 안전해요. 국간장마다 짠맛이 다르고 끓는 동안 물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후춧가루는 불을 끈 뒤 한두 번만 톡톡 뿌리면 국물 향을 가리지 않습니다.
너무 짜졌다면 물 100ml와 얇게 썬 무 50g을 넣고 무가 익을 때까지 5~7분 더 끓이세요. 물만 붓는 것보다 맛이 덜 밋밋합니다. 국물이 싱거운데 양은 충분하다면 물을 더 졸이기보다 소금을 한 꼬집씩 보태세요. 이미 국물이 탁하다면 더 세게 끓이지 말고 불을 낮춘 뒤 잠시 두었다가 위쪽 국물을 조심스럽게 떠 담으면 한결 맑아 보입니다. 탄 냄새가 난다면 바닥을 긁지 말고 국물과 건더기 윗부분만 다른 냄비로 옮겨야 쓴맛이 덜 퍼져요.
두 사람만 먹는다면 재료와 물을 모두 절반으로 줄이되, 끓이는 시간은 무가 익는 상태를 보며 15분부터 확인하세요. 남은 국은 한 김 식힌 뒤 냉장 보관하고, 다시 데울 때는 필요한 만큼만 덜어 충분히 끓여 먹습니다. 저는 이 국을 끓일 때 양념보다 냄비 안의 끓는 모습을 더 자주 봅니다. 무가 천천히 익을 만큼만 끓여도 국물 맛은 충분히 깊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