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구의 원룸을 같이 손봤는데, 처음에는 벽을 전부 칠하자고 하더군요. 막상 가 보니 벽 색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바닥에 놓인 물건, 길이가 어중간한 커튼, 서로 다른 색의 조명이었습니다. 예쁜집꾸미기는 큰 공사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는 집을 살피고, 바꿀 곳을 좁혀 잡는 편이 돈도 덜 들고 결과도 좋았습니다.
첫날은 물건을 치우고 사진을 찍습니다
저는 작업 전에 방 네 귀퉁이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매일 보는 집이라 익숙해진 물건도 사진에는 꽤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문이 끝까지 열리지 않는 곳, 콘센트를 가린 가구, 바닥에 쌓인 물건부터 표시합니다. 가구를 새로 들이기 전에 동선을 확보하면 같은 방도 훨씬 넓어 보입니다.
색은 세 가지 안에서 고르는 게 편합니다. 벽과 큰 가구에 쓰는 바탕색 하나, 커튼이나 침구에 쓰는 보조색 하나, 작은 소품에만 쓰는 강조색 하나입니다. 이미 가진 가구가 진한 갈색이라면 그 색도 셋 중 하나로 셉니다. 새 물건의 색만 세면 사고 나서 방이 다시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사진을 찍고 물건을 옮기는 데는 원룸 기준 1~2시간이면 됩니다. 이때 버릴지 고민되는 물건은 바로 처분하지 말고 상자 하나에 모아 둡니다. 며칠 살아 보며 다시 꺼내 쓰는지 확인하면 괜한 수납장을 사는 일도 줄어듭니다.
적은 돈으로 바뀌는 순서를 잡습니다
제가 손대는 순서는 보통 청소와 배치, 패브릭, 조명 색, 벽면 작업입니다. 커튼 길이를 바닥 가까이 맞추고, 침구와 러그의 색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시선이 덜 흩어집니다. 다만 커튼은 창틀만 재고 주문하면 짧아지는 일이 많습니다. 봉을 달 위치에서 바닥까지 재고, 열고 닫을 공간도 남겨야 합니다.
예산은 물건을 사기 전에 작업별로 나눠 둡니다. 예를 들어 15만 원을 쓸 계획이라면 보양재 1만 원, 페인트 5만 원, 롤러와 붓 1만 5천 원, 퍼티와 사포 1만 원, 커튼과 봉 5만 원, 예상 밖 지출 1만 5천 원처럼 상한을 잡는 식입니다. 이건 판매가를 뜻하는 표가 아니라 제가 장바구니가 불어나는 걸 막을 때 쓰는 예산 예시입니다. 집에 도구가 있거나 커튼을 그대로 쓴다면 그 몫은 빼면 됩니다.
조명도 비용 대비 체감이 큰 편입니다. 여러 등이 한 공간을 비춘다면 전구의 빛 색을 맞추는 것부터 확인합니다. 전구를 바꿀 때는 스위치를 끄고 충분히 식힌 뒤 기존 전구의 소켓 규격과 등기구에 표시된 허용 전력을 읽어야 합니다. 규격이 헷갈리거나 등기구를 뜯어야 한다면 거기서 멈추는 게 맞습니다.
벽 한 면을 칠할 때는 준비 시간을 넉넉히 잡습니다
페인트칠을 하면 작업 사진은 금방 달라집니다. 그런데 제가 실패했던 날은 대부분 칠하는 시간보다 준비 시간을 너무 짧게 잡은 날이었습니다. 작은 벽 한 면도 가구 이동과 보양에 1~2시간, 구멍 메우기와 표면 손질에 1시간 이상이 걸릴 수 있습니다. 두 번 칠한다면 제품에 적힌 재도장 간격도 기다려야 합니다. 하루 안에 끝내려면 아침부터 시작하고, 가구를 제자리로 돌리는 일은 다음 날로 잡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 준비물: 바닥 보양재, 마스킹 테이프, 퍼티, 사포, 롤러, 작은 붓, 트레이, 작업용 장갑.
- 먼저 할 일: 벽의 먼지와 기름때를 닦고 완전히 말리기. 헐거운 벽지는 페인트로 붙지 않습니다.
- 칠할 때: 모서리를 붓으로 먼저 칠하고 넓은 면을 롤러로 이어 칠하기. 페인트를 한 번에 두껍게 올리면 흘러내린 자국이 남습니다.
- 끝난 뒤: 테이프는 도막이 굳기 전에 천천히 떼고, 환기는 제품 표시와 실내 상태에 맞춰 충분히 하기.
롤러와 트레이는 작은 벽 한 면에도 있으면 편해서 저는 구입하는 쪽입니다. 반면 사다리나 큰 전동 공구는 한 번 쓸 거라면 빌리는 편이 낫습니다. 벽에 곰팡이가 반복해서 생기거나 누수 흔적이 있다면 색을 덮기 전에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페인트는 얼룩을 잠깐 가릴 수 있어도 젖는 벽을 고치지는 못합니다.
선반은 벽의 재질을 확인한 뒤 결정합니다
선반 하나가 방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지만, 나사 두 개만 박으면 된다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 석고보드인지 콘크리트인지에 따라 필요한 고정 부품이 다르고, 같은 선반도 책을 올릴 때와 작은 소품만 올릴 때의 하중이 다릅니다. 벽 재질과 선반 제조사의 허용 하중을 확인할 수 없다면 무거운 물건을 올리는 설치는 미룹니다.
설치할 곳에는 콘센트와 스위치 주변 배선, 벽 안쪽 배관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위치를 확신할 수 없거나 타공 경험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전기 배선 변경, 매립등 설치, 수도관 이동은 셀프 인테리어 범위에 넣지 않습니다. 작은 구멍 하나를 뚫더라도 벽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면 멈춰야 합니다.
집을 예쁘게 만든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다 바꾸면 막상 어느 선택이 좋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저는 한 주말에 한 구역만 손봅니다. 물건을 치우고 사진을 찍은 뒤, 커튼이나 벽 한 면처럼 눈에 오래 남는 곳을 고릅니다. 그렇게 조금씩 바꾼 집이 생활하기도 편했고, 손볼 곳이 생겼을 때 다시 고치기도 쉬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