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희 책을 처음 읽는다면 이렇게 골라보세요

백세희 책을 처음 읽는다면 이렇게 골라보세요

얼마 전 서점 에세이 코너에서 백세희 작가의 책을 다시 봤습니다. 분홍색 표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익숙했지만, 그 옆에 놓인 다른 책들은 어떤 순서로 읽으면 좋을지 잠깐 망설여지더군요. 백세희라는 이름이 궁금해졌다면 가장 유명한 책부터 펼쳐도 좋고, 지금 내 마음에 가까운 소재를 골라도 좋습니다.

백세희의 첫 책이 오래 읽히는 이유

2018년에 나온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백세희 작가가 정신과 전문의와 나눈 12주간의 대화를 엮은 에세이입니다. 누군가와 즐겁게 웃다가도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이 가라앉는 경험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 책의 중심에 있어요. 제목 속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말도 그런 복잡한 마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작가의 감정이 내 것과 얼마나 닮았는지 따져보기보다, 상담 장면에서 어떤 생각이 오가는지 따라가면 편합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니까요. 어느 대목은 고개가 끄덕여지고, 어느 대목은 나와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차이까지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구성도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12주간의 대화가 나뉘어 있어 한 번에 끝까지 읽지 않아도 흐름을 놓치기 어렵습니다. 퇴근길에 한 부분만 읽고 덮었다가 며칠 뒤 다시 펼쳐도 괜찮아요. 다만 상담 기록을 바탕으로 쓴 개인의 이야기인 만큼, 책에서 마음에 남은 문장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답은 아닙니다.

1권 다음에 2권을 읽으면 보이는 것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2』는 2019년에 출간됐습니다. 목차는 13주부터 26주까지 이어져요. 첫 책을 읽으며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익숙해졌다면, 2권에서는 그 뒤의 대화를 계속 듣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타인의 시선, 무기력 같은 주제가 등장합니다.

두 권을 연달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1권에서 유독 오래 생각하게 된 장면이 있다면 잠시 쉬었다가 2권을 펼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어요. 한 사람의 마음이 몇 주 만에 단번에 바뀌는 이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비슷한 고민을 다른 말로 다시 꺼내는 과정을 보는 책에 가깝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도 마음은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곤 하죠.

책장에 한 권만 두고 두 이야기를 이어 읽고 싶다면 2020년에 나온 합본도 있습니다. 이미 1권을 갖고 있다면 2권을 따로 고르는 편이 알맞겠고요. 구매하기 전에는 표지보다 책 소개와 목차를 먼저 보면 중복해서 사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선물용으로 고를 때도 상대가 첫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면 선택이 한결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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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밖에서 만나는 백세희의 글

백세희 작가를 상담 에세이로만 기억한다면 『바르셀로나의 유서』는 조금 다른 독서가 됩니다. 2025년에 출간된 작가의 첫 소설로, 번역자를 만나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작가 ‘이샘’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인물의 동경과 열등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야기 속에서 움직여요. 실제 작가의 상담 기록을 읽는 방식과는 거리를 두고, 소설 속 인물을 따라가는 편이 좋습니다.

『마음은 여름 햇살처럼』은 또 다른 선택지입니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대목을 고르고 엮은 책으로, 백세희가 편역자로 참여했습니다. 한 작가의 생각을 길게 따라가는 책이 부담스러운 날에는 여러 글을 조금씩 읽는 방식이 잘 맞을 수 있어요. 같은 이름이 표지에 있더라도 책마다 백세희가 맡은 역할과 글의 형식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고르면 기대와 실제 내용의 차이가 줄어듭니다.

순서를 고민한다면 마음을 직접 들여다보는 글을 읽고 싶을 때는 첫 에세이, 그 대화의 흐름을 더 따라가고 싶을 때는 2권, 인물과 사건이 있는 글을 원할 때는 소설로 고르면 됩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을 ‘가장 유명한 작품’ 하나로 묶지 않아도 되는 셈입니다.

읽다가 마음이 무거워질 때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가볍게 눈길을 끌지만, 책에는 우울과 불안, 자기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생각이 나옵니다. 그래서 읽는 날의 상태에 따라 같은 장면도 다르게 다가올 수 있어요. 문장 하나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날은 책을 덮어도 됩니다. 좋은 책이라도 끝까지 읽어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공감되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는 책 속의 답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내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나는 언제 비슷한 기분을 느꼈지?’ 정도의 짧은 메모면 충분해요. 반대로 마음의 어려움이 일상을 오래 흔들고 있다면 책만 붙들기보다 믿을 만한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편이 필요합니다. 독서는 대화를 시작할 말을 찾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백세희 작가는 2025년 10월 세상을 떠났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알린 바에 따르면 장기기증으로 다섯 사람에게 생명을 전했습니다. 이 소식을 알고 책을 펼치면 문장이 전보다 다르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독자가 책에서 만나는 것은 한 사람의 마지막 소식만이 아닙니다. 쉽게 말하기 어려운 마음을 말로 옮기려 했던 시간도 그 안에 남아 있습니다.

백세희 책을 처음 읽는다면 이렇게 골라보세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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