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창고 바닥을 보여주며 에폭시만 바르면 깔끔해지겠냐고 물었습니다. 보기엔 먼지만 많은 콘크리트였는데, 손으로 문지르자 가루가 계속 묻어났어요. 이런 바닥에 바로 칠하면 처음 며칠은 반짝여도 금방 들뜹니다. 제가 에폭시 바닥시공을 할 때 롤러보다 먼저 챙기는 게 바닥 상태인 이유입니다.
칠하기 전에 바닥부터 확인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건 작은 창고나 작업실의 콘크리트 바닥에 롤러로 얇게 칠하는 코팅입니다. 도료를 두껍게 부어 수평을 잡는 라이닝 시공과는 재료량도 난도도 다릅니다. 기존 타일, 장판, 페인트 위에 그대로 칠하는 작업도 바탕과 제품의 적합성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먼저 물이 새거나 바닥 아래에서 습기가 올라오는지 봅니다. 젖은 자국, 하얀 가루, 기존 도막의 부풀음이 있다면 원인부터 해결해야 해요. 콘크리트가 계속 젖는 공간은 코팅으로 누수를 덮을 수 없습니다. 균열이 넓어지거나 바닥이 들뜬 느낌이 나면 그 부분도 전문가에게 확인받는 편이 낫습니다.
표면이 단단한지도 중요합니다. 드라이버 끝으로 가볍게 긁었을 때 가루가 쉽게 떨어지거나 오래된 페인트가 조각째 일어나면, 그 위에 새 도료를 올려도 함께 벗겨집니다. 새로 친 콘크리트라면 충분히 양생됐는지 확인하세요. KCC의 에폭시 바닥재 기술자료도 콘크리트 바탕의 양생과 표면 처리를 시공 전 조건으로 다룹니다. 제품마다 요구하는 건조 상태와 작업 온도가 다르니 구매한 제품의 설명서를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준비물과 비용은 면적보다 바닥 상태에 좌우됩니다
준비물은 에폭시용 하도와 상도, 제조사가 지정한 보수재, 롤러와 연장대, 가장자리용 붓, 혼합용 통과 교반기, 마스킹테이프, 청소기입니다. 보안경과 내화학 장갑도 챙깁니다. 호흡보호구는 도료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맞춰 고르세요. 분진을 막는 마스크 하나로 용제 증기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신나도 임의로 섞지 않습니다. 희석이 필요한 제품이라면 종류와 양을 제품 설명서대로 맞춥니다.
예를 들어 바탕이 비교적 멀쩡한 5㎡ 안팎의 작은 창고를 하도 1회, 상도 2회 코팅한다면, 재료와 소모품 예산을 대략 10만~20만 원으로 먼저 잡겠습니다. 도료는 필요한 양만 딱 살 수 없는 경우가 많고, 프라이머·보호구·보수재를 빠뜨리면 예상보다 금방 올라갑니다. 심한 균열 보수나 기계 연마 비용은 별도입니다. 구매 전에는 제품에 적힌 ㎡당 사용량에 실제 면적과 칠하는 횟수를 곱하고, 바닥이 거칠다면 여유분을 더하세요.
작은 면적 때문에 바닥 연마기를 새로 사는 건 아깝습니다. 표면이 단단하고 오염이 적다면 손도구로 처리할 수 있지만, 오래된 도막과 시멘트 가루가 넓게 남는다면 집진 기능이 있는 연마기를 빌리거나 바탕 처리만 업체에 맡기는 쪽을 택합니다. 연마 분진을 집 안으로 퍼뜨리면서까지 직접 할 일은 아닙니다.
시공 순서는 청소, 보수, 하도, 상도입니다
짐을 모두 빼고 기름때와 이물질을 제거합니다. 뜬 도막은 긁어내고, 필요한 곳은 연마한 뒤 모서리까지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입니다. 물청소를 했다면 겉만 마른 상태에서 서두르지 말고 바탕이 충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균열과 패인 곳은 해당 도료와 함께 쓸 수 있는 보수재로 메우고, 보수재의 양생 시간도 지킵니다.
하도는 콘크리트와 상도 사이의 접착을 돕습니다. 그렇다고 약한 바닥을 단단하게 만드는 만능 접착제는 아닙니다. 하도를 칠한 뒤에는 제품에 적힌 재도장 시간을 확인하세요. 너무 빨리 덮거나 허용 간격을 한참 넘기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상도는 주제와 경화제를 지정된 비율로 섞습니다. 브랜드가 같아도 제품별 배합비가 다를 수 있어요. 통 벽과 바닥에 붙은 재료까지 골고루 섞고, 한 번에 쓸 수 있는 양만 준비합니다. 섞은 뒤 작업 가능한 시간이 지나면 통 안에서 점도가 올라가는데, 물이나 신나를 더해 되살리려 하지 마세요. 출입구 반대쪽부터 가장자리를 붓으로 칠하고 넓은 면을 롤러로 이어 갑니다. 롤러에 도료를 과하게 묻혀 고이게 하면 색과 광택이 고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라면 첫날은 짐 빼기와 바탕 손질에 3~6시간을 잡고, 하도와 상도는 제품의 재도장 간격에 맞춰 날짜를 나눕니다. 작은 바닥이라도 청소부터 마지막 칠까지 하루에 끝내겠다는 일정은 무리일 때가 많습니다. 보행 가능 시간과 무거운 짐을 다시 놓는 시간도 서로 다르니, 설명서에 적힌 양생 조건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환기가 안 되면 직접 칠하지 않습니다
지하 창고나 창문 없는 방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는 환기가 불충분한 곳에서 에폭시 작업 중 유기용제에 노출된 사례가 나옵니다. 냄새가 덜하다는 말만 믿고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지 마세요. 제품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읽고, 작업 내내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피부에 묻지 않게 가리고, 어린이와 반려동물이 작업 공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합니다.
또 한 가지는 미끄럼입니다. 광택 있는 에폭시는 물기나 기름이 묻으면 발이 쉽게 밀릴 수 있어요. 세탁실처럼 자주 젖는 공간이라면 미끄럼 방지 마감과 배수 상태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배수 불량, 지속적인 습기, 넓은 면적의 들뜬 콘크리트가 보인다면 저는 견적부터 받아봅니다. 손으로 칠하는 시간보다 바닥을 제대로 고치는 일이 더 큰 작업일 수 있거든요.
에폭시 바닥은 롤러 자국보다 바탕의 먼지와 습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더 아깝습니다. 작은 공간이라도 준비에 하루를 쓰고, 칠한 뒤 기다릴 날짜까지 비워 두는 편이 결국 덜 고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