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불장 끝물에 코인을 처음 샀을 때는 이름보다 가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크게 물린 뒤에도 그 버릇을 고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스테이블코인을 디파이에 소액 넣어봤을 때도 처음엔 ‘1달러에 맞춰진 코인인데 얼마나 위험하겠어’ 싶었다. 그런데 이자를 받는 곳과 코인을 발행한 곳이 서로 다르고, 거래소에서 보이는 가격과 실제 상환 조건도 다르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생각이 달라졌다. 요즘 스테이블코인 법안 이야기를 볼 때 내가 먼저 찾는 것도 호재가 아니라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다.
먼저 어느 나라 법안인지 확인한다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라는 제목만 보면 국내 제도까지 확정된 것처럼 읽기 쉽다. 하지만 미국 법률과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는 별개다. 미국의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법률인 지니어스법은 2025년 7월 제정됐다. 발행자의 준비자산, 상환, 공시 등을 다루며, 미 통화감독청은 2026년 시행을 위한 세부 규칙안을 제시했다. 법이 제정됐다는 사실과 모든 세부 규칙이 시행 중이라는 말도 구별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하고 어떻게 감독할지가 중요한 쟁점이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1월 ‘은행이 지분 50%+1주를 가진 컨소시엄으로 확정됐다’는 보도에 대해 발행 주체 등 주요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기사 속 숫자를 확정된 법 조항처럼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나는 새 기사를 볼 때 법안 발의, 국회 통과, 공포, 시행 중 어디까지 왔는지 국회 의안정보와 금융위원회 발표에서 따로 확인한다. 같은 ‘법안’이라는 말에도 실제 효력은 크게 다르다.
준비자산과 상환 조건을 따로 읽는다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1달러 근처라고 해서 내 손에 언제나 1달러 현금이 들어온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지니어스법은 대상이 되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발행 잔액에 상응하는 준비자산과 매월 준비자산 구성 공개를 요구한다. 이 기준은 발행자의 지급 능력을 판단하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거래소에서 급히 팔 때의 시장 가격, 거래 수수료, 출금 지연까지 보장하는 숫자는 아니다.
내가 확인하는 순서는 단순하다. 발행자가 누구인지, 준비자산에 현금과 단기 국채가 얼마나 있는지, 공시가 언제 작성됐는지부터 본다. 그다음 발행자에게 직접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과 최소 금액, 처리 시간, 수수료를 읽는다. 소액 개인은 발행자에게 바로 상환하기보다 거래소 시장에서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장이 흔들리면 화면의 ‘1달러’와 실제 매도 가격 사이에 틈이 생긴다. 월말 준비자산 보고서가 좋아 보여도 오늘의 거래 유동성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법의 보호 범위와 내 거래 경로를 맞춰본다
법안 뉴스가 나오면 관련 코인이나 거래소 토큰부터 오르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나는 이런 움직임을 보고 ‘제도가 열리면 다 수혜를 받겠지’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법이 규율하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그것을 파는 거래소, 스테이킹 상품, 디파이 예치금은 서로 다른 위험을 가진다. 발행자의 준비자산 규제가 거래소 해킹이나 디파이 스마트계약 오류까지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안정적인 코인으로 연 10%’ 같은 문구는 수익의 출처를 따져야 한다. 코인 자체의 가격 안정과 예치 서비스의 원금 안전은 다른 문제다. 수익이 대출 이자에서 나오는지, 별도 토큰 보상인지, 손실이 나면 누가 부담하는지 확인한다. 디파이에 맡겼다면 원래 코인을 돌려받는 구조인지, 다른 증표 토큰을 받는지도 봐야 한다. 한국은행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대규모 상환 요구에 따른 위험을 지적해 왔다.
매수 전에는 세 가지 화면을 남겨둔다
내 기준에는 법안 기사 한 장보다 실제 거래 직전에 확인한 세 가지가 더 유용하다. 첫째, 발행자의 최신 준비자산 공시와 상환 약관. 둘째, 내가 쓸 거래소의 신고 여부와 입출금 가능 상태. 금융위원회는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가상자산 취급업자를 이용하기 전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신고 여부를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셋째, 거래 화면의 매수·매도 호가 간격과 원하는 금액을 팔 때 예상되는 가격이다. 이 셋을 날짜와 함께 기록해두면 나중에 무엇을 믿고 거래했는지 되짚기 쉽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잠시 보관하려는 목적이라면 연 8% 보상은 1년을 채워도 세전 8만원이다. 반면 거래 가격이 1%만 벌어져도 매도 순간 1만원 차이가 난다. 여기에 환율, 수수료, 출금 지연까지 겹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법안이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와 지금 내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따로 본다. 스테이블코인이 편리한 도구인 건 맞지만, 이름에 붙은 ‘안정’보다 실제 상환 경로를 믿는 편이 오래 남는 습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