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천안 빵빵데이 일정을 보다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천안의 빵집들은 평소처럼 문을 열겠구나 싶었다. 큰 행사장에서 여러 가게의 빵을 한꺼번에 만나는 일도 즐겁지만, 나는 빵집이 자리 잡은 동네를 함께 걷는 시간이 더 궁금하다. 사람들이 빵을 사 들고 어디로 향하는지, 가게 옆에는 어떤 골목이 이어지는지 보는 식이다.
2026년 천안 빵빵데이는 10월 17일과 18일, 천안종합운동장 일원에서 열렸다. 공식 안내에 나온 빵마켓과 베이킹 체험, 공연만 봐도 이틀 동안 많은 사람이 모였을 행사다. 지금은 행사 날짜가 지났으니 축제장을 찾아가기보다, 빵을 핑계로 천안의 일상을 천천히 걷는 쪽으로 마음이 간다.
축제장에서 만난 이름을 동네에서 다시 찾기
빵빵데이의 재미는 한자리에서 여러 빵을 고르는 데 있다. 평소라면 서로 다른 동네에 있는 가게를 한 번에 알 수 있으니까. 다만 행사장의 인기와 실제 매장의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 축제에서는 빵 하나를 빠르게 고르고 다음 부스로 움직이지만, 동네 가게에서는 진열대 앞에 잠깐 서 있을 여유가 생긴다.
행사에서 마음에 든 빵집 이름을 기억해뒀다면, 다음 천안행에는 그 가게가 있는 동네를 목적지로 삼아도 좋겠다. 같은 빵을 다시 사 먹는 것보다 그 주변을 한 바퀴 걷는 일이 여행의 느낌을 바꾼다. 다만 행사 참여 여부나 영업시간은 해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찾아가기 전 천안 빵빵데이 공식 안내와 가게 공지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천안역에서 시작하는 느린 걸음
처음 천안에 가는 날이라면 천안역을 출발점으로 잡기 쉽다. 역 앞에서 바로 유명한 빵집으로 향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넉넉하다면 동남구의 오래된 도심 쪽으로 걸음을 이어가고 싶다. 천안시 여행 안내에 소개된 천안중앙시장과 천안지역사전시관도 이쪽에서 함께 살펴볼 만한 곳이다.
천안중앙시장은 빵만 보러 가는 장소가 아니다.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의 동선 사이에 서 보면, 천안이 관광객만을 위해 움직이는 도시가 아니라는 게 더 또렷해진다. 시장에서는 빵을 또 사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 채소와 반찬 가게를 지나며 천천히 걷고, 출출할 때 그날 눈에 들어온 먹거리를 고르는 정도가 내 취향에는 맞다.
시장 맞은편의 남산근린공원은 잠깐 쉬어 갈 자리를 찾을 때 떠올릴 만하다. 천안시 시민리포터 안내에는 시장 앞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과 데크 산책로가 소개돼 있다. 빵 봉투를 들고 바쁘게 다음 가게로 이동하기보다, 공원에 들러 걷는 속도를 늦추면 어떨까. 시장과 공원 모두 주민의 생활 공간인 만큼 길을 막거나 사진을 오래 찍는 일은 피하는 게 좋겠다.
빵을 고를 때는 두 가게 정도면 충분하다
빵 여행을 떠나면 욕심이 생긴다. 지도에 저장한 가게를 모두 들르려다 보면 이동하는 시간이 빵을 맛보는 시간보다 길어지기도 한다. 한적하게 걷고 싶은 날에는 가게 두 곳 정도를 목표로 두는 편이 편하다. 첫 가게에서 바로 먹을 빵 하나, 다른 가게에서 집으로 가져갈 빵 하나를 고르면 가방도 무겁지 않다.
특히 동네 빵집은 인기 메뉴가 일찍 떨어지거나 쉬는 날이 바뀔 수 있다. 특정 빵만 바라보고 먼 길을 갔다면 아쉬움이 클 수 있으니, 빵이 없을 때 둘러볼 시장이나 산책길을 함께 생각해두면 좋다. 빵집 안에서는 무엇이 잘 나가는지 묻는 것보다 오늘 갓 나온 빵이 무엇인지 묻는 편이 그날의 선택에 더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천안 빵빵데이는 빵집 이름을 알게 되는 계기였다. 그다음 이야기는 행사장 밖에 있다. 천안역에서 출발해 시장을 지나고, 마음에 든 가게 한두 곳에 들르는 느슨한 하루. 화려한 장면은 적어도, 빵을 먹던 동네의 길까지 기억에 남는 여행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