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삼겹살을 구우면 고기 굽는 법만큼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곁들일 반찬은 뭘 해야 해요?” 김치만 꺼내도 맛있지만, 기름진 고기를 몇 점 먹고 나면 아삭하고 새콤한 것이 당기지요. 저는 그럴 때 파절이, 무생채, 양파절임 중 냉장고 사정에 맞춰 한두 가지만 만듭니다. 세 가지를 다 차려야 삼겹살 밥상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아래 양은 삼겹살 400~500g을 먹는 2~3인 기준입니다. 계량스푼이 있다면 큰술은 15ml, 작은술은 5ml로 잡아 주세요. 특히 식초와 설탕은 숟가락을 수북이 뜨면 맛이 금방 달라져서, 처음에는 평평하게 담는 편이 좋습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고기를 굽는 동안 만드는 순서
세 가지를 함께 만들 때는 양파절임을 먼저 시작하고, 그다음 무를 썰고, 파절이는 먹기 직전에 무칩니다. 양파에는 간이 스며들 시간이 필요하고, 무는 소금에 잠깐 두어 물을 빼야 하거든요. 반대로 파는 양념한 채 오래 두면 숨이 죽고 접시 바닥에 물이 고입니다. 같은 채소 반찬이어도 순서가 다른 이유예요.
도마와 칼은 채소 손질을 먼저 끝낸 뒤 생고기에 쓰세요. 고기를 만진 집게로 완성한 반찬을 집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작은 요리교실에서는 집게를 두 개 꺼내 놓는 것만으로도 조리 중 손이 훨씬 덜 바빠지더라고요.
파가 없으면 양파절임만, 무가 없으면 파절이만 내도 충분합니다. 삼겹살 자체에 소금이나 쌈장이 들어가므로 반찬 셋을 모두 짜게 만들 필요도 없어요. 저는 한 가지는 새콤하게, 다른 한 가지는 담백하게 맞춥니다.
파절이는 찬물에 씻고 먹기 직전에 무쳐요
재료는 대파 2대의 흰 부분과 연한 초록 부분 약 120g, 고춧가루 1작은술, 진간장 2작은술, 식초 2작은술, 설탕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깨 1작은술입니다. 매운맛을 줄이고 싶으면 고춧가루를 반 작은술만 넣으세요. 대파가 한 대뿐이라면 양념도 모두 절반으로 줄이면 됩니다.
대파는 6~7cm 길이로 자른 뒤 세로로 가늘게 채 썹니다. 찬물에 5분 담갔다가 두 번 흔들어 씻고 체에 5분 받쳐 물기를 빼세요. 물에 오래 담가 두면 매운맛과 함께 파 향도 약해집니다. 키친타월로 가볍게 눌러 남은 물기를 걷으면 양념이 겉돌지 않아요.
고기가 거의 다 구워졌을 때 간장, 식초, 설탕, 고춧가루를 먼저 섞어 설탕을 녹입니다. 여기에 파를 넣어 젓가락으로 10번 정도 가볍게 뒤집고, 참기름과 깨는 마지막에 넣습니다. 참기름을 먼저 넣으면 파 표면에 기름막이 생겨 새콤한 양념이 덜 배어요. 손으로 오래 주물렀다가 파가 흐물흐물해진 적이 있어서, 저는 젓가락으로 짧게 섞습니다.
먹어 보니 지나치게 맵다면 설탕을 더 넣기 전에 파를 30g 정도 추가하거나, 채 썬 양배추 한 줌을 섞어 주세요. 접시 바닥에 물이 고였다면 그 물을 따라 버리고 식초 몇 방울만 보태면 맛이 다시 선명해집니다. 양배추를 썼다면 파보다 단맛이 있으니 설탕은 반 작은술부터 넣는 게 맞습니다.
