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톤 사진을 보면 결승선에 닿는 순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지난 17일 경주국제마라톤에서는 달리던 참가자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 있거나 주변에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완주 기록보다 먼저 떠올려야 할 장면입니다.
경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경북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10월 17일 오전 10시 50분쯤 경주시 성동동에서 마라톤에 참가한 20대가 실신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전신 쇠약과 고열 증세를 보인 참가자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경주시는 이 참가자가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가 확인된 내용입니다. 고열이 있었다고 해서 실신 원인을 열사병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탈수나 혈압 변화, 심장 문제 등도 달리기 중 의식을 잃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알려진 정보만으로는 정확한 진단명이나 당시 몸 상태를 알 수 없습니다.
경주시가 대회 전에 밝힌 마스터스 참가 규모는 2만 명이었습니다. 참가자가 많은 행사일수록 주변에서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이번 참가자가 퇴원했다는 소식은 다행이지만, 달리기 중 실신이라는 상황 자체를 가볍게 넘길 이유는 없습니다.
지친 것과 위험 신호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오래 달린 뒤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운 것은 흔합니다. 반면 어지러워 똑바로 달리기 어렵거나, 구역질이 나거나, 말과 행동이 평소와 달라진다면 속도를 줄여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달리기를 멈추고 주변에 알려야 합니다. 특히 의식이 흐려지거나 쓰러졌다면 즉시 응급상황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증상으로 어지럼증, 두통, 메스꺼움, 근육경련 등을 안내합니다. 심한 경우 의식 변화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땀을 흘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각한 온열질환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운동 중 발생한 열사병에서는 땀이 많이 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실신을 모두 더위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운동 중 쓰러진 경우 즉각적인 의료 평가가 필요한 상황으로 안내합니다. 잠깐 쉬고 정신이 돌아왔더라도, 달리는 도중 의식을 잃었다면 원인을 확인하기 전까지 다시 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옆 사람이 쓰러졌다면 무엇부터 할까요?
먼저 주변 차량과 달리는 사람을 살피고, 큰 소리로 반응을 확인합니다. 반응이 없다면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근처 사람에게 대회 의료진과 자동심장충격기를 요청해야 합니다. 숨을 쉬지 않거나 헐떡이기만 한다면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자동심장충격기가 도착하면 음성 안내에 따릅니다. 미국심장협회는 이런 경우 빠른 신고와 가슴압박,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을 권고합니다.
숨을 정상적으로 쉬지만 의식이 흐리거나 몸이 뜨겁다면 의료진이 올 때까지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해 체온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에 적신 천이나 시원한 물로 몸을 식힐 수 있습니다. 다만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물이나 음료를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됩니다. 질병관리청도 흡인 위험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돌아왔다고 해서 바로 일으켜 세우거나 다시 코스로 보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쓰러진 시각과 당시 증상, 의식이 돌아온 과정을 119와 의료진에게 전하면 상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달라지는 점
대회 당일의 선택은 출발 전부터 시작됩니다. 평소보다 몸이 무겁거나 열이 나고, 가슴 통증·두근거림·어지럼증이 있다면 참가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운동 중 실신한 적이 있다면 다음 대회를 신청하기 전에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훈련 때보다 빠른 속도로 초반부터 달리거나, 컨디션이 나쁜데도 완주를 밀어붙이는 일도 피해야 합니다.
주최 측의 준비 역시 참가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급수대와 의료진이 어디 있는지, 이상 증상이 생겼을 때 누구에게 알릴지 출발 전에 알아두면 현장에서 망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행사 안전 안내도 참가자의 건강 상태 확인, 응급진료소 운영, 환자 이송 준비를 강조합니다.
마라톤에서는 기록을 포기하는 결정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도 달리는 중 어지럽거나 의식이 흐려질 때 멈추는 일은 실패가 아닙니다. 다음 출발선에도 건강하게 서기 위해 필요한 판단입니다.
