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신혼집을 꾸밀 때 저는 소파보다 줄자를 먼저 꺼냅니다. 예전에 마음에 드는 식탁부터 샀다가 주방 문이 끝까지 열리지 않아 위치를 세 번이나 바꾼 적이 있거든요. 둘이 살 집은 사진 속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아침에 서로 부딪히지 않고 움직일 수 있어야 오래 편합니다.
가구를 사기 전에 집에서 확인할 것
집이 비어 있을 때 두 사람이 함께 한 바퀴 돌아보세요. 낮에 한 번, 불을 켠 저녁에 한 번 보면 벽의 얼룩이나 어두운 구석이 다르게 보입니다. 아래 항목은 사진을 찍고 치수를 적어두면 가구를 고를 때 바로 쓸 수 있습니다.
- 현관부터 각 방까지 문 너비와 가구가 꺾여 들어가야 하는 구간
- 창문 높이와 커튼 레일을 달 자리, 창을 열었을 때 걸리는 물건
- 콘센트 위치와 개수, 침대 양쪽에서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지
- 붙박이장과 방문이 열리는 방향, 식탁 의자를 뺄 공간
- 천장·창틀·싱크대 아래의 물자국과 곰팡이 냄새
누수 흔적이나 곰팡이는 페인트로 가릴 일이 아닙니다. 원인을 집주인이나 관리 주체와 먼저 확인해야 다시 뜯는 일을 피할 수 있어요. 전월세라면 벽 타공, 도장, 기존 조명 철거가 가능한지도 계약 내용과 집주인에게 확인해 두세요. 아파트는 작업 소음 시간과 폐기물 배출 방법을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는 편이 빠릅니다.
예산은 생활에 필요한 순서로 나누기
제가 잡는 순서는 고장 수리, 잠자리와 수납, 조명과 커튼, 마지막이 장식입니다. 입주 첫날 필요한 침대와 암막 커튼을 뒤로 미루고 장식품에 돈을 쓰면 생활이 불편해집니다. 전체 예산을 적은 뒤 예상치 못한 수리나 배송비에 쓸 금액을 10~15% 정도 따로 남겨두세요. 이 비율은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제가 견적을 짤 때 쓰는 여유분입니다.
예를 들어 벽 한 면만 칠한다면 페인트만 계산하지 않습니다. 페인트·프라이머, 롤러와 붓, 트레이, 보양 비닐과 테이프, 메꿈재까지 장바구니에 넣어야 실제 재료비가 보입니다. 작은 벽 한 면이라도 제품과 벽 상태에 따라 재료비를 대략 8만~15만 원 선에서 먼저 잡고, 구매 직전 필요한 양과 판매 가격을 다시 확인합니다. 도구가 이미 있으면 줄고, 벽을 보수해야 하면 늘어납니다.
큰 가구는 바닥에 테이프로 실제 크기를 표시해 보는 게 좋습니다. 소파 앞 통로는 사람이 지나갈 폭을 남기고, 식탁은 의자를 뒤로 뺀 상태까지 재야 합니다. 둘의 취향이 다르면 ‘꼭 필요한 물건’과 ‘나중에 골라도 되는 물건’을 각자 세 개씩 적어 비교하세요. 급하지 않은 것은 한 달 살아본 뒤 고르는 쪽이 실패가 적었습니다.
직접 할 일과 사람을 부를 일을 구분하기
처음부터 집 전체를 바꾸려 들면 주말이 모자랍니다. 초보자에게는 손상된 벽을 보수한 뒤 벽 한 면을 칠하거나, 커튼을 달고 가구 배치를 바꾸는 정도가 시작하기 좋습니다. 페인트칠은 칠하는 시간보다 가구를 옮기고 바닥·스위치를 가리는 시간이 길어요. 벽 한 면 기준으로 보양과 표면 보수에 2~4시간, 두 번 칠하는 데 작업 시간 3~5시간 정도를 비워두되 제품에 적힌 건조·재도장 간격은 별도로 지켜야 합니다. 당일 밤 바로 가구를 벽에 붙이는 일정은 피하세요.
도배도 작은 벽 한 면과 집 전체는 난도가 다릅니다. 벽지가 들뜨거나 벽면이 울퉁불퉁하면 기존 마감 상태부터 봐야 해요. 처음 하는 집 전체 도배를 입주 전날로 잡으면 풀 마르는 시간과 청소 시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셀프로 할 범위가 넓다면 한 방만 먼저 해보고 남은 방의 일정을 결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커튼봉이나 작은 선반을 달 때는 벽 재질과 제품 하중을 먼저 확인합니다. 전동드릴은 몇 번 쓰려고 새로 사기보다 빌릴 수 있는지 알아봐도 됩니다. 석고보드 벽에 일반 나사만 박거나, 벽 속 배선 위치를 모른 채 뚫는 작업은 멈추세요. 무거운 선반, TV 벽걸이처럼 떨어졌을 때 위험한 물건은 벽체에 맞는 고정 방법을 아는 시공자에게 맡기는 게 마음 편합니다.
전선 연결, 콘센트 이동, 천장 등기구 교체와 배관·수도 연결은 사진 몇 장 보고 따라 할 작업이 아닙니다. 전기와 누수 문제는 사고나 아래층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 시공자에게 현장 확인을 요청하세요. 전구처럼 사용자가 교체하도록 만든 소모품도 전원을 끄고 충분히 식힌 뒤 제품 규격에 맞춰 교체합니다.
입주 날짜에서 거꾸로 일정을 잡기
제가 쓰는 순서는 현장 치수 확인, 수리 견적과 허락, 가구 치수 확정, 벽 작업, 커튼·선반 설치, 청소, 가구 반입입니다. 가구를 먼저 들이면 보양할 면적이 늘고 페인트가 묻을 곳도 많아져요. 배송일이 정해졌다면 벽 작업은 최소한 그 전날까지 끝내고, 냄새와 건조 상태를 확인할 시간을 더 잡습니다.
- 입주 3~4주 전: 누수·전기 등 수리할 곳을 확인하고 필요한 시공 일정을 예약
- 입주 1~2주 전: 가구와 가전의 크기, 배송 경로, 콘센트 위치를 다시 대조
- 입주 며칠 전: 페인트나 도배 작업을 끝내고 충분히 말린 뒤 환기와 청소
- 가구 반입 후: 문 여닫힘, 서랍 사용, 조명 밝기, 생활 동선을 둘이 함께 점검
일정은 작업 범위와 집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 기존 벽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수리에는 하루 이틀의 여유를 두는 게 좋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빈집을 빨리 채우고 싶어서 작은 물건까지 한꺼번에 샀습니다. 지금은 꼭 필요한 것부터 들이고 며칠 살아본 뒤 남은 자리를 채웁니다. 둘의 생활 방식이 보인 다음에 고른 물건이 결국 더 오래 남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