무생채는 소금에 잠깐 두어 물을 조절해요
무 300g에 소금 1작은술, 고춧가루 1큰술, 식초 1큰술, 설탕 2작은술, 다진 마늘 반 작은술, 깨 1작은술을 준비합니다. 새콤한 맛보다 무의 시원한 맛을 살리고 싶다면 식초를 2작은술로 줄이세요. 무가 없다면 오이 1개를 비슷한 굵기로 썰어 쓸 수 있지만, 오이는 더 빨리 물러지므로 소금에 두는 시간을 5분으로 줄여야 합니다.
무는 두께 3mm 정도로 채 썹니다. 너무 가늘면 소금에 절이는 동안 힘없이 처지고, 두꺼우면 짧은 시간에 간이 들지 않아요. 소금을 골고루 뿌려 10분 두었다가 나온 물을 따라 버리고, 손으로 한 번만 가볍게 쥐어 짭니다. 꽉 짜면 아삭한 맛까지 빠져요. 무의 단맛이 충분한 가을·겨울에는 설탕을 1작은술만 넣고 시작해도 좋습니다.
물기를 뺀 무에 고춧가루를 먼저 넣고 1분 정도 섞어 색을 입힙니다. 그다음 식초, 설탕, 마늘, 깨를 넣으세요. 처음부터 식초를 부으면 무 표면에 물이 생겨 고춧가루가 군데군데 뭉치기 쉽습니다. 중간 불에 달군 팬에서 고기를 굽는 동안 무생채를 만들면, 상에 올릴 즈음 5분 정도 맛이 어우러집니다.
제가 초보 때 자주 한 실수는 절인 무를 씻고 양념한 것이었어요. 소금기를 없애려다 무에 물이 다시 들어가 싱거워졌지요. 한 조각 먹어 보아 많이 짠 경우에만 재빨리 한 번 헹구고 물기를 꼭 빼세요. 이미 양념했는데 물이 많아졌다면 국물을 따라 내고 고춧가루 반 작은술을 섞으면 됩니다. 간장이나 소금을 더 넣으면 국물만 더 짜지기 쉬워요.
양파절임은 따뜻한 절임물을 부어 아린 맛을 누그러뜨려요
양파 중간 크기 1개 약 180g에 물 4큰술, 진간장 2큰술, 식초 2큰술, 설탕 1큰술을 씁니다. 청양고추 반 개는 있으면 얇게 썰어 넣고, 없다면 빼도 됩니다. 간장 맛이 강한 집이라면 간장을 1큰술 반으로 줄인 뒤 맛을 보세요. 삼겹살을 소금에 찍어 먹을 예정이라면 절임물도 조금 싱겁게 맞추는 편이 좋습니다.
양파는 반으로 갈라 3~4mm 두께로 썹니다. 너무 얇으면 금세 흐물거리고, 너무 두꺼우면 15분 안에 아린 맛이 가시지 않아요. 작은 냄비에 물과 간장, 설탕을 넣고 약불에서 설탕이 녹을 때까지만 데운 다음 불을 끕니다. 식초는 불을 끈 뒤 넣으세요. 오래 끓이면 식초 향이 날아가 맛이 둔해집니다. 따뜻한 절임물을 양파에 붓고 15분 두면 바로 먹을 수 있어요.
냄비를 쓰기 번거로운 날에는 차가운 절임물도 괜찮습니다. 설탕이 완전히 녹도록 충분히 젓고 양파를 30분 정도 담가 두세요. 대신 아린 맛이 강한 양파는 찬물에 5분만 헹궈 물기를 빼고 절이면 먹기 편합니다. 절임물이 너무 시다면 물 1큰술과 설탕 반 작은술을 더하고, 너무 달다면 식초 반 작은술을 더해 조금씩 맞추세요.
세 반찬 중 남은 음식을 다음 끼니까지 먹기에는 양파절임이 가장 수월합니다. 깨끗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두고 다음 날 먹으면 맛이 조금 더 깊어져요. 파절이는 갓 무쳤을 때, 무생채는 아삭함이 살아 있을 때 내는 편이 좋습니다. 고기 굽는 날마다 재료를 모두 사 오기보다 냉장고에 있는 채소 하나의 물기를 제대로 다루는 쪽이 제 밥상에서는 늘 더 맛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