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33평 아파트 샷시 견적 두 장을 나란히 봤는데, 한쪽은 850만 원이고 다른 쪽은 1,280만 원이었습니다. 430만 원 차이면 싼 쪽에 눈이 갈 수밖에 없죠. 그런데 창 위치를 하나씩 표시해 보니 싼 견적에는 주방 발코니 창과 작은방 내창이 빠져 있었습니다. 33평 샷시 교체 비용은 총액보다 어느 창을 어떤 사양으로 바꾸는지부터 확인해야 비교가 됩니다.
33평인데 견적이 왜 이렇게 다를까
33평은 집 면적이지 창 면적이 아닙니다. 같은 평형이라도 발코니를 확장했는지, 거실 외창이 얼마나 긴지, 방마다 내창이 있는지에 따라 제작할 창의 크기와 개수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전화로 평수만 말하고 받은 금액은 대략적인 상담 가격으로 봐야 합니다. 실측 전에는 창 주변 벽 상태와 장비 사용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고요.
전체 교체를 알아볼 때 800만~1,500만 원대를 예산의 출발점으로 보는 경우가 있지만, 이를 33평의 표준 가격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부분 교체인지 전체 교체인지, 일반 PVC 창호인지 시스템창호인지에 따라 이 범위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숨고의 샷시 설치·수리 평균 견적도 여러 시공 종류가 섞인 수치라서 33평 전체 교체 가격으로 쓰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예산을 잡는 숫자와 우리 집에 적용할 확정 견적은 구분해야 합니다.
가령 거실과 방 외창만 바꾸는 견적이 900만 원이고, 다른 견적은 내창과 주방 발코니 창까지 넣어 1,200만 원이라면 300만 원을 단순한 가격 차이로 볼 수 없습니다. 먼저 교체 위치를 평면도에 표시하고, 두 업체가 같은 창을 세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창호 사양은 이름보다 숫자로 맞춰야 한다
견적서에 ‘고급 샷시’, ‘로이 유리 적용’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나중에 제품이 달라도 따지기 어렵습니다. 창마다 설치 위치, 가로·세로 실측 치수, 단창·이중창 구분, 창틀 제품명과 색상, 유리 구성과 두께를 적어 달라고 해야 합니다. 손잡이와 잠금장치, 방충망 포함 여부도 함께 확인하세요.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제품과 유리 사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특히 ‘이중창’과 ‘복층유리’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이중창은 창의 구성, 복층유리는 유리판 사이에 간격을 둔 유리 구성입니다. LX Z:IN의 창호 안내에서도 로이 유리와 복층유리의 구성을 구분해 설명합니다. 업체가 ‘이중’이라고 말했을 때 창을 뜻하는지 유리를 뜻하는지 견적서에서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외풍이 심한 집이라면 비싼 유리부터 고르기보다 바람이 어디서 들어오는지도 봐야 합니다. 오래된 창틀의 틈, 닳은 기밀재, 벽과 창틀 사이의 마감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일부 창은 조정이나 부품 교체로 해결할 수 있으니, 전체 교체를 결정하기 전에 수리 가능한 위치를 따로 표시해 두면 불필요한 공사 범위를 줄이기 쉽습니다.
추가금은 철거와 마감에서 자주 붙는다
제가 견적서를 볼 때 창호 제품값 다음으로 찾는 항목은 철거·폐기·마감입니다. 기존 창 철거비를 넣었는지, 철거한 창과 유리를 누가 반출하고 처리하는지, 실내 보양과 공사 후 청소가 포함되는지 확인합니다. 창틀을 떼면서 드러난 벽체를 어떻게 메우고 몰딩·실리콘을 어디까지 시공하는지도 적혀 있어야 합니다. ‘기본 마감 포함’이라는 한 줄로는 범위를 알 수 없습니다.
현장 조건도 금액을 바꿉니다. 큰 창을 엘리베이터로 올릴 수 없으면 사다리차나 별도 양중이 필요할 수 있고, 외부 작업에 필요한 장비도 달라집니다.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에 작업 시간, 엘리베이터 사용, 보양과 폐기물 반출 조건을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확장한 공간의 단열 보강이나 도배·타일 복구가 필요한 집이라면 그 작업은 샷시 설치와 별개 항목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견적서에는 포함 항목뿐 아니라 제외 항목도 남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창 철거와 폐기 포함, 사다리차 별도, 벽지 복구 제외’처럼 써 두면 현장에서 서로 기억이 달라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부가세 포함 여부와 추가 작업이 생겼을 때 금액을 어떻게 합의할지도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구두로 들은 ‘웬만하면 추가금 없다’는 말은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견적을 비교하고 하자를 요구하는 순서
업체 두세 곳에 같은 평면도와 창 사진을 보내고, 같은 사양으로 실측 견적을 요청합니다. 돌아온 견적은 총액 한 줄 대신 창별 금액, 철거·폐기, 양중, 마감, 부가세로 나눠 비교하세요. 유독 싼 견적이 있다면 할인을 물어보기 전에 빠진 창과 작업부터 찾는 게 빠릅니다. 시공 업체와 계약 업체가 다른 경우에는 하자 접수와 보수를 누가 맡는지도 계약서에 남겨야 합니다.
계약할 때는 제품명과 유리 사양, 공사 날짜, 지급 일정, 하자 보수 접수처와 처리 방법을 적어 둡니다. 시공 당일에는 창이 부드럽게 열리고 잠기는지, 유리에 흠집이 없는지, 창틀 주위 실리콘이 끊기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비가 오기 전에는 누수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완공 직후 사진과 첫 비가 온 뒤의 상태를 함께 기록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하자가 보이면 계약 업체에 사진과 위치, 발견 날짜, 원하는 보수 내용을 문자나 이메일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보내세요. 예컨대 ‘안방 외창 오른쪽 아래에서 빗물이 들어오니 현장 확인 후 보수 일정을 알려 달라’고 쓰면 됩니다. 응답이 없거나 보수를 거부한다면 계약서와 견적서, 대금 지급 내역, 사진, 연락 기록을 모아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도 주택 리모델링 피해 사례에서 부실시공과 계약 불이행, 하자 보수 지연을 반복되는 문제로 다룹니다.
샷시는 한번 설치하면 오래 쓰는 물건입니다. 몇십만 원을 아끼는 일보다 빠진 창 하나, 비어 있는 마감 항목 하나를 찾아내는 일이 더 큰 돈을 지킬 때가 많습니다. 저는 총액이 적힌 첫 장보다 작업 범위가 적힌 다음 장을 먼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